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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연은서] 가을 하늘의 메르헨

2021-04-17

Scenario Writer. 뽀또

GM. 늦덕의 눈물

PL. 으스름달


늦눈님 지인 분 지원 세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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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덕 (GM):권혜연은 사고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태입니다. 심리적인 ·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고, 신체적인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는 데에는 별 불편함이 없습니다. 그야 이미 12개월이나 지난 일인 걸요. 사고 직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습니다.
이게 백스토 허억
아니 1d12 암만그래도 너무 높게나온거아닌지
ㅠㅠ
 
으스름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1d12인데 12나와버리기
 
늦덕 (GM):ㅠㅠㅠㅠㅠㅠ아놔 다시굴릴까요
 
으스름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요
 
늦덕 (GM):7개월!
그래...
 
으스름달:ㅎ...
 
늦덕 (GM):뭐여튼
백스토리는 그렇고요... 혜연이 시트에 추적 아래 ???는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으스름달:넹!
 
늦덕 (GM):그리고 이 시날이 스크립트양이 많고... 탐사자가 행동선언할 틈이 별로없거든요
소설읽듯이... 와르르쏟아지는 스크립트들... 읽어주심 됩니다
 
으스름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연이 크기...몇으로 해야하죠
 
늦덕 (GM):되도록 제가 타이핑중일땐 채팅치지말아주세요 ㅋㅋㅋㅋㅋ큐ㅠㅠ
뭐대충 50이면 되지않을까요
평균사이즈
추천기능은 크게 없고 어... 관듣자야 뭐 혜연이면 당연히 높을 것 같은데
오늘안에 엔딩못보면 어카지 걱정스럽기도 뭐그러면 내일까지 이으면 되니까요?...내일되시져...?안되시면 낼모레...
 
으스름달:네!! 저 시간많아용 ㅎㅎ
 
늦덕 (GM):ㅠㅠ다행~~~!!!
 
으스름달:시트 대충 된것가타요!!!!!
 
늦덕 (GM):행운 굴려주세요!!
 
으스름달:아 오늘은제발...
 
권혜연:오늘의 행운은! 75
 
늦덕 (GM):
555*5
 
으스름달:저.....한방에 이렇게 나온거 처음이애요
 
늦덕 (GM):개쩔어요
캬 우리혜연이 운수좋고
 
으스름달:스타트가 좋군요
헿헤
저 고양이 맘마만 좀 주고올게요!!!한2분만 기다려주세용
 
늦덕 (GM):뭐 해피엔딩 분명 보실 수 잇으실 테니까 너무 긴장은 마시고 그냥 즐겨주시면 됩니다
네네!!
 
으스름달:저왓서요!
 
늦덕 (GM):그럼 출발해볼까요!! 아 그리고 초면상정입니다!!
혜연이는 교통사고 후유증 땜에 요양차 시골마을로 온 거구요
 
으스름달:네!
 
늦덕 (GM):잘부탁드려요~!!
 
 
가을 하늘의 메르헨
 
W. 뽀또
 
KPC. 정은서
 
PC. 권혜연
 
2021.03.31
 
 
부르릉, 시동을 거는 소리가 당신의 귓전을 때립니다.
 
권현석: 혜연아, 아빠 없다고 밥 거르지 말고 밥 먹었으면 약도 꼭 먹고…….
 
차창이 내려가더니 근심에 가득 찬 아버지와 오빠의 얼굴이 보입니다.
 
당신의 손을 붙잡으며 연신 손등을 쓰다듬는 손길에 걱정이 가득 묻어있네요.
 
권현석: 주소 가지고 있지? 잃어버리면 안 된다. 여기도 밤 되면 깜깜해지니까 얼른 들어가고!
 
정은창: ... ... 우린 이만 가 볼게. 들어가서 연락할 테니까 받아. 몸조심하고.
 
권혜연:어휴, 아빠도 참. 누가 보면 외국이라도 나가는 줄 알겠어요... (손을 흔들어보입니다.) 얼른 들어가요, 걱정하지 말고!
 
창문이 다시 올라가더니 이내 미련을 뚝뚝 흘리며 자동차가 떠나기 시작합니다.
 
바퀴가 비포장도로에 닿으며 굴러가는 소리가 빈 동네에 요란하게 울리네요.
 
그렇게 당신은 낯선 곳에, 낯선 동네에, 지도에도 실려있지 않을 법한 외곽에 큰 캐리어 두 개와 함께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솔직히 한 번쯤은 산 좋고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나를 모르는 다른 사람들과 부대껴보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없나요?
 
그랬든, 그러지 않았든 당신은 앞으로 몇 개월을 이곳에서 보내야 할 텐데요.
 
이제 익숙해져야죠.
 
순간 바람이 불어 정갈했던 당신의 머리칼을 잔뜩 헤집어 놓습니다.
 
등 뒤의 돌담길을 따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해요.
 
참으로 평화로운 곳입니다…….
 
그래서 이제 어쩌면 좋죠?
 
아무리 주소가 있다고 해도 여길 무슨 재주로 찾아간단 말일까요.
 
막막한 마음에 휴대폰을 켜 신호를 잡으려고 해 보면…….
 
세월아 네월아 느릿느릿 로딩되는 화면에 당신은 무의식중으로 깨닫습니다.
 
이곳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권혜연 인생 19년 차, 첫 홀로서기입니다.
 
당신이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가만히 서서 멍하니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권혜연, 듣기 판정
 
권혜연: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진짜? 저 누나야?
 
... ...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천진한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려오는 것만 같아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당신의 허리 높이까지 오는 작은 꼬마 남자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순진한 눈망울을 당신에게 돌린 채 웃고 있어요.
 
그리고….
 
그 뒤엔 아무도 없습니다.
 
곧 있으면 저녁인데 이렇게 혼자 돌아다녀도 되는 걸까요.
 
산골짜기라 저녁이 되면 금방 어두워지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방금 분명히 대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꼬마:누나가 이번에 파란 집에 이사 오기로 한 사람이에요?
 
파란 집이라뇨?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인데요.
 
당황스럽습니다.
 
당신이 뭐라 대꾸할 새도 없이, 그 꼬마는 계속해서 종알종알 말을 떠들기 시작합니다.
 
꼬마:여기 빈집 거기 하나밖에 없거든요. 지붕이 파란색이라서 우리끼리 파란 집이라고 불러요. 우리 할머니가 손님 오면 그 집 주라고 하셨어요. 따라오세요.
 
정말 따라가도 되는 걸까요?
 
당신이 손에 꼭 쥔 주소가 적힌 쪽지에는 파란 집이라는 말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권혜연:어...? (분명히 주소를 제대로 적어왔을 텐데요. 의아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봅니다. 혹시라도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기에, 일단 속는 셈 치고 한 번 따라가보기로 합니다.) 그래, 그럼 거기까지 안내해줄래?
 
꼬마를 따라 동네의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올라가자 크고 두꺼운 나무가 하나 눈에 걸립니다.
 
눈대중으로 보아도 300년 이상은 살아온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져요.
 
나무의 둘레를 따라 엮인 종잇조각이 이 나무의 쓰임새를 짐작하게 합니다.
 
그래요. 이곳은 서낭당입니다.
 
당신의 발치 아래에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아놓았을 무너진 돌무더기들이 눈에 보입니다.
 
... 꼭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네요.
 
그때, 꼬마가 작게 헛기침을 합니다.
 
꼭 재촉이라도 하는 것처럼요.
 
꼬마:이러다 어두워지면 어떡해요. 누나가 늦게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단 말이에요.
 
누나라뇨?
 
심부름이라도 맡았던 걸까요.
 
원망에 찬 꼬마의 얼굴을 보자니 조금 미안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한눈팔지 말고 움직여야겠어요.
 
권혜연:(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따라가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이의 재촉에 결국 다시 발걸음을 옮겨 아이를 따라갑니다.) 미안해, 얼른 가자.
 
벌써 하늘이 어둑어둑합니다.
 
제법 찬 공기가 얼굴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제 여름도 끝이 보이네요.
 
곧 낙엽이 떨어지겠습니다.
 
...
 
얼마나 걸었을까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릅니다.
 
이렇게 걸어본 건 또 오랜만이지 않나요?
 
힘들 법하기도 한데 꼬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팔이며 다리가 벌레들에게 여러 방 뜯겨 몇 군데는 퉁퉁 부어 있습니다.
 
찝찝합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데도 땀이 배어 나오네요.
 
얼른 들어가서 씻고 쉬고 싶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발에 채는 캐리어도 그만 내려놓고 싶고요.
 
슬슬 미간이 좁혀지는 그때, 꼬마가 걸음을 멈춥니다.
 
고개를 들어보면 정말로 파란 지붕의 집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꼬마:다 왔어요. 여기예요.
 
무려 툇마루가 눈에 보입니다.
 
툇마루요?
 
어제까지만 해도 아파트 발코니에서 바람을 쐬었는데요.
 
눈 비비고 다시 본 집의 상태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예스럽습니다.
 
문에 발라져 있는 한지 하며 그 주위를 둘러싼 낡은 벽돌담이며…….
 
정신없이 집을 살펴보는 당신의 등 너머로 꼬마가 소리 지릅니다.
 
꼬마:누나. 할머니가 추우면 보일라 때도 된다고 했어요!
 
다행입니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는 모양이네요.
 
캐리어를 끌고 마당으로 들어가자 꼬마가 담 바깥에서 손을 흔듭니다.
 
꼬마:저 이제 가볼게요. 맞다. 할머니가 누나 일어나면 우리 집 와서 밥 먹고 가라 그랬어요. 내일 아침에 제가 여기로 올 테니까 기다리세요.
 
그러더니 금방 왔던 길로 되돌아갑니다.
 
참 야무진 꼬마 같아요.
 
놀란 것도 잠시 집 안으로 들어가자 훈훈한 공기가 온몸을 감쌉니다.
 
노곤하네요.
 
이제 그만 짐을 풀고 좀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권혜연:(주소지가 적힌 종이를 꺼내어 들여다봅니다. 여기가 아닌 것 같은데... 확신이 들지 않지만, 다시 밖에 나가기에는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알아보기로 합니다. 캐리어부터 내려놓고 당장 필요한 짐만 꺼냅니다.)
좀 쉬어야지... (이불도 깔지 않은 채 피곤한 몸을 끌고 냅다 방바닥에 눕습니다.)
 
...
 
당신은 잠시 쉰 뒤 일어나 짐정리를 시작합니다.
 
