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9
Scenario Writer. 바삭
GM. 으스름달
PL. 민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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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5, 2021 1:04PM으스름달 (GM):3d6*5
September 25, 2021 1:04PMLudwig Wilde:55
September 25, 2021 1:04PM민트향:?
September 25, 2021 1:04PM으스름달 (GM):그 양옆에
September 25, 2021 1:05PMBelzer Holden:60
September 25, 2021 1:05PM으스름달 (GM):굿
September 25, 2021 1:05PM민트향:우와
September 25, 2021 1:05PM으스름달 (GM):우와 숫자 왜케높아
September 25, 2021 1:05PM민트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eptember 25, 2021 1:05PM으스름달 (GM):이런 운좋은남자들;;
September 25, 2021 1:05PM민트향:ㄹㅇ
September 25, 2021 1:05PM으스름달 (GM):브금 잘 나오나여
September 25, 2021 1:05PM민트향:하긴 얼굴부터 잘타고나긴햇지
September 25, 2021 1:05PM으스름달 (GM):굿굿
September 25, 2021 1:06PM민트향:꺅
September 25, 2021 1:06PM으스름달 (GM):화이트보드에 적어줘...^^
September 25, 2021 1:06PM민트향:웅!!!!!!!!!!!!
September 25, 2021 1:06PM으스름달 (GM):가보자고
September 25, 2021 1:07PM민트향:??
September 25, 2021 1:07PM으스름달 (GM):브금이
September 25, 2021 1:07PM민트향:무야무야
September 25, 2021 1:07PM으스름달 (GM):끊엇는데 지맘대로 재생돼
September 25, 2021 1:07PM민트향:??
September 25, 2021 1:07PM으스름달 (GM):됏다
September 25, 2021 1:07PM민트향:굿
September 25, 2021 1:07PM으스름달 (GM):다시 가보자고
의식이 얕은 물 속에서 찰랑댑니다.
무겁게 닫힌 눈꺼풀, 검은 시야 아래 느껴지는 것은 오로지 청각을 통한 것들 뿐.
깊은 심연 속에서 소리가 들려옵니다.
무언가가 바닥을 쓰는 소리, 넘어져 있던 무언가를 바로세우는 소리, 얕게 참방대는 물소리.
그리고 그립고 다정한 누군가의 속삭임까지.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이건 분명 아는 목소리입니다.
얼핏 낯선 사람의 것이 들리는 듯도 하네요.
네, 분명 이것은 여러 소리의 합주.
그러나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모든 감각이 더 깊은 곳을 향해 잠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멀어지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간 듯 고요해지고 맙니다.
속삭임도 그쳤으니 더없이 깊은 잠을 잘 수 있겠네요.
언제부터 잠에 들었던 걸까요.
당신은 얼핏 어디선가 들리는 새소리에 잠에서 깹니다.
눈 앞이 흐리고 몸이 녹초가 된 양 무거워서 쉽게 일어서지는 못합니다.
여긴 어딜까요. 아찔하게 높은 천장은 아무리 봐도 낯섭니다.
당신이 자고 있던 곳은 너비가 충분한 소파.
몸에 덮여 있는 것은 굵은 실로 얼기설기 짜낸 담요네요.
그리고 이상한 건...
조용합니다.
너무나도 조용해서 남의 집에 잘못 온 기분입니다.
아, 남의 집이죠.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곳이 남의 집이 아니면 어디겠어요?
그때 집 문의 불투명한 창문 밖으로 누군가의 인영이 비칩니다.
당신에겐 조금 익숙한, 곧장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그런 인영이요.
문이 열리네요. "잘 잤어요?" 라는 음성이 들립니다.
루드비히가 그곳에 서있습니다.
그는 어쩐지 조금 지쳐 보이네요. 하지만 표정은 온화합니다.
그림이 끼워진 액자를 한 손에 든 채 루드비히가 웃습니다.
September 25, 2021 1:14PMLudwig Wilde:기운을 차린 모양이군요. 다행입니다.
September 25, 2021 1:16PMBelzer Holden:(의식이 안개에 가려진 것마냥 흐릿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창문에 비치는 익숙한 인영에 정신이 조금씩 맑아지는 감각을 느꼈다. 지쳐 보이는 낯에 의아한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시선을 마주한다.) ...루드비히. 여긴 어디지? 나는 왜, 이곳에 누워 있던 거고. 아무래도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루드비히는 대답 대신 장갑을 낀 손으로 문을 닫습니다.
고작 그것뿐인데 왜 이리 피곤해 보일까요.
아니, 내 시야는 왜 또 이리 흐리죠.
눈을 비벼봅니다.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걸으려다가 갑자기 몸이 휘청거려 앞으로 넘어지고 맙니다.
무릎이 욱신거리고 어깨가 뻐근하네요. 몸이 불편한 것은 착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September 25, 2021 1:19PMBelzer Holden:
=
그 중에서도 무릎이 가장 아프게 느껴지는군요.
그런 당신을 루드비히가 일으켜 세워줍니다.
September 25, 2021 1:20PMLudwig Wilde:...조심하세요. 설명은 천천히 해줄 테니,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시고요. (당신의 무릎을 조심스러운 손길로 어루만졌다.)
걱정하는 눈을 하고선 작게 한숨을 쉬네요.
그리곤 들고온 액자를 보여줍니다.
September 25, 2021 1:21PMLudwig Wilde:이거 어렵게 구한건데, 어떻습니까?
그림을 보면, 윗부분에 무질서하게 흩뿌려진 물감이 우측 아래로 갈수록 진하게 칠해져 있으며,
칠이 되지 않은 공간에는 물감과 같은 색의 손바닥 모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니, 그렸다기보단 그냥 물감에 손바닥을 대고 종이에 찍은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엉성하고 형편없네요.
루드비히에겐 뭐라고 말할까요?
September 25, 2021 1:26PMBelzer Holden:... ... (알아야 할 것이 많았다. 저가 왜 이곳에 있고, 어째서 의식을 잃고 누워 있었는지. 몸이 불편한 것으로 보아 필히 무슨 일이 있었으리라, 추측하는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다그쳐 묻지 않는 것은 제 무릎을 어루만지는 손길 탓이었다.) 제대로 설명해야 할 거다.
September 25, 2021 1:31PMLudwig Wilde:그럼요. 그 얘기는... 조금 천천히 하도록 해요. 아직 피곤하지 않습니까, 당신도. (액자에 눈길을 한 번 주었다가 당신의 대답에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아뇨,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거겠죠. 말마따나 세상에는 워낙 걸작이 많으니 말입니다. 당신이나 제 성에 차지 않는 것도 당연하죠. (액자에 대한 감상을 물은 이 치고는 꽤나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보다... 이 물감의 색, 무슨 색으로 보입니까?