과연 캐리어 두 개만 끌고 온 것이 맞는 건지 싶을 정도로 짐이 쌓이고, 정리가 끝나자, 틀어놓은 보일러가 돌아가기 시작하며 방바닥이 금세 후끈해집니다.
 
금방이라도 바닥에 머리를 대면 눈이 감길 것 같아요.
 
몇 개월 혼자 살 것치고는 집도 꽤 넓고 멀끔한 편이고. 괜찮을 것 같습니다.
 
동네를 살펴보는 건 내일 꼬마에게 부탁해 보는 게 좋지 않겠나요?
 
이거 봐요. 벌써 밤이 다 되었습니다.
 
꼭 모두가 잠든 것처럼 평화롭습니다.
 
찌르르 울리는 벌레 소리나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
 
그리고 간혹 들려오는 산뜻한 바람 소리까지…….
 
잠시만요, 피아노 소리라고요?
 
이런 외진 곳까지?
 
이 늦은 시간에?
 
... 순간 소름이 돋습니다.
 
에이, 아니겠죠.
 
벌레 소리가 너무나도 감미로워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요?
 
권혜연, 듣기 판정
 
권혜연: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에요.
 
분명 피아노 소리입니다.
 
틀어놓은 소리라 하기엔 지나치게 생동감 있고…….
 
절절하기까지 합니다.
 
귀에 익은 곡인데.
 
무슨 곡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기능치 5 상승
 
권혜연, 지능 판정
 
권혜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 ...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습니다.
 
아마 마을 회관이지 않을까요?
 
어느새 당신은 홀린 듯 뜨끈한 바닥에서 일어나 창가에 다가서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를 가만 듣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릅니다.
 
다만 이 소리의 근원을 알아내고 싶다는 충동이 머릿속에 가득합니다.
 
가보는 것이 좋을까요?
 
권혜연:(조금 무섭긴 하지만, 일단 한 번 가보기로 합니다.) 에이, 세상에 귀신이 어딨다고...~ (무서움을 달래기 위한 혼잣말을 하면서요.)
 
당신은 문을 열고 나섭니다.
 
한지로 얼기설기 엮인 벽과 대청마루를 지나 잡초가 조금 자라있는 마당을 가로질러 돌담길을 따라 마을 회관으로 가는 길이 꽤 추운 것 같기도 합니다.
 
그야 이제 가을이니까요.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작은 잎사귀들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으스스함을 더합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것이 좋을까…….
 
생각하던 찰나,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어보니, 별들이 쏟아질 듯 무수히 밤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아름다워요.
 
도시에 있었더라면 절대 상상조차 못 했을 광경이었겠죠.
 
당신은 금세 두려움은 잊고 속절없이 밤하늘에 빠져듭니다.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수많은 별을 보는 당신의 심정은 어떤가요.
 
권혜연:...와.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밤하늘의 풍경에 저도 모르게 작게 감탄사를 뱉습니다. 아직 피곤함이 전부 가시지는 않았지만, 역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시간도 가끔은 필요하겠죠. 동시에 아빠랑 오빠도 이 광경을 같이 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돌아가면 꼭 얘기해줘야지.
 
걷다 보니 어느새 당신은 마을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어렴풋이 바람 소리에 섞여 들리던 피아노 소리는 점점 커져 당신의 귓속을 부드럽게 파고듭니다.
 
쏟아지는 별 아래 불도 한 점 없는 어두컴컴한 마을회관에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는, 으스스한 분위기라기보단 어딘가 서글픈 것 같습니다.
 
들어가볼까요?
 
권혜연:(아까 본 밤하늘의 풍경 덕분에 두려움은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대신 그 자리에는 늦은 시간에 들리는 피아노 소리에 대한 궁금증이 자리잡습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합니다.)
 
마을회관에 들어서자 어쩐지 아까 바람을 맞을 때와는 사뭇 다른 서늘한 느낌이 당신의 온몸을 덮쳐옵니다.
 
꼭 귀신이라도 주변에 있는 것처럼…….
 
잠깐만요, 귀신이라고요?
 
설마요.
 
지금은 21세기이고 귀신같은 건 존재할 리 없습니다.
 
봐요. 이 피아노도 결국엔 사람이 치는 것일 테고….
 
무서울 게 어디 있어요.
 
당신은 반쯤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마을회관 중심으로 나아갑니다.
 
당신이 피아노를 확인하려는 바로 그때….
 
... 어라?
 
조금 전까진 분명히 들렸던 피아노 소리가 뚝 끊깁니다.
 
놀라 피아노를 보면…….
 
정말, 귀신이라도 왔다 간 듯 아무도 있지 않습니다.
 
사람의 온기와는 상반된 서늘함만이 남아있어요.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당신의 머릿속을 지배합니다
 
마주하면 안 되는 것을 마주했을 때의 본능적인 거부감이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당신의 두 다리를 움직입니다.
 
마을회관을 벗어나, 큰 나무언덕 위를 올라가, 서낭당을 지나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파란 지붕이 당신을 반기고 있습니다.
 
귓가에는 벌레들이 우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권혜연, 이성 판정
 
권혜연: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정말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걸까요.
 
설마 꿈인 걸까요?
 
얼굴을 꼬집거나 쳐 보면 당연히 아픕니다.
 
...그야 꿈이 아니니까요.
 
당신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전 일어난 일은 현실이라기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었는걸요.
 
다시 마을회관에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날이 너무 늦었습니다.
 
피아노 소리는 더 들리지 않고요.
 
차라리 내일 밤에 다시 가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당신은 방 안으로 들어가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
 
띵동. 띵동. 띵동.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입니다.
 
당신은 평화롭게 보일러 땐 바닥 위에 누워 있고, 포근한 이부자리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지금은 오전 7시 30분이고요.
 
그러니까 다시 말해 저 문밖에서 벨을 마구잡이로 누르며 당신을 깨울만한 사람은 없다는 말입니다.
 
대체 누구일까요?
 
꼬마:누나! 할머니가 아침 먹으러 오래요!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어젯밤 사건 때문일까요.
 
어쩐지 정신이 없는 기분입니다.
 
자, 그래서 나갈 준비는 되었나요?
 
권혜연:으응...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부스스하게 눈을 뜹니다.) 아, 아빠... 5분만요... (몸을 뒤척이다가 문득 들리는 꼬마의 목소리에 몸을 일으킵니다. 그제야 어젯밤의 일들이 속속들이 떠오릅니다.) 어, 어! 지금 나갈게! (화장실로 뛰어가고, 입을 옷을 꺼내고...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합니다.)
 
당신이 나갈 준비를 마치고 나오면 꼬마가 얌전히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어요.
 
꼬마:누나가 잃어버리지 말고 꼭 잘 데려오라고 했거든요.
 
권혜연:응, 그래! 얼른 가서 아침 먹자. (웃는 얼굴로 꼬마의 손을 잡습니다.)
 
당신이 손을 잡으면 그대로 꼬마는 걸음을 뗍니다.
 
조그마한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생경합니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오늘은 기분이 꽤 좋은 모양이에요.
 
아, 그러고 보니 꼬마는 이곳 사람이었죠.
 
꼬마에게 어제 일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밖에도 궁금한 점이 있다면 지금 물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권혜연:혹시 밤에 마을회관으로 피아노 치러 오는 사람 있니? 어제 늦은 시간까지 피아노 소리가 계속 들리더라구. (마을회관에 가보았다는 이야기는 일단 하지 않은 채 꼬마에게 묻습니다.)
 
꼬마:아, 누나도 들었어요? 누가 자꾸 마을 회관에서 피아노를 쳐요. 근데 아무도 밤 중에 마을회관에 누가 들어갔다 나오는 걸 본 적이 없대요. 아무래도 귀신이 치는 것 같던데.
 
권혜연:아, 그래...? (나만 들은 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왠지 모르게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귀신이 치는 것 같다는 말은 여전히 불안하지만요.) 참, 너는 누나랑 같이 사는 거야?
 
꼬마:아니요? 전 외동이에요!
 
권혜연:그럼 아까 얘기한 누나는 누구야? 옆집 누나?
 
꼬마:어... 그건 비밀이에요! 그냥 아는 누나 있어요!
 
권혜연:비밀? (고개를 갸웃합니다. 평범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뭐, 여기서 오래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죠. 생긋 웃으며 활기찬 목소리로 화제를 돌립니다.) 알겠어. 우리 얼른 아침이나 먹으러 가자!
 
꼬마에게 물어볼 말이 다 떨어지고 슬슬 다리가 아파질 무렵, 꼬마가 당신의 손을 놓고 어딘가로 뛰어갑니다.
 
고개를 들면 빛바랜 색깔의 머리카락을 가진 할머니께서 당신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아, 꼬마의 할머니신 모양이에요.
 
할머니:어서 오려무나.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는 할머니는 꼭 어린 시절 향수라도 느끼게 하는 푸근한 인상이십니다.
 
어서 들어가자며 당신에게 손짓하네요.
 
사람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까 얼른 들어가는 것이 좋겠어요.
 
권혜연:아, 안녕하세요. 여러가지로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손하게 인사를 드리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
 
정성이 가득 담긴 식사였습니다.
 
이렇게 집 밖에서 정성이 가득한 밥을 먹어보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아요.
 
꼬마는 금세 밥을 다 비우더니 바깥으로 놀러 나갔고, 할머니께선 사과를 깎고 계십니다.
 
빈방에 어색한 고요함이 깔리고 사과 깎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때,
 
할머니:주신에 대해서 알고 있니?
 
권혜연:주신이요? (생소한 단어에 고개를 양 옆으로 내젓습니다.)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할머니:거의 모든 것을 관장하시는 신이시란다. 오면서 서낭당 보았지? 우리 마을이 섬기는 분이시기도 하고. 너도 이 마을에서 머무를 텐데 알아두는 것이 좋지 않겠니.
 
권혜연:그렇군요... (스치듯 보았던 서낭당을 떠올립니다.) 그럼 한 번 가봐야겠네요.
 
할머니:그래, 좋을대로 하렴. 귀찮다면 굳이 가지 않아도 상관은 없단다.
 
할머니께서 잘 깎은 사과를 당신에게 건네며 말합니다.
 
내일은 학교에 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요.
 
이 마을에 있는 유일한 고등학교는 저기 언덕 너머에 있다고 합니다.
 
걸어가는 것이 힘들다면 창고 안쪽에 묶여있는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된다고 하십니다.
 
손주랑만 있으면 적적하니 가끔 밥이라도 얻어먹으러 오라는 말과 함께요.
 