September 25, 2021 1:38PMBelzer Holden:고작 몸 상태 따위로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건 좋지 않아. 네가 시간을 허투루 쓰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 잠시 기다릴 뿐이다.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뜬다. 조금 전 시야가 흐릿했던 것이 착각이 아닌지,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기에.) 어렵게 구했다고 하여 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 줄 알았는데. (고개를 주억이곤 다시금 액자로 시선을 돌리었다.) 붉은 색으로 보이는군. 보는 사람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이는 작품인가?
September 25, 2021 1:41PMLudwig Wilde:...그래도, 무리하지는 마십시오. 아직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당신을 응시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 색. 맞아요, 그 색이네요. 사람마다 생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물어본 겁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길쭉한 테이블 위에 액자를 세워 올려놓고는 재차 물어보았다.) 몸은 좀 괜찮습니까.
글쎄요, 괜찮다고 할 수 없는 상황 같은데요.
머리는 띵하고 눈은 어째 흐리고, 몸이 전반적으로 내 것 같지 않습니다.
잠깐, 그러고보니 왜 우리가 여기에 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억이... 어딘가에서 끊겼는데 그것마저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안간힘을 써보지만 여전히 어딘가 텅 빈 기분을 지울 수가 없네요.
분명 내가 누군지, 눈앞의 사람이 누군지는 아는데..
기억의 어디부턴가 싹둑 잘려나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내가 왜 이러는 걸까요?
September 25, 2021 1:42PMBelzer Holden:
혼란스러워하는 당신에게 루드비히가 다가옵니다. 걱정하는 눈으로 당신을 마주 보네요.
그리고 긴 이야기를 해줍니다.
September 25, 2021 1:45PMLudwig Wilde:당신,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큰 부상을 입었지만, 이제는 상당부분 치료가 되었어요. 그렇지만... 그때 다친 뇌는 아직도 온전히 회복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억력을 관장하는 부위에 손상이 있어서, 아마 기억이 온전치 못할 거예요.
아아, 그러고보니 눈을 뜨자마자 눈앞이 흐리고 몸이 무거웠었죠.
사고라니... 도대체 얼마나 큰 사고였던 걸까요?
September 25, 2021 1:52PMBelzer Holden:...교통사고? (떠올려 보려 해도, 가벼운 통증만 느껴질 뿐 어느 기억도 남아있지 않았다. 다른 이들보다 부상이 낫는 속도가 빠른 편이었다. 그럼에도 몸 상태가 이런 것은, 정말로 큰 사고였던 건가. 아니, 애초에 기억이 나지 않으니 사고라는 것도 체감은 되지 않지만.) 이해했다. 하지만 기억을 잃었다면, 어떻게 너를 알아보았지? 너와 나의 이름까지 똑똑히 기억한다만. 이것들만 제외하고 기억이 사라질 수 있나?
September 25, 2021 1:56PMLudwig Wilde: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니까요. 예전의 기억들은 남아있을 거예요. 가까웠던 사람들이라던가, 중요했던 기억들이라던가... 사고 앞뒤로 기억이 없을 뿐이니까요. (당신의 손을 살포시 덮으며 미소지었다.) 의사의 권유에 따라 이곳에 왔으니, 요양을 하다 보면 괜찮아질 겁니다. 조언에 따라 라디오 같은 것들은 치워두었고, 웬만하면 제 지시에 잘 따라주세요.
그렇게 말한 루드비히는 한참을 망설이다 다시 입을 엽니다.
September 25, 2021 1:57PMLudwig Wilde:저녁이 되면 비가 올 겁니다. 그 비를 맞으면 안돼요. 늦은 시간엔 반드시 외출을 삼가고 반드시 집 안에 있도록 해요. 비가 오면 밖에 나가면 안됩니다.
그의 말은 허무맹랑해 귀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밤엔 비가 오니 밖을 나가면 안된다네요.
어디서 아주 정확한 일기예보라도 듣고 온 걸까요?
September 25, 2021 2:01PMBelzer Holden:라디오를 치워 두라고 의사가 조언한 건가?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눈만 굴려 주위를 훑었다. 큰 사고였다면 꽤나 긴 시간 동안 누워 있었을 터. 저가 맡고 있던 일은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할 텐데. 설마 그가 수습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요양은 또 며칠이나 해야 할지, 따위들을 생각하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September 25, 2021 2:08PMLudwig Wilde:아무래도 바깥의 상황에 신경을 쓰다 보면 회복이 더뎌질 테니까요. 특히 당신이라면... ... (말끝을 흐리더니 잊으라는 듯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아무튼, 당분간은 요양에만 집중하는 걸로 해요. 길지 않을 겁니다. 일주일 정도면 된다고 했으니까요. (한층 진지해진 목소리로 당부했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목소리에는 어쩐지 조금 화가 깃들어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뇨, 비가 오는 밤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밖에 나가면 안 됩니다. 저와 함께라도 마찬가지예요. 약속해주세요, 벨져. 밤에는 절대 밖에 있지 않겠다고.
그는 다시금 힘주어 말합니다.
그게 그렇게나 중요한 이야기인가요…?
감기에 걸려 몸이 상할 것을 염려하기라도 하는 걸까요.
황당해하는 당신의 얼굴을 보더니, 그는 이내 고개를 돌립니다.
September 25, 2021 2:10PMLudwig Wilde:...배고프죠. 먹을 걸 준비해줄게요. 먹고 싶은 메뉴 있습니까? 웬만한 것은 다 있으니 얘기해보세요. 금방 준비해드리죠.
September 25, 2021 2:14PMBelzer Holden:(일주일.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그 기간 동안 비가 오는 밤이 며칠이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어려운 요구는 아니었다. 의문점이 고개를 내미려는 찰나, 어쩐지 평소보다 단호한 듯한 태도가 마음에 걸려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마음도 없긴 하였지만, 그래도 별 일이 없다면 숙지하고는 있을 것이다.)
September 25, 2021 2:19PMLudwig Wilde:(곁눈질로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 그를 바라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개를 돌렸다. 순순히 약속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듯.) 뭐, 그래도 도련님인 당신보다는 잘 하는 편이 아닐까요. (농담하듯 가벼운 톤으로 말하며 주방으로 향했다.) 그럼, 오늘은 가볍게 과일로 준비하죠. 먹고싶은 게 생기면 언제든 얘기하고요. 잘 먹어야 얼른 낫는 법입니다.