정말 친절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당신을 큰 손주 대하듯 해주시는 모습에 조금 뭉클한 것 같기도 하네요.
 
권혜연:(사과를 받아들어 입에 쏙 넣습니다.) 감사해요. (아빠도 오빠도 없는 타지에 홀로 온 거지만, 그래도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에 안심이 됩니다. 이대로만 한다면 학교도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좋은 예감이 듭니다.)
 
...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무엇을 하나요?
 
창고로 가서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자전거를 확인해도 좋을 것 같고 시내로 나가 교복을 받아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갔다 와서 잠이나 더 자는 것도 나쁘진 않은 선택이겠어요.
 
권혜연:(오빠, 저 잘 도착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라는 짤막한 문자를 남깁니다. 아빠한테도 보낼까 했지만... 오지랖 가득한 답장이 올 것 같아 생략합니다.) 얼른 교복부터 받아와야겠다...! (교복 없이 등교를 할 순 없으니까요.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나가기로 합니다.)
 
어디선가 철부지 아저씨가 눈물짓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당신은 깔끔하게 무시하고는 손때묻은 문을 열고 먼지가 그득한 창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한곳에 쌓인 소쿠리나 키, 잡다한 물건 같은 것에서 이 집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보이네요.
 
세상에, 저기 있는 거 혹시……. 아궁이인가요?
 
부엌이었던 곳을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 안쪽에, 칠이 조금 벗겨진 새빨간 자전거가 보여요.
 
우선 꺼내서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권혜연:읏차... (자전거를 들어올려 창고 중앙으로 꺼냅니다. 손으로 안장의 먼지만 툭툭 털어내고 이리저리 자전거를 둘러봅니다.)
 
많이….
 
...낡았네요.
 
그래도 어찌저찌 바퀴가 굴러갈 것 같기는 합니다.
 
뒷좌석도 달려 있네요.
 
누굴 태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권혜연: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으려나? (한 번 자전거에 앉고는 뒤쪽으로 페달을 돌려 체인의 상태를 확인해봅니다.)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제 시내로 나가볼까요?
 
권혜연:(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시내로 향합니다!)
 
낙엽들이 버석거리며 자전거 바퀴 아래에서 흩어집니다.
 
차가운 오전 공기가 품 안을 파고들고요.
 
노곤한 기운이 싹 가시는 듯합니다.
 
산 근처라 그런지 더 추운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이번 겨울은 이곳에 가장 먼저 찾아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얼마나 페달을 밟았을까.
 
곧 눈에 익은 체인점들이 보입니다.
 
당신이 자주 봤던 브랜드들이 줄지어 자리를 잡고 있어요.
 
그 사이, 작은 교복점이 하나 보입니다.
 
아마 저기이지 않을까요?
 
권혜연:(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덩달아 상쾌해지는 기분입니다. 교복점을 발견하고는 그 앞에 멈추어 섭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하얀 교복이 줄지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종류는……. 하나밖에 없는 모양이네요.
 
그야 이 근처의 고등학교는 하나라고 했으니까요.
 
학생이 적어 중학교와 통합해서 수업을 듣는다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교복이 같을 수밖에요.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바로 교복이 무상지원된다는 점입니다.
 
교복점 주인이 나와 당신의 키와 치수를 묻더니 곧 교복을 한 세트 들고 다시 나옵니다.
 
교복이 담긴 쇼핑백 새로 당신의 이름이 보이네요.
 
권혜연.
 
익숙한 교복을 벗고, 낯선 교복을 받아든 당신의 기분은 어떤가요.
 
내일부터 이 옷을 입고 낯선 학교로 가야 하는 겁니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권혜연:(역시 조금은 미묘한 기분입니다. 전학을 가는 게 이제야 실감이 난달까요. 그래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자기소개 멘트 정도나 준비해서 가야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교복을 받아들어 교복점을 나옵니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서낭당에 잠깐 들리기로 합니다.)
 
서낭당은 여전히 커다란 위용을 뽐내며 우뚝 솟아 있습니다.
 
바람결에 종이들이 사락사락 흔들리는 모습이 퍽 평화롭습니다.
 
기분탓인지 몰라도 꽤 신성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권혜연:분위기 때문인가... (할머니의 말씀 때문인지, 마을의 중요한 장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구석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찬찬히 서낭당을 둘러봅니다.)
 
사람들이 쌓아둔 돌탑이 굵은 나무의 둘레를 장식하듯 늘어서 있습니다.
 
권혜연:(작은 돌멩이를 하나 주워 조심스럽게 가장 낮은 돌탑 위에 쌓고는 소원을 빕니다.) 여기서 잘 적응할 수 있게 해주세요!
 
당신의 소원이 정말 이루어질까요?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뭐, 밑져야 본전 아니겠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록 합니다.
 
니다 말고 시다...
 
권혜연:(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이제 이 길이 조금은 눈에 익은 느낌이 듭니다.)
 
고된 시내 탐방을 마치고 돌아와 이부자리에 다시 드러눕자마자 잠이 몰려옵니다.
 
눈 몇 번 깜빡이다 보면 그대로 암전입니다.
 
... 당신은 아주 깊은 꿈을 꿉니다.
 
무엇일까요.
 
아주 포근하고 안심되는 손길이 당신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기분입니다.
 
너무나도 편안해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당신의 머릿속을 단단히 지배하던 그때,
 
빠아아앙-!!!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리고 당신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대체 무슨 개꿈이 이렇게 생생할까요.
 
어둑어둑해진 것 같은 하늘에 창문 밖을 내다보면 벌써 해가 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오래 잔 거죠?
 
씁쓸한 가을 냄새가 바람을 타고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어쩐지 묘한 기분이네요.
 
꼭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듭니다.
 
권혜연:끙...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킵니다. 꿈자리 때문에 잠이 싹 달아나버린 기분입니다.)
지금이 몇 시지...? (시계를 확인합니다.)
 
평소같으면 이제 슬슬 잠에 들 시간입니다.
 
권혜연:너무 일찍 잠들었네. (무언가를 하기에도 애매한 시각입니다. 다시 누워서 눈을 감고 양을 셉니다. 한 마리, 두 마리...)
 
뭐, 사람이 가끔 자다 하루종일 잘 수도 있는 거죠.
 
가끔가다요...^^
 
당신은 아까까지 푹 잔 것이 무색하게도 금방 다시 잠에 빠져듭니다.
 
...
 
또 다른 아침입니다.
 
당신의 방치고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의 양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 그야 당신의 방이 아니니까요.
 
당신은 지금, 새 지저귀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에 요양 와있습니다.
 
오늘로 사흘 차가 되겠군요.
 
몇 번이고 생각하지만,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뒤바뀌는 바람에 꼭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당신은 오늘부터, 해하 고등학교 3학년 2반으로 등교하게 됩니다.
 
어제 새 교복을 붙들고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순간이 온 것입니다.
 
기분은 좀 어떤가요?
 
떨리지는 않나요?
 
만약 질 나쁜 학생들이 당신의 약점을 건드린다면요?
 
어떤 고민이 앞서더라도, 어떤 감정이 들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학교는 가야 합니다.
 
그야... 고등학교 3학년인 걸요.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닥쳐오지 않았는데 벌써 걱정부터 하는 건 너무 겁쟁이 같지 않겠어요.
 
권혜연:(잠을 많이 잔 덕인지 개운한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새 교복을 입고,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집을 나섭니다. 머릿속으로는 자기소개 멘트를 생각하면서요.)
 
당신은 나서기 전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당신이 비칩니다.
 
가슴팍에 박힌 노란색 명찰도 눈에 잘 들어오고요.
 
권혜연!
 
지각하기 전에 출발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학교는 저 언덕 아래에 있으니까요.
 
권혜연:헉, 잘못하면 지각하겠다...! (너무 느긋하게 준비를 한 덕분일까요. 시계를 보니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후다닥 책가방을 챙겨 메고는, 익숙하게 자전거에 타 페달을 밟습니다.)
 
학교 건물 크기는 당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습니다.
 
이게 어딜 봐서 고등학교죠?
 
분명 중학교도 겸한다 하지 않았나요?
 
그런 것 치곤 너무 지나치게 작잖아요.
 
1층 복도에서 크게 소리 지르면 충분히 4층 복도까지 닿게 생겼습니다.
 
운동장에는 잡초가 가득하고요.
 
맙소사. 이런 곳에서 남은 몇 개월이나 보내야 한다니.
 
정신이 아득합니다.
 
다행히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모양이네요.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3학년 교무실과 2반은 3층에 있습니다.
 
올라가 볼까요?
 
권혜연:...진짜 작네... (한적한 마을이라 큰 건물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작은 크기의 건물에 당황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탔다가는 중간에 멈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3층까지 계단으로 걸어올라갑니다...)
 
2층까지 올라오니까….
 
은근히 숨이 차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나 약해지다니요.
 
아무리 7개월이 지났다 하더라도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부분이 있는가 봅니다.
 
운동을 조금 더 해야겠어요.
 
당신이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딛자마자….
 
당신의 시선에 종이 한 장이 걸립니다.
 
※ 경고문 ※ 현재 5층은 중축 공사 중에 있어 출입을 금합니다. 예술실은 임시로 1층 교무실 옆 교실로 옮겼으니 그쪽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조그마한 학교에 무려 5층까지 있었다니….
 
제법 놀랍습니다.
 
감탄할 새도 없이 정신을 차려보면 벌써 3층이에요.
 
교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에 긴장이 묻어납니다.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요.
 
반 친구들은요?
 
떨리는 마음으로 교무실 문을 두드리자 곧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 문을 열고 당신을 반깁니다.
 
선생님:처음 보는 얼굴인데, 네가 전학생이냐? 이름이…. 권혜연 맞지?
내가 2반 담임이야. 체육 담당이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
공부는 좀 하니? 초면에 이런 거 물어보면 실례인가? 아무튼 간에 3학년이니까 너무 소란피우지 말고 조용하고 안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도록 하자.
 
권혜연:네, 안녕하세요. (피곤한 얼굴의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요, 조용하고 안전하게 지내야죠. 잘 부탁드립니다! (해맑게 인사를 드리고 교무실을 나옵니다.)
 
당신이 선생님의 말씀에 대충 대꾸하며 걸어가자 곧 2반이 눈에 들어옵니다.
 
문 너머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오네요.
 
그것마저 선생님 뒤로 따라 들어오는 낯선 당신의 얼굴이 보이자 곧 멎었지만요.
 
선생님:조용히들 해라. 니네는 어둠의 자식들이냐? 이렇게 불을 끄고 살면 뭐가 보이기는 해? 창문도 좀 열어라. 반에서 양말 썩은 내 난다.
오늘부로 우리 반에 전학 온 친구가 있다. 권혜연. 자기소개해라.
 
권혜연: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새로 전학 온 권혜연이라고 합니다. 같은 반 친구로 만나게 되어 반갑고, 앞으로 잘 부탁해요! (여느 학급의 분위기와 똑같은 모습에, 웃으며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칩니다.)
 
당신이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치자 소심한 박수 소리가 몇 따라붙습니다.
 
학생 수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아요.
 
기껏해야 열 여섯 명 정도로밖에 안 보입니다.
 
선생님이 교실 내를 둘러보더니 창가 쪽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선생님:너는 저쪽에 가서 앉아라. 옆에 앉은 애는 애 좀 도와주고 그래.
 
선생님이 가리키는 쪽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검은 머리칼이 보입니다.
 
보랏빛인 듯 하다가도 햇빛에 반사되면 하늘처럼 청량한 푸른빛을 내는 오묘한 색의 눈동자가 당신을 향합니다.
 
이리저리 뻗친 머리카락, 밝게 걸린 미소.
 
그 위로 쏟아지는 가을햇살...
 
그 때문인지 언뜻 보이는 얼굴이 투명한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신의 짝꿍이 되겠네요.
 
머리는 좀 뻗쳤지만, 착용한 액세서리 하나 없이 단정한 모습입니다.
 
발걸음을 옮겨 그의 곁에 앉자, 당신의 짝이 곧 당신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정서연:안녕!
 
권혜연, 심리학 판정
 
권혜연: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짝꿍의 얼굴이 낯설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쩐지 반갑고…….
 
서글퍼 보이는 얼굴입니다.
 
대체 왜?
 
??? 기능치 10 상승
 
권혜연:(처음 보는 얼굴임이 분명한데요. 왜인지 낯이 익은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응, 안녕! (일단 밝게 인사를 건넵니다.) 아까도 소개했지만... 권혜연이라고 해!
 
당신의 인사에 눈을 끔뻑이는 낯에는 조금 놀란 기색이 보이기도 합니다.
 
얼굴에 뭐라도 묻은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놀랄 일이 어디 있겠어요?
 
정서연:...나는 정서연이야! 혜연아! ...저기, 나 어디서 본 적 없어?
 
권혜연:어, 서연아, 혹시 우리 어디서 마주친 적 있어?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는데, 자세히 기억이 안 나서... (멋쩍게 웃으며 묻습니다.)
 
정서연:(불만스레 입술 삐죽이나 싶더니 고개 도리도리 젓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알아가면 되지! 잘 부탁해! (어쩐지 결연한 얼굴로 손 꼭 쥐어요.)
 
권혜연:(불만스러운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미안한 기분이 듭니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아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걸요. 결연한 표정의 그녀를 보곤 싱긋 웃으며 대답합니다.) 응, 그래!
 
정서연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선생님이 출석부를 교탁에 내리치며 소리 지릅니다.
 
전학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떠드냐! 하시면서요.
 
아무래도 짝꿍과의 인사는 나중에 나눠야겠어요.
 
선생님:아무튼 조례 끝. 1교시 영어니까 교과서 잘 챙기고. 전학생은 오늘 하루만 책 빌려서 써라. 이상.
 
선생님이 조례를 마치고 나가시자마자 학생들의 시선이 당신에게 꽂힙니다.
 
금방이라도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낯임이 뻔히 보입니다.
 
다만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립니다.
 
왜일까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냥 물어보면 될 것을.
 
물론 귀찮은 일이 줄었으니 당신에겐 좋은 일이겠지만….
 
어쩐지 찝찝합니다.
 
설마 따돌림 같은 것은 아니겠죠.
 
기껏 소원도 빌었는데...
 
당신은 습관적으로 교과서를 준비하기 위해 책상 서랍 안으로 손을 넣습니다.
 
아... 맞아요.
 
당신은 전학생이었죠.
 
책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누군가에게 책을 빌려야 할 것 같은데.
 
주위를 돌려보면 당신에게 선뜻 책을 빌려주려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 근데 아까부터 당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지 않나요?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오롯이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그 시선이요.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면, 정서연이라 했나요?
 
당신의 짝꿍이 당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권혜연:... ... (모르는 척 하기도 어려운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봅니다.) 저기, 서연아. 혹시 교과서 좀 같이 봐도 괜찮을까?
 
정서연:응! 안 그래도 그 말 하려고 했어!
 
정서연이 제 책상에 놓인 영어 교과서를 손으로 툭툭 두드립니다.
 
웃고 있는 정서연의 낯 뒤로, 가을 하늘이 청명하게 햇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그때 앞문이 열리는 소리를 내며 영어 선생님처럼 보이는 사람이 들어옵니다.
 
바로 당신에게 와 닿는 시선이 자연스럽습니다.
 
담임 선생님께 이야기를 전해 들으신 모양입니다.
 
영어 선생님: 네가 전학생이니?
 
묻는 낯이 여상스럽기만 합니다.
 
당신이 대답할 새도 없이 출석부에 뭔갈 휘갈기시더니 수업을 시작하자며 교과서를 펼치십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의 짝이 당신과 가까이 붙어 교과서를 넘깁니다.
 
... 깜짝 놀랐잖아요.
 
순간 훅 끼쳐오는 향이 꼭…….
 
서늘한 가을의 냄새를 닮았습니다.
 
...
 
수업을 듣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학생 대부분이 전멸한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선 열을 올리시며 수업에 열중하고 계시네요.
 
그런 광경을 본 당신의 표정이 웃겼는지 옆에서 작게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정서연이 손에 쥔 샤프를 교과서 빈 공간에 몇 번 굴려 글자를 적곤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수업 재미없지.
 
권혜연:(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몰래 고개를 끄덕입니다.)
 
저 선생님 수업 원래 재미없기로 유명해. 별명도 있다? 자장가!
 
권혜연:(고개를 푹 숙이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습니다. 자장가...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네요.)
 
정서연:(따라서 으흐흐 웃어요. 그러더니 끼고 있던 이어폰 한쪽 내밀며 입 뻐끔거립니다. 같이 듣자.)
 
권혜연:그럴까? (속삭이듯 대답하고는 이어폰을 귀에 꽂습니다.)
 
이어폰을 꽂자 노랫소리가 흘러들어옵니다.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던 정서연이 다시금 교과서 귀퉁이에 글자를 끄적입니다.
 
노래 좋지? 내가 좋아하는 노래야.
 
권혜연:(고개를 끄덕이고는 연필을 들어 옆에 글씨를 씁니다.) 응, 완전!
 
나 이 노래 피아노도 칠 줄 알아! 학교 끝나고 시간 있으면 들려줄게.
 
권혜연:진짜? 좋아! 꼭 들려줘야 해!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글씨를 씁니다.)
 
당신의 글씨를 확인한 정서연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집니다.
 
햇빛이 창문을 투과해 정서연의 뒤에서 빛납니다.
 
근데, 어라…….
 
권혜연, 관찰력 판정
 
권혜연: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8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서연의 얼굴이 조금 투명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일일까요?
 
분명 아까도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나요.
 
역시 기분 탓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단순히 햇빛으로 인한 잔상일까요?
 
눈을 몇 번 깜빡이다 다시 뜨면 햇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금세 교실에 그늘이 집니다.
 
... 정서연의 얼굴은 멀쩡합니다.
 
그 순간 종이 칩니다.
 
영어 선생님: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자.
 
곧 선생님이 자리를 뜨시고 살아있던 학생들도 엎드려 잠을 택합니다.
 
아직 1교시밖에 안 됐는데 말이죠.
 
그때 문득 대각선 너머에 앉아있던 학생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 학생은 화들짝 놀라며 당신의 눈길을 피합니다.
 
단체로 낯이라도 가리는 걸까요.
 
그래도 시간을 가지면 조금씩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기능치 10 상승
 
...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적응하는 새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갔고 단 아무도 당신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습니다.
 
당신 옆의 짝꿍 말고는 정말이지 아무도요.
 
종례가 끝나자마자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가방을 가지고 불시에 교실을 뜹니다.
 
당신과….
 
정서연을 남겨두고요.
 
설마 왕따라도 당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걱정이 자꾸만 앞섭니다.
 
정서연:무슨 생각해? 가자!
 
당신을 향해 돌아본 정서연의 표정은 밝습니다.
 
꼭 지금만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급하게 자리를 정리하고 교실 문밖으로 나서는 정서연은…….
 
지나치게 신나 보여요.
 
잠깐 어울리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정서연이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어쩐지 지독하게 익숙한 장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당신을 휘감습니다.
 
??? 기능치 10 상승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신은 그 손을 잡나요?
 
권혜연:(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이렇게 좋은 친구인걸요. 서운해하는 표정은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녀의 손을 잡습니다.)
 
맞잡은 손이 얼음장처럼 차갑습니다.
 
꼭 손에만 피가 돌지 않는 사람처럼….
 
정서연:계단으로 갈까, 엘리베이터로 갈까? (헤실 웃어요.)
 
권혜연:계단으로 가자! (엘리베이터는 아직도 영 불안합니다...)
 
정서연:그래! (총총총 손 이끌고 계단 오릅니다.)
 
잠깐, 오른다고요?
 
예술실은 분명 임시지만 1층으로 옮겨졌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권혜연:서연아, 잠깐만! 예술실 옮겼다고 하지 않았어? (얼떨결에 그녀를 따라가며 의아한 투로 묻습니다.)
 
정서연:응? 아! 5층 공사 얘기? 사실 그거 다 뻥이야! 못 가게 막아둔 건 애들이 자꾸 예술실에서 귀신을 봐서 그래. 궁금하지 않아? (흐흐)
 
권혜연:아, 그래...?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전학생인 자신보다는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얌전히 따라가기로 합니다.) 그럼 얼른 가자!
 
곧 5층에 도착하고, 몇 걸음 앞에 예술실이 보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스산한 공기가 온몸을 감쌉니다.
 
꼭…. 그때 같지 않나요?
 
그래요. 그날 밤 호기심에 이끌려 갔던 마을 회관과 비슷한 공기입니다.
 
당신이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다 문턱에 걸려 넘어질 뻔하자, 정서연이 당신을 잡으며 걱정에 찬 낯으로 바라봅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면서요.
 