주방으로 향하는 루드비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때,
당신의 귓가로 누군가가 달콤하게 속삭입니다.
September 25, 2021 2:20PMBelzer Holden:
그를 믿지 마.
분명 그렇게 들렸습니다.
놀라서 뒤를, 옆을 돌아보면 그 누구도 없습니다.
괜히 기분이 오싹해집니다.
이건 어쩌면… 내 머릿속에서 들려온 걸까요?
...오늘의 셰프는 식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얼핏 보니 냉장고 안은 가득 차있습니다.
September 25, 2021 2:21PMBelzer Holden:
눈이 흐리고 잠시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뭐라도 좀 먹으면 나아질지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저 하얀 장갑은 왜 굳이 끼고 있을까요?
소파에 앉아 먹을 것을 준비하는 루드비히를 바라보고 있자니 휑한 집안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에서 며칠이나 있어야 하는 걸까요?
루드비히는 일주일 정도라고 말했었죠.
정말... 정말로 그 흔한 라디오도 없이 지내야 하는 걸까요?
루드비히는 금세 과일을 내옵니다.
키위, 사과, 바나나... 여러 가지의 과일이 종류별로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September 25, 2021 2:32PMBelzer Holden:(사람이 산다기에는 휑한 느낌이 드는 집이었다. 요양 때문에 급하게 구해서일까. 혹은 그냥 그의 취향이라던가. 여러 가지 잡생각이 드는 것은, 조금 전 그를 믿지 말라는 소리를 들어서일 것이다. 몸이 약해져 무언가를 잘못 들은 건 아닌 것 같았기에. 그런 생각들을 하며 집안을 둘러보다, 그가 내온 과일로 시선을 내렸다.) 첫 끼 치고는 나쁘지 않군. (사과 한 조각을 집어 베어물었다.)
September 25, 2021 2:38PMLudwig Wilde:(당신의 옆에 앉아 턱을 괸 채로 간단하게나마 식사를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소유라기보다는, 빌렸다는 표현이 옳겠죠. 일주일 동안 푹 쉴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단 둘이서요. 당신이... 그런 일들에서 잠시나마 멀어질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환청... 헛것...
그렇구나. 아마 나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인가 봅니다.
그때 루드비히가 잘 접힌 쪽지 하나를 내밉니다.
쪽지에 쓰인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하지말라'는 것 뿐이긴 하지만요.
루드비히는 "별 거 아니죠?"라며 너스레를 떱니다.
이게 다 당신을 위한 거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September 25, 2021 2:40PMBelzer Holden:
속내를 알 수 없습니다. 어딘가 찜찜합니다.
그렇지만 가능하면 말을 듣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September 25, 2021 2:49PMBelzer Holden:(제 얼굴에 닿아오는 시선에 개의치 않고 과일을 두어 개 더 베어먹은 뒤, 접시를 그의 쪽으로 밀어두었다. 맛은 괜찮았으니 그가 먹기에도 불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그런 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어도 대답해줄 것 같지는 않아 기색을 한 번 살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내 성정에 맞지 않는데. 외부와 연락할 수도 없는 건가? 일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리고 이어진 말에, 조금 전의 목소리가 떠올라 잠시 멈칫했다. 환청까지 들을 수준이라면, 일반 가정집에서 요양할 것이 아니라 병원에 다시 가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접어둔 채다.)
September 25, 2021 2:54PMLudwig Wilde:(제 앞에 놓인 접시, 그리고 그 위에 놓인 과일에 눈길을 한 번 두었다가, 과일을 집어먹는 대신 그대로 두기만 했다.) 밤에는 쌀쌀하니까요. 거기다 비까지 맞으면 몸에 좋지 않을 겁니다. 평소의 당신이라면 비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지금은 몸이 약해졌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요. 어려운 요구가 아니니 부탁하는 겁니다. (당신에게 다짐을 받아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당신이 뒷걸음질을 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벨져 홀든은 그리 쉽게 곁을 내어주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연인이라도 그 선을 넘었다가는 곧장 경계하리라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했다.)
September 25, 2021 3:04PMBelzer Holden:(그가 과일을 좋아하지 않았던가? 함께 있을 때의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따로 들은 말은 없던 것 같다. 이어지는 말들에, 전부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가 고개를 끄덕였다.) 넌 너무 걱정이 많아. 고작 그깟 일로 어떻게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 그래도, 기억은 해 두겠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의 말에 틀린 점은 없었다. 따라서 한 발 물러섰고. 그의 말대로, 작은 부탁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제 잠시 걸어볼까요. 루드비히가 냉큼 앞장을 섭니다.
문이 열리면 햇살이 얼굴로 바로 쏟아지고 적당히 미지근한 바람이 살에 닿습니다.
눈을 뜬 이후부터 루드비히를 만나 가졌던 모든 의문이나 불안이 갑자기 사르륵 녹는 기분입니다.
미심쩍은 이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저... 네, 몸에 닿는 햇살이,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공기가,
눈 앞의 루드비히가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몸의 에너지가 차오르는 기분입니다.
September 25, 2021 3:12PMLudwig Wilde:(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주변을 걷는 동안 단 한번도 당신의 손을 놓지 않았다. 마주닿는 당신의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따스한 햇살과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 정말 함께 휴가라도 온 듯한 기분이었다.) ...이런 산책도 나쁘지 않군요. 당신도, 저도 이렇게 여유롭게 돌아다닐 일이 별로 없지 않습니까. (각자가 결코 평탄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당신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기분은 좀 어때요. 답답한 기분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새로운 공기에 익숙해지는 중인 당신에게 루드비히가 묻습니다.
September 25, 2021 3:22PMBelzer Holden:(손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낯설면서도 싫지 않았다. 기억의 초입, 시작의 순간부터 검을 쥐던 손이었으므로. 평생을 서늘하게 살아갈 삶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았으나. 그가 만들어 주는 온기라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전장이 아닌, 평온한 해안가와 제 옆에 서 있는 이의 존재가 일상을 바꿔주었다. 미심쩍은 부분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찰나의 순간마저 저버리고 싶지는 않은 탓에.) 그랬지.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중이니. ...그래도, 시간이 나면 가끔은. 지금처럼 여행이라도 올까.