금방 놓은 정서연의 손이 여전히 차갑습니다.
 
괜찮은 걸까요.
 
정서연은 천천히 너저분하게 널린 물품들을 피해 피아노까지 걸어가 의자를 꺼내 걸터앉습니다.
 
정서연:혜연아, 여기여기. (옆자리 팡팡)
 
권혜연:(어쩐지 이곳에 온 첫날 보았던 마을회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돌아가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다가가서 그녀의 옆자리에 앉습니다.)
 
정서연:(히 웃더니 연주를 시작합니다.)
 
잔잔한 피아노소리가 곧은 손끝을 타고 예술실을 울립니다.
 
정서연의 피아노 솜씨는 생각보다 더욱 능숙한 것이, 어쩌면 의외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은은한 피아노소리에 희미한 허밍음이 얹혀집니다.
 
정말 신이 난 모양인지 정서연이 흥얼거리는 소리입니다.
 
권혜연:(가만히 눈을 감고 피아노 소리를 감상합니다. 곧이어 피아노 선율 위에 희미하게 얹어지는 그녀의 목소리도 함께요.)
 
머지않아 곡이 끝나고, 손의 움직임이 멎습니다.
 
??? 기능치 15 상승
 
피아노까지 쏟아져 내리는 빛이 눈 부십니다.
 
공기 중에 부유하는 먼지가 꼭 보석이라도 되는 양 반짝거립니다.
 
더없이 여유롭고 따사로운 분위기입니다.
 
그 가운데에서 빛을 받고 있는 정서연은 꼭….
 
......
 
이상합니다.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분명 정서연의 얼굴에서 스쳐 지나가는 햇빛을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정서연의 얼굴이, 투명해져서….
 
정서연:이제 그만 가자! 데려다 주라, 혜연아.
 
... 상념은 정서연의 목소리에 금방 흩어집니다.
 
당신을 바라보며 웃는 정서연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맑습니다.
 
권혜연:(곡이 끝나고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눈앞의 그녀의 모습입니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녀의 목소리에 흠칫 정신을 차립니다.) 어... 그럴까? 그래, 그럼. (마침 자전거에 뒷좌석도 있겠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세워두었던 자전거를 이끌고 교문 밖을 나섭니다.
 
아침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옆에 정서연이 있다는 정도일까요.
 
정서연을 뒷좌석에 태우고 나면 자연스럽게 정서연이 당신의 교복 옷자락을 잡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자전거 뒷좌석은 불편할 테고 잡을 곳도 없으니 달리다 넘어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야….
 
하지만 자꾸만 눈치 없이 달아오르는 얼굴은 어쩔 수 없습니다.
 
권혜연:흠, 흠... (작게 헛기침을 합니다. 어차피 바람 소리에 묻히겠죠. 전학 온 첫 날. 살가운 짝꿍. 비록 반 친구들은 아직까지 불편한 기색을 보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첫날 같습니다. 조금... 설레는 기분과 함께요. 뒷좌석에 앉아 웃고 있을 그녀의 얼굴을 생각하니 또다시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정서연:(바람에 휘날리며 얼굴을 때리는 머리카락에 잠깐 인상 찌푸립니다. 머리 슥삭삭 넘기고는 아예 냅다 당신 허리 감싸안고 등에 기대요.)
 
권혜연:(그녀가 자신을 감싸안고 몸을 기대자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달리고 있는 자전거를 멈출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애써 집중하며 자전거를 타보지만, 이리저리 흔들리며 옮겨지는 시선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정서연:(입에 들어간 머리카락 에테테 뱉어냄...)(눈 깜빡이다가는.) 혜연이 등 따뜻하다! (헤헤 웃습니다.)
 
권혜연:(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가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어디 부딪히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대로 있고 싶습니다. 그녀에게 안겨서, 이대로 쭉 함께 있고만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동시에, 어쩐지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어 자꾸만 가벼운 헛기침을 해댑니다.)
 
한참을 꼭 안긴 채로 페달을 밟았을까요.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페달이 무거워지더니….
 
급기야 뒷바퀴가 굴러가지 않는 지경에 도달했습니다.
 
필연적으로 자전거가 멈추자 정서연이 당신의 눈치를 보며 뒷좌석에서 내립니다.
 
정서연:...내, 내 탓 아니야! (시선 피함.)
 
어쩔 수 없이 걸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곧 겨울이라서일까요, 날도 아까만큼 밝지는 않습니다.
 
여름이 금방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권혜연:어, 어라... ... 괜찮아! 걸어가면 되지. (오래되었다 싶더니만, 결국에는 멈추어버린 자전거에서 내립니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질질 끌고 갑니다.)
(그렇게 걷다가,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습니다. 그녀도 아까 예고도 없이 끌어안은 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정서연:(손이 잡히자 눈 끔뻑이며 돌아보더니, 활짝 웃으며 누가 봐도 신이 난 기색으로 팔짱까지 껴버려요.)(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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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연:(한 술을 더 떠 팔짱까지 껴버리자 오히려 당황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마 평생 그녀를 못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 어느 방향이야?
 
정서연:너네 집 쪽! (찰싹 달라붙음)
 
권혜연:으응? (그녀가 농담을 하는 거라 생각하고는 피식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합니다.) 너 데려다주려고 하니까, 얼른 알려줘~.
 
정서연:거짓말 아니야! 너네 집 쪽 맞아. 너 파란 집에서 살잖아.
 
권혜연:엇, 어떻게 알았어? 나 이사온 지 사흘밖에 안 됐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습니다.)
 
정서연:파란 지붕 집에 누가 들어온다던데, 그게 너 말고 또 누가 있겠어? 동네가 좁아서 이미 얼굴 다 알아! (ㅎㅎ)
 
권혜연:하긴, 동네가 좁긴 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합니다.) 아, 그럼 혹시 그 꼬마애도 알아? 외동이고, 할머니랑 같이 있는 애. (꼬마가 '누나'라고 부르던 사람이 그녀일까 싶어 물어봅니다.)
 
정서연:응, 알아! 동동이! (사람 이름이라기엔 뭔가 좀 아닌 듯한 이름 대며 고개 끄덕입니다.)
 
권혜연:동동이...? (꼬마의 별명이라도 되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자신이 꼬마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쨌든, 그녀와 함께 집으로 향합니다.)
 
걷다 보면 필연적으로 왼편에 마을 회관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 동네에 길은 한 곳밖에 없으니까요.
 
예의 그 날 밤에 일어난 일 때문일까요, 어쩐지 거부감이 든다고 생각될 무렵….
 
정서연이 당신을 팔꿈치로 툭 치곤 마을 회관을 가리킵니다.
 
설마…. 가자는 뜻일까요?
 
권혜연:...가자고? (밤에 있었던 이상한 일이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굳이 가고 싶지는 않은 장소입니다. 물론 그녀가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겠지만요.)
 
정서연:응! 그냥 가기엔 심심하잖아. (헤헤 웃습니다.) 혜연이랑 더 같이 있고 싶은데.
 
권혜연:으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저렇게 화사하게 웃으면서 말하는데 어떻게 거절을 하겠어요. 잠시 고민하다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마을회관으로 향합니다.) 혹시 너도 밤에 피아노 소리 들은 적 있어? 여기서 나는 것 같던데.
 
정서연:음? 글쎼~? (얼버무리며 룰루랄라 따라 걷습니다.)
 
어쩐지 정서연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집을 세워 보려고 해도 잘 안 되는 느낌이에요.
 
자전거를 세워두고 들어간 마을 회관은 그때만큼 으스스하거나 소름이 돋진 않습니다.
 
밤이 아니라서 그런 걸까요.
 
어쩌면 다른 사람과 함께 와서일 수도 있고요.
 
정서연은 당신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마을 회관 한가운데에 놓인 피아노로 걸어가 의자를 꺼내 걸터앉곤 금방 연주를 시작합니다.
 
권혜연, 듣기 판정
 
권혜연: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다시 들어보니 소리가 뚝뚝 끊기는 것 같아요.
 
건반 하나가 고장난 것 같네요.
 
뭔가에 걸린 것 같기도 하고...
 
권혜연:서연아, 이거 소리가 좀 이상한데... 고장난 것 같지 않아? (피아노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딱 들어도 어딘가 이상합니다.)
 
정서연:응? 그러게! 오래된 거니까 그럴 수도 있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합니다.)
 
권혜연:으음, 하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괜히 신경을 썼나 싶습니다.) 근데 아까도 느꼈지만, 너 피아노 진짜 잘 친다~.
 
정서연:그치? (칭찬이 좋은지 헤헤 웃음소리를 냅니다.) 너도 같이 치자! 아니면 신청곡 쳐줄까?
 
권혜연:어, 나는 피아노 칠 줄 몰라서... (머쓱하게 웃습니다.) 신청곡? 으음... 가요도 괜찮다면, 너랑 나!
 
정서연:너랑나! 칠 줄 알아! (뿌듯한 얼굴로 다시 고개돌려 건반 위에 손 얹습니다.) 노래도 불러줄까?
 
권혜연:응, 불러줘! (고개를 끄덕입니다.)
 
정서연:히히, 좋아! (두어 번 목 가다듬는 소리 내더니 연주를 시작해요.)
시곌 보며 속삭이는 비밀들, 간절한 내 맘속 이야기~
지금 내 모습을 해쳐도 좋아, 나를 재촉하면 할수록 좋아. (밝은 목소리 때문인지 분위기에 맞지 않게 퍽 동요스러운 노래가 되었습니다만, 뭐 어떤가요. 즐거우면 그만인 것을요. 웃는 얼굴로 가사를 읊어갑니다.) 내 이름 불러줘.
손 틈새로 비치는 내 맘 들킬까 두려워, 가슴이 막 벅차 서러워. 조금만 꼭 참고 날 기다려줘.
너랑 나랑은 지금 안되지, 시계를 더 보채고 싶지만~ (곁에서 내 노랫소리를 들어주는 당신의 존재가 달갑습니다. 힐끔 바라보자 눈이 마주쳐요. 반가움에 절로 눈매가 사르르 접힙니다.) 네가 있던 미래에서, 내 이름을 불러줘.
내가 먼저 엿보고 온 시간들, 너와 내가 함께였었지.
 