September 25, 2021 3:31PMLudwig Wilde:여행이라... (당신은 알지 못할 씁쓸함이 혀끝을 맴돌았다. 나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당신이 나에게 써줄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그 말 한마디에 보답받지 못할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은 막아낼 수 없었다. 작게 웃음을 짓고는 당신의 손등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한결 편안해진 안색의 당신을 보고는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는지 피곤한 기색도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좋죠. 어디로 가볼까요. 프라하? 로마? (그런 미래를 그려도 될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눈앞에 있는 당신이었다. 당신을 잃지 않는 것.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었기에.)
September 25, 2021 3:31PMBelzer Holden:
방금 막 나온 곳은 하얀 색의 저택입니다.
하얀 색이라니, 관리가 쉽지 않겠습니다.
새 건물인지 아주 깨끗한 느낌입니다. 문 옆에는 회색의 문패가 붙어 있네요.
September 25, 2021 3:34PMBelzer Holden:(흰 색의 저택. 특별히 좋아하는 색은 아니었음에도, 누군가의 존재 덕에 꽤나 괜찮아 보였다. 저택의 외관을 가만히 바라보다, 회색의 문패를 발견하고 살핀다.)
피그말리온의 집이라고 쓰여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 날씨는 화창합니다. 쭈욱 둘러보면 저 멀리 해변가를 침범하는 바다가 보입니다.
그리고... 사방이 텅 비어 있습니다.
사람은 루드비히와 당신, 둘 뿐입니다.
September 25, 2021 3:36PMBelzer Holden:
조용하네요. 요양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것 같습니다.
어쩐지 이 상황이 조금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당신의 손을 잡은 루드비히가 당신을 이끕니다.
귓가로 따스한 바람이 스칩니다. 이내 부드러운 흙바닥이 밟힙니다.
기분전환이 될거라더니 정말이네요.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바닷가에 다다라 당신은 루드비히와 함께 모래 위를 걷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요. 문득 바라본 루드비히의 얼굴에 언뜻 피곤함이 비칩니다.
September 25, 2021 3:42PMBelzer Holden:(부드러운 모래의 감각이 기분을 고조시켰다. 이렇게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만이던가. 교통사고까지 당했을 정도라면 아마 그 전에도 멀쩡하지는 않았겠지. 그런 생각들을 이어나가다, 그의 낯에 서린 감정에 발걸음을 늦추었다. 하기야 저를 위해 저택을 구하고, 수발을 든 데다 산책까지 나왔으니 피곤할 만 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라고 하면, 그가 쉽게 지칠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 하루 종일 전장에서 뛰고, 밤에는 헌터 일까지 하는 그가 이 정도로 힘들어한다라. 연인이 쓰러졌으니 마음고생 탓이라고 하면 말이 되겠지만, ...아직은.)
September 25, 2021 3:45PMLudwig Wilde:이런, 그 정도로 피곤해 보입니까. (당신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한편으로는 당신에게 걱정을 받고 싶다는 어린애같은 생각도 들기야 했지만, 그래도 역시 당신이 신경쓸 만한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조금 피곤하긴 하네요. 오늘은 이만 들어갈까요? 다음에 다시 나오도록 하죠. (그럼에도 역시 몸에 쌓인 피로감만큼은 떨쳐낼 수 없었기에 순순히 수긍하며 저택 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두 사람은 저택으로 걸음을 돌립니다.
돌아오는 길에 당신은 저택의 좌우로 끝도 없이 늘어선 숲을 볼 수 있습니다.
September 25, 2021 3:52PMBelzer Holden:
숲은 마치 바다가 그랬던 것처럼 양쪽으로 쭉 펼쳐져 있습니다.
그러다가 안개에 뒤섞여 모습이 흐려지네요.
저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요? 큰 나무인지 탑인지가 얼핏 보이긴 합니다.
집에 돌아오자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이 흐려집니다.
창밖의 공기가 아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시간이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흐르는 것 같지만 당신은 그저 착각이겠거니 합니다.
그러고보니 아까 나갔을 때 이상한 점들이 있었죠.
예를 들면...
지나다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
일부러 사람이 적고 조용한 지역을 루드비히가 택했을까요?
하지만 이 좋은 날씨에, 그 아름다운 해변가에 사람이 단 둘만 있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요?
...어쨌거나 해변은 아름다웠습니다.
푸근한 기온은 또 얼마나 좋았구요.
무엇보다... 루드비히가 곁에 있어서 더욱 즐거웠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일주일의 요양이 아주 짧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나른해질 무렵, 어둑해진 바깥을 비추던 창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그렇지, 비가 오는 밤에는 절대 밖에 나가면 안된다고 루드비히가 그랬었죠.
그때, 무언가가 얼핏 귓가를 스칩니다.
September 25, 2021 3:56PMBelzer Holden:
도망쳐, 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September 25, 2021 3:57PMBelzer Holden:
착각이 아닙니다.
정확히 도망쳐, 라는 속삭임이었습니다.
그건… 어떤 남자의 목소리였습니다.
괜히 섬뜩합니다. 이게 사고의 후유증일까요.
창가로 다가가보면 바깥이 새까매져 있습니다.
후두둑 창을 때리는 빗줄기와 회색으로 물든 먹구름 때문에 아까의 그 하늘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우중충합니다.
비를 구경하는 당신에게 다가온 루드비히가 부드럽게 묻습니다.
September 25, 2021 3:59PMLudwig Wilde:내가 했던 말, 잘 기억하고 있죠?
아무렴요, 당연하죠.
빗소리가 사방을 채우자 덕분에 나름 운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몸이 피곤하긴 해도 아직 잠에 들기엔 이른 것 같아요.
잠시 루드비히와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아요.
September 25, 2021 4:05PMBelzer Holden:...그래. 비가 오는 날 밤에는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었지. (환청을 듣는 것은, 정말 사고의 후유증인가? 그를 믿지 마. 도망쳐. 이 모든 게, 저의 망상에서 나온 것인지 가늠해본다. 방금까지 좋은 분위기를 함께 즐기었던 연인을 의심하고 싶지 않으나,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으므로. 벨져 홀든은 무언가를 의심하는 것에 쓸데없는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다만, 그것이 제 연인을 향한다면... ... 생각을 잠시 접어둔 채.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September 25, 2021 4:12PMLudwig Wilde:(나른해지는 기분에 당신의 옆에 앉아 살짝 몸을 기대었다.) 그래요. 그 두 가지만 지켜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천천히 당신의 손을 잡고는 깍지를 꼈다. 창백하다는 표현마저 어울릴 정도로 새하얀 손에서 전해지는 체온을 느끼고 싶어서.) 비를 맞는 것도 안 됩니다. 그냥... 비와 접촉하지 마세요. 집 안에서 쉬고 있으면 되지 않습니까. 힘들겠지만, 딱 일주일만 참아줘요. (당신의 손을 어루만지다가 거실 한 켠에 놓인 진열장을 손으로 가리켰다. 작은 화분 두 개와 보드게임이 놓여있는 진열장.) 어차피 나가지도 못할 거,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때요. 체스나 젠가, 어떻습니까?
September 25, 2021 4:22PMBelzer Holden:(제게 기대오는 몸을 가만히 응시하다, 다시금 느껴지는 온기에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단단한 손. 기억 저 너머 언젠가에는, 그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의 감각이 선연히 남아있다.) ...일주일만이라면야. 요양이 끝나면, 우리는 함께 돌아가는 건가? 일상으로. 평소엔... 교통사고 정도의 충격은 사흘 이내로 나았었는데. 확실히 이번 사고가 크긴 했나 보군.
September 25, 2021 4:31PMLudwig Wilde:...그랬죠. 전장에서 다치는 일이야 흔하다고는 하지만... 익숙하다고 해서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다는 듯 화제를 돌렸다.) 요양이 끝나면, 같이 돌아가야죠. 함께 여행도 가기로 약속한 것 아니었습니까?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진열장으로 걸어가 젠가를 꺼내 돌아왔다.) 게임 규칙은 간단합니다. 두뇌싸움이 주가 되는 체스보다 훨씬요. 이렇게 세워둔 블럭들을... 무너뜨리지 않고 하나씩 제거하면 되는 겁니다. 번갈아가면서 블럭을 빼내고, 먼저 탑을 무너뜨리는 사람이 지는 거죠. (중앙에 블럭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그냥 하면 재미가 없으니, 성공할 때마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건 어떻습니까. 가령, 손을 잡는다던가. 아니면... (뒷말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꽤 뻔한 내용이리라.) 어때요. 먼저 하겠습니까?
September 25, 2021 4:33PMLudwig Wilde:
=
September 25, 2021 4:42PMBelzer Holden:그래.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도 빠져나올 수는 없지만... 그런 것에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피할 수 없다면 저항이라도 해 보아야 하니. (비굴한 삶보다는 명예로운 죽음을. 평생을 들어 온 말이었다. 아마도 저가 죽기 전까지는, 뇌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각인. 능력자들에게 가혹한 세계이지만, 능력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제 눈 앞의 그도, 자신도. 걸어온 길은 후회하지 않는 성격이니까. 화제를 돌리는 그를 눈으로 좇으며 모든 말들을 삼켜내었다.)
당신은 제법 안정적으로 블럭을 빼내는 데 성공합니다.
September 25, 2021 4:47PMLudwig Wilde:가끔은 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야 뭐, 그렇다 쳐도... 당신은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요. 저 사람은 굳이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당신은 결국 전장으로 돌아갈 테지. 당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포기하지 않을 성정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 어떠한 말로도 당신을 말릴 수 없었다.)
September 25, 2021 4:54PMBelzer Holden:웃기는 소리. 이 내가, 무언가를 피하는 것을 본 적 있나? 돌아갈 곳이라는 건 홀든 가문을 말하는 거겠지. 그곳에는 내가 필요 없어. 나를 필요로 하는 일에 한 몸을 바치는 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너 또한, 돌아갈 곳이 없는 건 아닐 텐데. 그새 잊었나? 여행. (낮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러나 그 속내는 진심으로 차 있었음에 한 치의 거짓도 없으리라.) 프라하, 로마.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일주를 다녀오는 것도 좋겠지. 그 때에는 너도, 나도. 지고 있는 것들이 조금은 덜어질 테니 말이다.
September 25, 2021 5:04PMLudwig Wilde:...하지만, 저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내가 지위나 명예 따위와는 거리가 먼 사람임을 알고 있을 텐데요. 내가 필요로 하는 건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위험한 일이라면 발을 빼도 됩니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을 삼켜내었다.) ...그러니, 여행을 가기 전까지는 절대 제 곁을 떠나지 마세요. 홀든 가의 차남이 약속 하나 못 지켜서야 되겠습니까.
=
루드비히 역시 가볍게 블럭을 빼내는 데 성공합니다.
September 25, 2021 5:19PMBelzer Holden:안다. 네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처음부터 곁에 두지 않았겠지. (너무나도 다른 인생. 삶의 굴곡도, 겪어 온 일도 다르다. 그럼에도 단 한 가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처음 만난 순간부터 예정되어 있었을... 지금의 은애라는 감정 덕에. 뜻을 굽히지 않을 저를 위해 삼켜낸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모두가 입을 모아 그렇게 말해왔으니. 그럼에 자신을 배려해준 다정한 그를,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아. 약조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너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제 신변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뒷 말을 간신히 삼켜낸다. 티는 내지 않아도 신경을 쓸 것이 뻔하므로.)
이번에도 젠가 탑은 멀쩡하게 서 있습니다. 성공이네요.
September 25, 2021 5:28PMLudwig Wilde:(당신이 굳이 말하지 않은 내용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신은 해야만 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이라도 바치고 말 테니까. 그러니 그에게 있어 자신과의 약속은 우선순위에 들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약속을 가벼이 여기는 이는 아닐 테지만, 만일 '그런' 상황이 온다면... ... 언제부터 남의 목숨 따위에 이리도 미련을 갖는 자가 되었던지.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었지만, 그 사실을 인지한다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의 감정도, 그의 의지도, 그 어느 것도 변하지 않을 테니.)
September 25, 2021 5:36PMBelzer Holden:(어깨에 지고 있는 짐이 무겁다고 느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들이었으니까. 설령 그 끝이 제 목숨을 내놓는 것이라 해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눈 앞의 이는 아무런 연관도, 잘못도 없다. 언젠가 저가 신념을 이행하고 나면 그 홀로 남게 될 텐데, 이후의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다. 한 명쯤은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고, 동시에 그가 전부 잊고 편안하게 살아가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지키려는 세계는 그를 포함한 것이었으므로. 상관없을 것이다. 고작 인간 하나의 목숨 따위, 의미없을 것이다. 그러니, 너는 괜찮을 것이다.)
September 25, 2021 5:48PMLudwig Wilde:(무슨 생각을 그리도 깊게 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남을, 혹은 세상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은 루드비히 빌데라는 자에게 허무맹랑한 이야기나 마찬가지였으므로. 제 목숨을 그리 중히 여기는 것은 아니었고, 저 역시도 위험에 발을 담그기도 했지만, 그것은 벨져 홀든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었다. 숭고한 희생 따위가 아니라, 그저 충실하게 본능에 따랐기에 발생한 모든 결과들.)