정서연:나랑 놀아주는 그대가 좋아, 내가 물어보면 그대도 좋아.
내 이름이 뭐야?
손 틈새로 비치는 내 맘 들킬까 두려워, 가슴이 막 벅차 서러워. 조금만 꼭 참고 날 기다려줘.
너랑 나랑은 지금 안되지, 시계를 더 보채고 싶지만~ (높게 올라가는 고음도 무사히 넘겨가며 노래합니다. 단 둘뿐인 마을회관, 울려퍼지는 피아노의 선율과 비스듬히 비쳐드는 햇살. 건반 하나가 고장난 사실은 신경조차 쓰이지 않습니다.) 네가 있던 미래에서, 내 이름을 불러줘.
눈 깜박하면 어른이 될 거에요.
날 알아보겠죠, 그댄 기억하겠죠. 그래 기묘했던 아이~
 
정서연:손 틈새로 비치는 네 모습, 참 좋다.
손끝으로 돌리며, 시곗바늘아 달려봐. 조금만 더 빨리, 날아봐. 두 눈을 꼭 감고 마법을 건다.
너랑 나랑은 조금 남았지. 몇 날 몇실진 모르겠지만...
네가 있을 미래에서 혹시 내가 헤맨다면, 너를 알아볼 수 있게...
내 이름을 불러줘.
(노래가 끝이 납니다. 퍽 아쉬운 일이에요. 건반에서 손을 떼며 숨을 한 차례 고르고는 당신을 다시 돌아봅니다.) 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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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연:(홀린 듯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다가, 노래가 멎어버리자 아쉬운 마음이 앞섭니다. 울려퍼지던 피아노 선율도, 그리고 청아하게 노래를 부르던 그녀의 목소리도, 마음을 깊게 파고드는 것만 같습니다.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합니다.) ...너무, 좋았어. 연주도, 노래도...
(지금까지 보았던 이상한 일들을 전부 잊을 만큼 감미로운 노래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것만 같습니다. 문득 그녀가 자신을 아는 것처럼 말을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초면이 아니라는, 이상하리만치 굳건한 확신이 듭니다.) 서연아, 우리 만난 적... 분명히 있는 것 같아.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
 
정서연:(큰 눈을 깜빡이며 당신을 바라보는 얼굴에 걸린 미소가 기우는 노을빛에 주홍빛으로 물듭니다. 당신의 눈동자에 또한 일렁거리는 그 색채를 말없이 한참동안 바라보다가는, 대뜸 손을 뻗어 당신의 손을 잡아 당깁니다. 그러고는, 가까이 다가온 놀란 얼굴 위, 말랑한 입술에 짧게 제 입술을 맞붙였다가 떨어져요. 쪽, 하는 소리가 변명도 하지 못하도록 선명히 울려퍼집니다. 느닷없이 입을 맞추더니 퍽이나 만족스러운 낯으로 웃음소리 흘림에 어깨가 떨리자 자연스레 그 위에 얹힌 머리칼도 살랑여요, 붙잡힌 손은 어느샌가 꼭 깍지껴진 채입니다.) 해 지기 전에 들어가자! (입맞춤이 별 일도 아니라는 양 태연스럽게 그런 말을 뱉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요.)
 
권혜연:(그녀에게서 무언가를 알아내겠다는 의지 가득한 눈빛도 잠시, 그녀의 갑작스런 입맞춤 한 번에 그 다짐은 부질없이 녹아내립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고작 가벼운 입맞춤에 불과한데도, 방금 전까지 있던 그 눈빛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붉게 상기된 얼굴만이 그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너, 너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문이 막혀 말까지 더듬는 자신과는 달리 여전히 태연한 그녀의 모습에, 어쩐지 조금은 억울한 기분이 듭니다. 이젠 휘둘리지 말아야지. 또 그런 지키지 못할 다짐을 하며 그녀를 따라 몸을 일으킵니다. 맞잡은 손에 힘을 꼭 주어 단단히 그녀를 붙잡으면서서요.)
 
마을 회관에서 나와 얼마나 걸었을까요.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짐 덩어리로 전락해버린 무거운 자전거를 들고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서낭당이 나옵니다.
 
그때, 갑자기 정서연이 걸음을 멈추고….
 
서낭당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습니다.
 
무어라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꼭 홀린 사람인 것처럼요.
 
곧 당신을 앞질러 서낭당의 신목까지 성큼성큼 걸어가는 정서연을 어쩐지 말릴 수 없는 기분입니다.
 
정서연은 신목에 한 손을 얹고, 소원을 빌듯 눈꺼풀을 덮고 작게 중얼거립니다.
 
권혜연, 듣기 판정
 
권혜연: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정서연:... ... 다시 돌아가게 해 주세요.
 
바람 소리에 묻혀 일부분은 들리지 않습니다.
 
대체 어디로 돌아가고 싶다는 걸까요?
 
읊조리는 정서연의 목소리는 서글픈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기분이 듭니다.
 
아, 이 목소리.
 
... 정말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확실합니다.
 
??? 기능치 10 상승
 
정서연:신목에 대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대.
 
눈을 뜨고 돌아선 정서연의 시선은 오롯이 당신을 향해 있습니다.
 
정서연:나는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거든. ... ... 보고 싶었어. 혜연아. 너는 모르는 것 같지만.
 
이어진 정서연의 말은 생각보다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언제 어디선가 만난 적이 분명 있었다는 사실은 당신도 유추해낸 것이었으니까요.
 
당신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정서연은 당신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옵니다.
 
정서연:나는 이곳에서,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어.
 
내가 전부 다 제자리로 되돌려 볼게.
 
고백하는 목소리가 떨려옵니다.
 
도통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야기뿐입니다.
 
대체 뭘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이야기며,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말은 또…….
 
문득, 머리가 쪼개질 듯 아파옵니다.
 
곧 떠오르는 광경이 있습니다.
 
고무가 타는 냄새와 함께 흐려지는 시야, 따뜻한 액체가 흐르던 이마와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
 
비명 소리.
 
세게 잡아오는 누군가의 식어가는 온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던 당신.
 
권혜연, 이성 판정
 
권혜연: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정신을 차려보면 정서연이 당신을 걱정스러운 낯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방금 그 기억은 분명 당신이 당했던 사고 현장이었을 텐데요.
 
이게 갑자기 왜…….
 
정서연:...해가 다 져버렸네! 데려다줘서 고마워, 혜연아. 내일 봐!
 
... 혼란 속에서 마주한 정서연의 낯은 어둠 속에서 미미하게 빛을 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
 
정서연을 데려다주고 돌아와 바닥에 누웠습니다.
 
참 고단한 하루였어요.
 
전학 첫날이었던 것치고는 꽤 무난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주변에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벌레 우는 소리밖에 없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부드러운 이명이 공기 중에 떠다니자 비로소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슬슬 잠이 오는 것 같기도 하네요.
 
당신은 반쯤 잠이 든 상태로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합니다.
 
아까 신목 앞에서 떠올린 기억 속의 그 온기는 분명히…….
 
......
 
권혜연, 듣기 판정
 
권혜연: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저 멀리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쩐지 이 상황, 익숙하지 않나요?
 
마을 회관입니다.
 
꼭 며칠 전 그날처럼요.
 
당신은 속절없이 이끌리듯 바깥으로 나섭니다.
 
가을의 찬 공기가 당신의 얼굴에 부딪혀 스러집니다.
 
마을 회관을 향해 걷는 걸음엔 어떠한 확신 같은 것이 실려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돌부리며 나무뿌리가 발에 채는 것도 모른 채 무작정 걷다 보면 점점 피아노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며칠 전 그날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음산한 분위기입니다.
 
권혜연, 이성 판정
 
권혜연: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한 걸음 한 걸음 소리를 향해 걸어갈수록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악기는 연주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낸다고들 하잖아요.
 
분명히 떨리고 있었습니다.
 
꼭 마음이 불안한 사람이 연주하는 것처럼요.
 
낮과 다른 느낌에 낯설어할 틈도 없이 당신이 피아노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마자 예의 그때처럼 소리가 멈춥니다.
 
그리고 등 뒤에서…….
 
정서연:혜연아?
 
사라질 듯 가냘픈 목소리가 당신을 부릅니다.
 
... 놀랐잖아요.
 
정서연입니다.
 
이 시간에 이런 곳까진 어쩐 일일까요?
 
설마 이 피아노 소리의 주인이 정서연인 걸까요?
 
권혜연:네가 왜 여기에 있어? 이 시간에...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봅니다. 아무리 동네라고 하더라도, 이 시간에 마을회관까지 나올만큼 급한 일은 없을 텐데요.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서며 묻습니다.) 너도 피아노 소리 듣고 나온 거야? 아니, 혹시 네가 치고 있던 거야?
 
정서연:어어, 그냥 잠이 안 와서! 바람이나 좀 쐬려고. (머쓱한 듯 괜히 뒷머리 만지작거려요.) 응, 내가 친 거 맞아. 시끄러웠어? (힐끔...)
 
권혜연:아니, 시끄러웠다기보다는... ... (어딘가 불안해보여서, 라는 말을 속으로 삼킵니다. 이 시간에 바람을 쐬려고 나왔다는 말을 믿어야 할까요.) 얼른 들어가. 어두운데 밖에 있으면 위험하잖아, 응? 집까지 데려다줄 테니까 얼른 가자. (그녀의 손을 잡고는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정서연:어? 아니야, 안 위험한데... (종알거리면서도 얌전히 졸래졸래 잡혀갑니다.)
 
권혜연:들어가서 자.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는 그녀의 집 앞까지 갑니다. 왜인지 집에서는 그토록 듣기 싫었던 잔소리를 똑같이 따라하고 있는 느낌에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렇다고 이 늦은 시간에 마을회관에 그녀를 홀로 두고 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정서연:어어, 괜찮은데... (질질질... 반쯤 끌려가면서도 미련이 남는 듯 마을회관 자꾸자꾸 돌아봅니다. 진짜에 진짜로 괜찮은데. 그래도 당신과 손을 잡고 밤길을 걷는 건 기분이 좋아서 영 아리송해집니다. 질질질.)
 
권혜연:들어가서 잘 거지? 다시 안 나올 거지? (그녀의 집 앞까지 도착해서는 그녀를 타이르고 다짐을 받아내듯 묻습니다.) 내일도 나랑 놀려면 일찍 자야지. (너무 엄격하게 굴었나 싶어 살짝 그녀의 눈치를 보다가, 그녀를 꼭 안아줍니다. 이걸로 대신 기분을 풀라는 것처럼요.)
 
정서연:(뚱한 얼굴로 잔소리 듣다가... 폭 끌어안기자 땡그래집니다. 마주 꼬옥 안아요.) 응, 알았어! 내일도 혜연이랑 많이많이 놀 거야. (히히.) 잘 가, 혜연아!
 