September 25, 2021 5:56PMBelzer Holden:(세상을 위한 숭고한 희생. 번지르르한 말이다. 남은 자들의 감정과 그들이 정리해야만 하는 관계를 생각한다면, 쉽게 행할 수 없다. 오히려 본능에 따르는 쪽이 더욱 인간다운 것이 아닌가. 인간이라면 가질 수 밖에 없는 생존욕, 그리고 그것을 포함한 욕구들. 제 눈 앞의 남자는 그러한 섭리에 충실히 따르는 자였다. 만약 우리가 정반대의 삶을 살았더라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었을까? 가정은 이루어질 수 없기에 무의미하다. 평소였다면 이런 생각 따위, 떠올리지 않았을 텐데. 어쩌면 그를 만난 순간부터 운명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 이해할 수 없다면 존중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인 것을 알면서도.)
September 25, 2021 6:14PMLudwig Wilde:그럴 리가요. 방금 걸로 피로가 다 사라졌을 뿐입니다. (당신의 농담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세상 누구보다도 거만한 투로 말을 하다가도, 이렇게 뻔뻔하게 대할 때면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구는 것이 제법 귀여웠다. 물론 귀엽다는 말을 꺼냈다가는 당장 욕설이 날아들겠지만.) 뭐, 스킨십 금지보다야 훨씬 낫군요. 제가 하면 됩니까? (당신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곧장 간격을 좁혔다. 일부러 반응을 관찰하듯 코앞에서 눈을 똑바로 쳐다보다가, 이내 느릿하게 입술을 맞대었다.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응시하면서, 한 손으로는 부드럽게 당신의 뺨을 감쌌다. 혀를 넣지 말라는 말을 들은 직후였기에 진득하게 입술을 부벼대면서도 꽤 착실하게 당신의 요구를 지켜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여전히 당신과 밀착한 채 손을 뒤로 뻗어 멀쩡히 서 있던 젠가 탑을 무너뜨렸다. 그리고는 입술을 떼고, 예의 그 도발적인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제가 졌군요. 벌칙은 뭘로 할까요. 역시 다음 단계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벨져. 어때요? (방금 그어두었던 선을 지워달라는 당돌한 요구. 비록 거절한다 해도 끝까지 들이밀 것임을 당신이라면 알고 있겠지.)
September 25, 2021 6:36PMBelzer Holden:...말은 잘하는군.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에 작게 혀를 찼다. 연인과의 스킨십이 피로를 한결 덜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순간조차 여유로워 보이는 그가 얄밉게도 느껴졌다. 도대체 무얼 해야 이 남자의 페이스에 맞출 수 있는 걸까, 그런 생각까지 하며.)
September 25, 2021 7:03PMLudwig Wilde:(분명 얄밉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이럴 때만큼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조금 더 솔직하게 굴어보자면, 아무것도 모르는 도련님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것만 같은, 티끌만큼 남아있는 죄악감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벨져와 닿을 때면 항상 들곤 하는 이 기분이. 지지 않겠다는 듯 맞서는 눈빛, 그리고 바다를 담은 듯 푸른빛이 감도는 시선 안에 비치는 약간의 불만족. 그 원인을 예측하자마자 새어나오는 웃음을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하며 옆으로 흘러내린 그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September 25, 2021 7:21PMBelzer Holden:(제 태도가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눈치는 빨라서, 이런 것만 잘 잡아내는군. 따위의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불만을 표하려는 찰나 머리카락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에 멈칫했다. 그래, 저 한가로운 낯이 문제였다. 저항하지 않는 먹잇감은 선호하지 않는다는 그의 성정이, 지금도 적용되는 것인지. 눈부신 금빛으로 둘러싸인 주제에, 그 자신을 더욱 표출하려는 욕구는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인간으로서의 본능은 그런 법이었고, 무엇보다 그가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차마 밀어내지 못하는 저 탓에. 그러나 어쩌겠는가.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라는 말도 존재하는 마당에, 정말로 그를 미워할 수 있을 리 없다.)
September 25, 2021 7:43PMLudwig Wilde:(괜히 툴툴대는 그 말씨 안에 아쉬움이 담겨있다는 것은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가끔은 지나치게 솔직하다가도, 이런 점에서는 전혀 솔직하지 못한 이를 이끄는 것은 언제나 제 몫이었기에.) 저런. 정 그렇다면 밀어내었더라도 받아주었을 겁니다. 말을 잘 듣는 사냥개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미움받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요. (기침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손가락으로 당신의 입술을 쓸었다. 아무래도 영 아쉽기는 했지만, 몸 상태도 몸 상태이니 참는 것이 옳겠지. 분명 그는 제 소유욕의 일부를 보았을 터였다. 그러니까, '일부'만을 말이다. 만약 그 전부를 보게 되는 순간에는, 언제고 내 품 안에서 도망쳐버리고 말 것이 분명했다. 벨져 홀든은 속박이나 집착 따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그리고 자신은 그런 그를 감히 붙잡을 수 없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충분히 즐거운 순간을 보냈나요?
아마 그렇겠죠. 루드빅과 함께였으니까요.
얼마나 시간이 경과했을까요.
당신은 노곤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습니다.
평소보다 기운이 많이 모자랐으나 거기에 대해 불평할 겨를도 없이 기절에 가까운 잠에 들고 맙니다.
빗소리가, 루드비히의 체온이 아득하게 멀어집니다.
그리고 의식이 끊긴 어느 순간,
속삭임이 스멀스멀 머릿속을 찾아옵니다.
한없이 반복되는 소곤거림은…
내 것도 루드비히의 것도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니, 그게 맞는지도 가늠이 잘 되지 않습니다.
도망가요.
그러나 메세지만큼은 또렷합니다.
비가 당신을 구원할 거야.
몇 겹으로 겹쳐 들리는, 그러나 깨끗하게 전달되는 소리.
낮고 높은 소리가 연이어 흘러가다 하나로 조금씩 합쳐집니다.
마지막에 들린 것은 짧은,
그러나 잊을 수 없는 문장이었습니다.
그를 믿지 마.
두 번째 날이 밝았습니다. 눈을 떠보면 혼자입니다.
잠들기 전엔 루드비히와 같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딜 간 걸까요.
몸을 일으켜 쭈욱 기지개를 켜면 손목과 발목이 시큰거립니다.
어제보다는 나아진 것 같네요.
그리고... 기분 탓일까요? 몸이 약간 가벼워졌습니다.