권혜연:잘 자, 서연아. (그녀를 두고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합니다. 가는 중에도 몇 번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듭니다.)
 
멀어져가는 당신을 향해 정서연 역시 한참동안 서서 손을 흔들어줍니다.
 
이제 반팔만 입고 다니기는 꽤 쌀쌀한 날씨가 되었네요.
 
당신의 어깨 위로 짙게 깔리는 어둠이 두렵지만은 않은 밤이었습니다.
 
??? 기능치 10 상승
 
...
 
그리고 그 뒤로 30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신은 전학 온 이래로 계속해서 정서연과 함께 다녔습니다.
 
함께 수업을 듣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대화를 나누고.
 
정서연은 꼭 당신을 잘 아는 것처럼 친근했고, 당신은 그 사실 자체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직 정서연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과는 대화를 나눠보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다고 보는 것이 좋을까요.
 
당신이 말을 걸기 위해 다가간 순간 몸을 흠칫 떨고 시선을 피하며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 일쑤였으니까요.
 
따돌림이라도 당하는 걸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가방을 내려놓고 여느 때와 같이 옆자리로 시선을 돌리면,
 
... ... 늘 당신보다 먼저 자리에 앉아 당신을 반겨주던 정서연이 오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걸까요.
 
걱정 비슷한 감정이 차오르기 직전 선생님이 늘 들고 다니던 막대기로 교탁을 탁탁 내리칩니다.
 
선생님:오늘 자리 바꾸는 날이지? 1번부터 나와서 제비 뽑아라.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당신의 번호는 맨 끝인 17번입니다.
 
당신의 차례가 가까워지네요.
 
권혜연, 1d17 판정
 
권혜연:8
 
안타깝게 정서연과는 같이 앉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긴, 1년 내내 붙어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당신이 가방과 짐을 들고 새 자리로 옮겨 앉자 미리 당신의 옆에 있던 짝이 옆을 돌아봅니다.
 
인사를 건넬 수도 있겠네요.
 
권혜연:어... 안녕? (조금은 어색한 투로 먼저 인사를 건네봅니다.)
 
짝: ... ... .
 
어라, 지금….
 
시선을 피한 건가요?
 
권혜연, 심리학 판정
 
권혜연: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떨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건 따돌리는 것이라기보단….
 
꼭 당신이 따돌린 것 같은 꼴이 되겠습니다.
 
당신을 두려워하고 있잖아요.
 
아무래도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권혜연:저기, 혹시... 내가 뭐 실수한 거 있어? (눈치를 보다가 묻습니다.)
 
짝: 모, 몰라…. 물어보지 마. 너, 너랑 대화하면 안 돼.
 
권혜연:...? (의아한 표정으로 짝을 쳐다봅니다. 물어보고 싶은 건 많지만, 더 물어봐도 대답해줄 것 같지 않아 입을 다뭅니다.)
... ...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실수라고 할 만한 게 없습니다. 용기를 내어 한 번 더 말을 걸어봅니다.) 으음... 왜 나랑 대화하면 안 돼?
 
짝: 너…. 너 자꾸 허공을 보면서 대화하고…. 아, 아냐. 못 들은 척해줘.
 
권혜연:허공...? (귀신이라도 본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합니다.) 나 매일 서연이랑 얘기했는데? 내 예전 짝 있잖아, 정서연.
 
짝: ... 너…. 정말 아무것도 몰라? 네 옆자리엔 아무도 없었단 말이야. 무섭게 자꾸 왜 그러는 거야. 그, 그 귀신 이름이 정서연이야? 모, 몰라. 우리 학교. 아니, 우리 마을에는 그런 애 없어. 이, 이제 말 걸지 마.
 
지금 이게 무슨 말이죠?
 
제대로 들은 것이 맞았다면...
 
정서연이 귀신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당신의 사고는 선생님이 당신의 책상 근처에 떨어뜨린 출석부로 인해 분산됩니다.
 
당신은, 당신도 모르게, 출석부를 주워서... ... 열어봅니다.
 
1번, 2번, 3번, 4번,
 
... ... 17번 권혜연.
 
그 어디에도 정서연의 이름은 없습니다.
 
출석부를 건네달라며 악쓰듯 소리 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 따윈 들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당신이 봤던 정서연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일순 떠오르는 광경이 있습니다.
 
오후 네 시의 예술실.
 
조금씩 저물어가기 시작하며 부서져 내리는 햇빛.
 
그리고 피아노 의자에 앉아 그 빛을 받던 투명한 얼굴의 정서연.
 
권혜연, 이성 판정
 
권혜연: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감소
 
......
 
어떻게 수업을 듣고 교문을 나섰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어쩌면 수업조차 듣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섰을지도요.
 
정서연이 사람이 아니었다니요.
 
당신이 지금껏 알아왔던 것은 그저 허상일 뿐이었을까요.
 
온갖 생각이 당신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채 어지럽게 물들입니다.
 
어쩐지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한 느낌입니다.
 
당신은 분명 정서연에게 닿았습니다.
 
정서연과 대화를 나누었고 정서연을 직접 눈에 담았으며 정서연에게서 나는 가을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허상이고 꿈이고 한낱 유령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현실이었습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당신이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정서연과 함께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던 그 길을 걷고 있음을 눈치챕니다.
 
고개가 왼편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야 이 동네에 길은 한 곳밖에 없으니까요.
 
마을 회관입니다.
 
권혜연:서연이... (정서연과 있었던 일들을 곱씹습니다.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나, 주고받던 글귀들, 그리고 노래를 들려주던 모습. 전부 귀신에게 홀렸던 걸까요.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다정한 기억들 뿐입니다. 마을회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녀가 치던 피아노가 있을 그곳으로 향합니다.)
 
마을 회관으로 발을 들이면 예의 그 날 밤과 같은 분위기는 나지 않습니다.
 
그저 텅 빈 듯한 공허함이 느껴질 뿐입니다.
 
가득 들어차 있던 것이 빠져나간 기분.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기분.
 
당신은 이 좁으면서도 한없이 넓게 느껴지는 공간에서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권혜연:(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다가 피아노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낡디낡은 피아노입니다.
 
한밤중, 정서연이 앉아서 한참을 연주하던 바로 그 피아노요.
 
정서연은 이 자리에 앉아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근데…. 건반 하나가 좀 이상해 보이지 않나요?
 
어딘가 어색하잖아요.
 
꼭 있어서는 안 될 자리에 있는 것처럼.
 
매만져보면 다른 건반보다 유난히 높이 솟아오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거 아무래도 건반 안쪽에 뭔가 걸려있는 것 같은데요?
 
권혜연:(어딘가 어색해보이는 건반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건반을 손가락으로 들어올려봅니다.)
 
권혜연, 근력 판정
 
권혜연: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작게 빛나는 무언가가 뜯어낸 건반 안쪽에 걸려 있습니다.
 
권혜연:뭐지...? (눈을 가늘게 뜨고 건반 안쪽에 걸려있는 것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이거…….
 
정서연의 반지잖아요?
 
이게 왜 이 안에 들어가 있었던 걸까요?
 
어라, 근데 당신, 정서연이 이 반지를 끼고 다녔던 걸 본 적이 있나요?
 
그런데도 당신은 어떻게 이 반지가 정서연의 것인 걸 알고 있는 거죠?
 
그야 본 적이 있으니까요.
 
근 한 달 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전에, 정서연은 분명히 이 반지를 끼고 다녔습니다.
 
그런 기억이 납니다.
 
...... 지금 당장 정서연은 찾아야 합니다.
 
물어야 할 것이 많지 않나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막연하게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이 듭니다.
 
더 늦기 전에 정서연을 당신의 눈에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야 당신에게 말도 없이 사라지면…. 슬프지 않겠어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일단은요.
 
권혜연:(정서연의 반지를 꺼내어 챙긴 후 급히 마을회관을 뛰어나옵니다. 정서연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마을회관에서 그녀가 피아노를 치고 있던 날에 그녀를 데려다주었던 곳부터 가봅니다.)
 
...
 
당신은 마을 회관에서 나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닙니다.
 
같이 걸었던 거리, 집으로 올라가던 언덕길, 할머니 집 근처, 다시 학교.
 
그 어딜 찾아보아도 정서연은 보이지 않습니다.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습니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져 가고 풀벌레 소리가 점점 커질 즈음, 이를 비집고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꼬마:누나!
 
아…. 할머니 댁 손자입니다.
 
대체 뭘 바랐던 걸까요?
 
꼬마는 온종일 뛰어다녔는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당신에게 말을 붙여옵니다.
 
꼬마:혹시 누나 못 봤어요? 오늘 안 보이던데….
 
할머니:그 애는 이제 사라질 때가 된 거지.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그때 꼬마의 뒤를 따라붙는 느릿한 목소리가 있습니다.
 
권혜연:누나? 서연이 얘기하는 거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다가 할머니를 쳐다봅니다.) 사라질 때요...? 그게 다 무슨 얘기예요?
 
할머니는 할 말이 많지 않겠느냐며 밭 옆에 허름하게 세워져 있는 정자를 가리키십니다.
 
앉자는 듯이요.
 
권혜연:(당장 정서연을 찾는 게 급했지만, 일단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듯한 할머니를 따라가봅니다.)
 
정자에 나란히 앉아 있노라면 할머니께서 입을 여십니다.
 
혼의 색이 탁한 것은 아니니 한이 맺힌 것은 아니다.
 
애초에 망자와 생자가 어울려서 좋은 결말을 맺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 애는 흐려서 애초에 얼마 가지도 못할 혼이었던 거다.
 
보아하니 너도 귀신 보는 눈이 뜨인 것 같은데 신내림 받을 것이 아니라면 그냥 잊고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
 
몸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다 산 사람을 위해서 하는 소리니 고깝게 듣진 마라.
 
하시면서요.
 
그때 문득, 쏟아질 듯 빛나는 별들이 당신의 눈에 들어옵니다.
 
아…. 완전한 밤이 되었습니다.
 
영혼의 힘이 가장 강해지는 시간.
 
정서연의 반지가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당신이 자리를 뜨려는 듯 정자에서 일어나면 할머니께서 덧붙이는 말이 있습니다.
 
할머니:(말 지지리도 안 듣는 손주 보듯 혀 끌끌 찹니다.) 네게선 주신의 기운이 느껴진단다. 그 애에게서도 말이지. 보아하니 아직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가 보구나. 행운을 빈다.
 