'요양'의 효과가 슬슬 나타나는 모양입니다.
꿈 속에서 들은 소리는… 공교롭게도 기분을 조금 가라앉게 하지만요.
아, 루드비히는 저기 있네요.
소파에 잠들어 있어요.
다가가서 보면 눈가가 퍼렇고 굉장히 지쳐 보입니다.
아직 잠에 깊이 빠져있는 것 같은데... 굳이 지금 깨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잠시 집을 둘러보아도 괜찮을 것 같네요.
편히 쉬게 살금살금 걸어다녀볼까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봅니다.
September 25, 2021 7:52PMBelzer Holden:
이 집의 주인은 취향이 확고했던 것 같습니다.
심플한 걸 좋아했나봐요. 가구는 흰색 일색이며 최소한으로만 구비되어 있네요.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살았던 공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흔적은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주일 간 얌전하게, 깨끗이 쓰고 나가는게 좋겠어요.
어제 어질렀던 젠가 블럭도 전부 정리되어 있네요.
그런데...
여기엔 왜 시계가 없죠?
그러고보니 집 안에는 시간을 확인할 만한 도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기왕 보는 김에 여기저기 살짝 더 들여다 볼까요?
September 25, 2021 7:58PMBelzer Holden:(소파에 잠들어 있는 루드비히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악몽이라도 꾸는 것인지, 평소의 생기있던 낯과는 상당히 달랐다. 어제도 피곤해 보였으니, 그 영향인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식탁으로 향했다.)
식탁에는 약통 몇 개가 놓여 있습니다.
무슨 약인지는 라벨을 모두 떼어버려 알 수 없습니다. 통마다 크기가 다르네요.
September 25, 2021 8:01PMBelzer Holden:...약? (어디 아픈 곳이 있었나. 그래서 안색이 저런 것인가, 따위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심각해진 낯으로 약통을 응시하다, 뚜껑을 열어 살펴본다. 종류별로 한 알씩 챙길 수 있을지.)
당신은 약을 한 알씩 챙겨둡니다.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지만요.
September 25, 2021 8:03PMBelzer Holden:(평범한 영양제같은 것이었다면 라벨을 전부 뗄 이유가 없을 텐데. 소파에 잠든 루드비히에게 시선을 잠시 두었다가, 냉장고로 향한다.)
냉장고를 열면 신선해 보이는 음식재료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냉장고의 모습입니다.
September 25, 2021 8:04PMBelzer Holden:(그러고 보니... 루드비히는 무언가를 먹었던가? 어제도, 오늘도. 무언가를 먹는 모습은 보지 못하였는데. 일어나면 뭐라도 먹여야겠다고 생각하며 싱크대를 살폈다.)
깨끗한 싱크대입니다. 옆에 있는 조리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별다른 것은 없네요.
September 25, 2021 8:06PMBelzer Holden:(부지런하군... 부엌 쪽에는 딱히 볼 게 없는 것 같으니 다용도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용도실에는 청소도구 몇가지, 공구함이 있습니다.
September 25, 2021 8:08PMBelzer Holden:(청소도구를 눈으로 한 번 훑고, 공구함을 열어본다.)
흔히 볼 수 있는 공구가 들어있습니다.
September 25, 2021 8:10PMBelzer Holden:(공구를 괜히 뒤적여 보고... 조용히 다용도실을 빠져나와 진열장으로 향한다. 어제 본 보드게임들을 제외하고, 특별한 것이 없나?)
진열장에는 작고 통통한 목각인형과 화분이 놓여 있습니다.
인형은 새 모양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서랍을 뒤지면 보드게임이 나옵니다. 책도 몇 권 있습니다.
September 25, 2021 8:11PMBelzer Holden:(보통 인형에도 가면을 씌우나. 의문점을 뒤로 하고 책을 살펴보았다. 읽을 만한 것이 없는지.)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한 책, 삽화가 페이지마다 실린 동화책 아기돼지삼형제, 개정판 프랑켄슈타인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책갈피가 꽂혀 있네요.
해당 페이지를 열어보면 피그말리온이라는 이름이 눈에 바로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문패에도 피그말리온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죠.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라는 나라의 조각가였으며...
상아로 만든 조각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연인처럼 여겼다고 합니다.
아프로디테의 힘을 통해 조각상이 인간이 되었고 둘은 결혼에까지 이르렀다고 하네요.
September 25, 2021 8:15PMBelzer Holden:(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어릴 적 꽤나 자주 들어 본 이름들이었다. 조각상을 연인처럼 여긴 피그말리온도, 인간이 된 갈라테이아도. 제게 크게 와닿는 이름이 아니었으므로. ...그러나, 어째서인지. 저택 명패에 적혀 있던 이름이 피그말리온이기 때문일까. 묘한 불안감이 앞섰다. 숨을 한 번 내쉬고, 옆의 어항을 바라본다. 물고기가 살고 있나.)
어항에는 물이 채워져 있으나 물고기는 없습니다.
뭘 기르려고 준비라도 해 놓은 모양입니다.
September 25, 2021 8:17PMBelzer Holden:(본래 집주인들이 준비해둔 건가. 작은 생명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탓에, 테이블 쪽으로 향해 무언가 놓여져 있는 건 없는지 확인한다.)
테이블 위에는 어제 루드비히가 들고 왔던 그림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September 25, 2021 8:19PMBelzer Holden:(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찍은 것 같은 액자. 어제 색깔을 물어 본 것은 무슨 의도였는지 가늠한다. 색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시력이 나빠지지는 않았을 텐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지하실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지하실 입구 문은 자물쇠가 걸려있습니다.
September 25, 2021 8:21PMBelzer Holden:(자물쇠...? 하기야 저택이니 잠겨 있어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다. 당장 홀든 가의 저택 또한 잠겨있는 방들이 있으니. 잠시 고민하다, 문을 부술 수 있을지 살펴본다.)
September 25, 2021 8:21PMBelzer Holden:
문을 부수자,
안쪽에 잠긴 문이 하나 더 나옵니다.
아무래도 이 문은 힘으로 해결하긴 어려울 것 같네요.
September 25, 2021 8:24PMBelzer Holden:... ... (인상을 슬쩍 찌푸린 채 열쇠가 어디쯤에 있을지 생각해본다. 보통 열쇠류는 서랍이나 협탁에 놓으니, 침실로 들어가 협탁을 살펴본다.)
침실에 들어가보면 침대 머리맡 근처 협탁 위에 끝이 날카롭고 긴 상아 조각품이 있습니다.