권혜연:...! 감사합니다, 할머니!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니, 그나마 희망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일단은 정서연을 찾아야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든, 궁금한 걸 묻든, 일단은 찾아야겠어요. 서둘러 몸을 일으켜 다시 그녀를 찾아 나섭니다.)
 
당신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안 가본 곳이 또 어디 있을까요?
 
같이 걸었던 거리, 집으로 올라가던 언덕길, 할머니 집 근처, 다시 학교…….
 
권혜연, 지능 판정
 
권혜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
 
급하게 뛰어다니던 권혜연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고 맙니다.
 
체력 1 감소
 
다시 지능 판정
 
권혜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순간 당신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서낭당.
 
그리고 신목.
 
...
 
어째서 처음부터 서낭당을 가지 않았던 걸까요.
 
정서연은 줄곧 그곳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소원을 빌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당신은 서낭당을 향해 걷습니다.
 
걸음이 점점 빨라지는 것을 걷잡을 수 없습니다.
 
가을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돌이 발에 채고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질 뻔해도 멈출 수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정서연은 신목에 손을 얹고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그날처럼, 어쩌면 그날과 달리.
 
그야 정서연은 그날 울지 않았으니까요.
 
인기척에 놀라 돌아본 정서연의 얼굴은 확실히 투명해져 있습니다.
 
사람이라기엔….
 
잔상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정말로 유령이었군요.
 
정말로…….
 
죽은 걸까요. 정서연은.
 
정서연:...혜연아. (눈물범벅인 얼굴을 수습해낼 정신도 없습니다. 훌쩍이는 소리를 뱉고는, 떨리는 걸음걸이로 당신에게 다가가요. 먹먹하게 잠긴 목소리가 겨우 당신의 이름을 불러냅니다.)
 
당신을 향해 걸어오는 걸음마다 파도에 밀려오듯 점점 기억이 나기 시작합니다.
 
마주 안고 서툴게 사랑을 속삭이던 순간,
 
손을 잡고 걷던 순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던 순간,
 
그리고 당신을 세게 잡아오던 온기.
 
당신을 끌어안고 쓰러지던 차게 식은 품.
 
어떻게 잊을 수가 있었을까요.
 
어떻게, 몰라볼 수가 있었을까요.
 
당신을 살려놓고도 당신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던 강인하고도 나약한 목소리.
 
당신의 입으로 직접 말해보세요.
 
그 사람의 이름은 바로….
 
...권혜연, '정은서' 판정.
 
권혜연:
정은서 Roll
기준치: 95/47/19
굴림: 9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게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당신을 부둥켜안던, 사랑한다 속삭이던, 눈 앞에서 당신을 바라보는 이의 이름.
 
이제 당신은 압니다.
 
권혜연, 부디 그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권혜연:... ...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기억들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잊어서는 안 될 사람. 잊을 수 없는 사람. 눈앞에 서 있는, 당장이라도 사라져버릴 듯 흐릿해져버린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이젠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일까요, 아니면 울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표정일까요.) 은서, 은서야. ...정은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떨려옵니다. 여태껏 불렀어야만 하는, 그녀의 이름. 그녀가 '정서연'이라는 이름을 단 채로 불러달라고 했던, 자신이 불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녀의 이름.)
 
정은서:......어? (당신의 부름에 퍼뜩 정신이 듭니다. ...아, 정은서. 내 이름. 맞아요, 내 이름은 그런 모양이었어요. 정서연 같은 게 아니라, 나는.......)(잠시 멈추어섰던 걸음이 순식간에 달음박질로 바뀝니다. 한달음에 달려가 당신을 와락 끌어안아요. 잊고 있던 이름을 떠올려내고, 동시에 깨닫습니다. 당신이, 당신이 드디어 나를 기억해내줬어요. 30일만에, 드디어!) 흐, 으아앙, 혜연아아...!! (차오른 울음소리를 그대로 뱉어냅니다. 엉엉거리는 흐느낌을 쏟아내며 힘주어 당신을 품에 안아요.) 나, 나 기억나지? 기억나는 거 맞지, 혜연아아...
 
권혜연:(자신에게로 달려와 안긴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등을 토닥입니다.) 울지 마. 울지 마, 은서야... 내가 미안해, 미안... (제 품 안에 가득 안겨서 서럽게 우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제 눈에도 금세 눈물이 차오릅니다. 연신 사과를 하면서도 어떻게든 그녀를 달래보려 애를 씁니다.) 은서야, 미안해. 더 빨리 기억했어야 했는데... 미안... (울음을 그치라는 듯 그녀의 등을 살살 쓸어줍니다.)
 
정은서:(당신의 따스한 체온을 한가득 느끼며 어깨에 제 얼굴을 부빕니다. 되찾은 이름을 당신이 불러주고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기쁩니다.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어 너무나...) 혜연아, 나, 나기억해 줘. 또 잊어버리면 절대 안 돼, 알았지? 응? (울먹이는 소리로 말을 잇습니다. 고개를 들어 당신의 눈을 바라봐요. 둥그런 보름달 같은 눈매, 맑은 별빛 같은 눈동자. 나를 감싼 이 온기처럼 따스한 나무빛 홍채...) 우리... 우리 꼭 다시 만날 거니까, 이번엔... 꼭 잊지 말고 만나러 와주기야. 나, 나 기다릴 테니까... 꼭, 금방 와줘야 해 혜연아. 꼭이야...!
 
권혜연:절대 안 잊을게. 안 잊을 테니까, 꼭 다시 만나러 올 테니까...! (툭툭 떨어지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자신에게 안겨있는 그녀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습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그녀의 모든 것을 잊고 싶지 않습니다. 잊어서도 안 되고요. 마치 다짐이라도 하듯 힘주어 그녀에게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는 불안해하지 말라는 것처럼 그녀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어 꼭 끌어안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줘...
 
정은서:...응, 응...! 사랑해, 혜연아...! 금방, 와줘...!
 
그렇게 말하는 정은서의 얼굴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쏟아질 듯 빛나는 하늘의 별처럼 환합니다.
 
점점, 정은서의 얼굴이 투명해지는가 싶더니…….
 
곧 사라집니다.
 
오후 네 시의 예술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공기 중을 부유하던 먼지처럼.
 
한참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습니다.
 
이별입니다.
 
완전한…….
 
다시 만날 거라는 그 말은, 거짓일까요.
 
그저 당신을 달래기 위한 말이었을까요.
 
이제야 겨우 기억해냈는데.
 
이제야 겨우 만났는데.
 
절망이 당신의 어깨를 세게 짓누릅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정은서를 찾느라 완전히 잊어버렸던, 주머니 속에 꽂아버렸던 휴대폰이 반짝입니다.
 
이 상황에 눈치 없이 전화라뇨.
 
무시하고 끊어버리려 화면을 마주하던 찰나 문자가 하나 도착합니다.
 
아마 당신은 오래도록 지금을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혜연아. 은서가 깨어났대. 은서가 누구인지는 알지? 일단 전화 좀 받아 봐. ... ... ]
 
모든 절망이 쏟아지도록 눈부시게 빛났던 가을 하늘의 별로 바뀌던 순간을.
 
KPC, 탐사자 생환.
 
정은서는 9개월 동안 재활치료를 받게 됩니다.
 
Epilogue -
 
당신은 작았던 마을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도시로 올라갑니다.
 
그야 사고 후유증도 나아졌으니 이곳에 더 있을 이유도 없으니까요.
 
정은서가 지니고 다녔던 반지는 그날 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어딘가에 떨어뜨렸던 걸까요.
 
아마 찾기 어려울 겁니다.
 
결국, 당신은 그 반지를 포기하고 맙니다.
 
정은서도 당신도 돌아왔으니 새 걸 다시 사주면 된다는 마음으로요.
 
당신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마을을 한 번 둘러봅니다.
 
정은서와 같이 걸었던 거리, 시내, 집으로 올라가던 언덕길, 할머니 집 근처, 학교, 서낭당과 신목.
 
아마 두 번 다신 돌아올 일 없겠지요.
 
모든 것을 이 마을에 묻어두고 당신은 다시 자동차 위에 올라탑니다.
 
부르릉, 시동을 거는 소리가 당신의 귓전을 때립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당신은 차 안에서 잠을 청합니다.
 
모든 소리가 아득해지고 의식이 점점 흐려지면 그날 그 무엇보다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밤하늘이 당신의 눈 앞에 펼쳐집니다.
 
아주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당신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짓습니다.
 
금방 갈게, 은서야.
 
END 1. 不要消失了
 
 
꺄호 (GM):수고하셨습니다~~~~~~~~~~~~~~~~~~~
 
(심란해 하는 오타쿠 짤):달님 울어
 
꺄호 (GM):자세한 건 직접 열어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갸아아ㅏ아앙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이거진짜마지막에실패떳으면어쩔뻔;;;ㅠㅠ
 
(심란해 하는 오타쿠 짤):앰뷸런스 실려갔어
 
갸아아ㅏ아앙악:95 94 실화냐구요 아 진짜아직도심장떨려
 
꺄호 (GM):그... pc가 이름을 불러주면
 
갸아아ㅏ아앙악:날..이럿개설레게만들다니.
 
꺄호 (GM):떨어져나온 영혼이 몸으로 돌아가는
그런... 예
못불러주면 그대로.......예
 
(심란해 하는 오타쿠 짤):꽉 막힌 해피 엔딩에 주사위 펌블 뿌리기
 
꺄호 (GM):열심히 ???기능치 뿌려드렸읍니다
 
갸아아ㅏ아앙악:1점이라도
덜주셧으면진짜
큰일날뻔ㅋㅋ ㅋ ㅋ ㅋ..
 
꺄호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갸아아ㅏ아앙악:아니 진심 주사위 미쳣냐구요
저거 뒤에 사람잇음
수고하셧어요ㅠㅠㅠㅠㅠㅠ힝구
 
꺄호 (GM):저도진심 기절할뻔햇어요
고생많으셧읍니다...........
이제 쉬세요..............
 
갸아아ㅏ아앙악:ㅠㅠ S2S2
 
꺄호 (GM):백업하러 가자~~~~
 
(심란해 하는 오타쿠 짤):가자~~~~~~
 
꺄호 (GM):쭈왑 인장지원 짱사랑합니다큘님
유령남기지마세요 오늘도
 
(심란해 하는 오타쿠 짤):ㅋ........................
은서처럼.....(이하생략)
어어큘 안할테니까 걱정 마요 젠장
 
꺄호 (GM):은서처럼뭐요?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