휘어진 칼 모양입니다.
중간에는 근사하지만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양이 멋지게 새겨져 있습니다.
September 25, 2021 8:27PMBelzer Holden:(칼? 제 것과 같지는 않아도, 낯선 장소에서 발견한 익숙한 인영에 흥미가 생겼다. 손에 한 번 쥐어 보았다가 내려놓은 후, 옷장 문을 열어본다.)
옷장에는 옷가지 몇개가 걸려 있습니다.
September 25, 2021 8:28PMBelzer Holden:(열쇠는... 어디에 있는 거지? 어쩐지 피곤한 기분에 화장실에 들어가 빠르게 훑어보았다.)
평범한 가정집의 화장실입니다. 내부는 깨끗합니다.
September 25, 2021 8:31PMBelzer Holden:... (천천히 생각하였다. 평범한 저택 내부에서, 본 주인이나 루드비히가 열쇠를 둘만한 장소는 어디쯤일지. 어릴 적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아 온 자신이다. 지능을 최대한 이용해 본다.)
September 25, 2021 8:32PMBelzer Holden:
그러고 보니 루드비히가 요리를 하고있을 때에 그의 허리춤에서 열쇠 꾸러미를 본 것 같기도 합니다.
September 25, 2021 8:35PMBelzer Holden:아. (루드비히가 가지고 있던 모습이 기억났다. 왜 열쇠 꾸러미를 허리춤에 챙겨 다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찾아보기라도 하는 생각에. 소파에서 잠을 청하는 그에게로 다가가 허리 부근을 확인한다.)
루드비히는 아주 푹 잠들어있습니다.
옷에 가려져 열쇠는 잘 보이지 않지만, 대신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전히 장갑을 끼고 있네요.
불편하지 않을까요?
September 25, 2021 8:37PMBelzer Holden: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흰 장갑을 끼고 있었지. (자면서도 낄 정도라면 많이 아끼는 물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적어도 제 기억 속에서 그가 장갑 따위를 애용한 적은 없다. 구두라면 몰라도. 깨지 않도록 느릿하게 장갑을 벗겨 본다.)
당신이 장갑을 벗기려 하자, 루드비히는 움찔하며 손을 치웁니다.
잘못하면 깨겠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September 25, 2021 8:39PMBelzer Holden:(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의 안색이 아직도 나쁜지 한 번 더 확인한다.)
누가 봐도 피곤해보이는 얼굴을 한 채로 잠들어 있습니다.
September 25, 2021 8:41PMBelzer Holden:흐음. (이대로면 자고 일어나도 똑같을 것 같다만. 마지막으로 침대를 살펴보고 깨우러 올 계획을 세운 채 침실로 향한다.)
아까 전 확인했던 상아 조각품 외에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침대에는 어제 당신이 사용한 푹신한 이불과 베개가 놓여있을 뿐입니다.
September 25, 2021 8:44PMBelzer Holden:(별 거 없군. 이불과 베개의 질은 나쁘지 않았건만, 어째서 루드비히는 소파에서 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소파로 돌아와, 그를 천천히 흔들어 깨워본다.)
September 25, 2021 8:46PMLudwig Wilde:...으음... (잠시 뒤척이다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 피로함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앉은 채로 허공을 바라보다가 겨우 일어나 아침인사를 건네었다.) 잘 잤습니까, 벨져?
긴 하품소리. 잠에서 깬 루드비히는 어제보다 더 피곤해 보입니다.
어쩌면 진짜 요양이 필요한 건 눈앞에 보이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September 25, 2021 8:48PMBelzer Holden:그건 내가 너에게 물어야 할 말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면 여느 사람이 그렇듯, 이리저리 뻗친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불만족스러운 낯.) 왜 침실에서 자지 않았지? 지금 네 안색이 어떤지는 아나 모르겠군.
September 25, 2021 8:50PMLudwig Wilde:당신 요양 때문에 온 건데, 당신을 고생시키면 안 되죠. (당신이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는 손길이 기분 좋은 듯 얌전히 손길을 받아내다가 살며시 양 팔을 벌려 당신을 끌어안았다.) 괜찮습니다. 그렇게까지 피곤한 건 아니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렇게 말한 그는 곧 배고프지 않냐고 묻습니다.
그 말을 듣는 즉시 당신은 허기를 느낍니다.
자연스럽게 식사를 준비해주겠다며 주방으로 향하는 루드비히.
그래서, 오늘의 메뉴는 무엇인가요?
오늘도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면 그가 준비해줄 겁니다.
September 25, 2021 8:54PMBelzer Holden:아니, 나보다 네 상태가 더 나쁜 것 같은데. (가만히 품에 안겨 있다가, 그의 말을 듣자 허기가 몰려 오는 것을 느꼈다. 그의 뒤를 따라 주방으로 향하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크림 파스타와 간단한 빵 정도면 된다. 네 몫도 같이 준비하는 게 좋겠군.
September 25, 2021 8:57PMLudwig Wilde:괜찮대도요. 당신 낫는 것 부터 생각하세요. 그러려고 온 거니까요.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물을 얹었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파스타를 넣고, 옆에서는 크림 소스를 준비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크림 파스타와 빵이 담긴 접시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돌아가서는 당신이 나를 간호해주면 더 좋고요. 저는 막 일어나서 그런지 영 입맛이 없어서, 나중에 먹도록 하죠.
September 25, 2021 9:01PMBelzer Holden:안 그래도 어제보다는 훨씬 나아졌어. 움직이는 데 불편함도 없고. 이만 돌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 중이었는데. (제 요구대로 음식을 만들어 내는 뒷모습을 응시하다 식탁에 앉았다.) 미리 말하지만 난 간호에 소질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면야 상관없지만, 어제와 오늘은 유독 더 피곤해하는 것 같군. 나 때문인가? 입맛 또한. 어제부터 무언가를 먹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조금이라도 먹어. 그러다 쓰러지면 어쩔 셈이지.
September 25, 2021 9:05PMLudwig Wilde:그러지면 당신에게 업혀서 옮겨지면 되겠군요.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어제는 미리 식사를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보다, 오늘도 같이 산책을 하자고 말하지 않았나요. 식사를 마치면, 오늘도 함께 걷다 돌아오도록 하죠. 어제처럼 기분전환도 할 겸, 산책을 핑계삼아 당신의 손도 잡아볼 겸.
September 25, 2021 9:12PMBelzer Holden:이곳에 얌전히 놓고 갈 테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라. 나중에 찾아오던, 여기 계속 있던. 간섭하지 않을 테니. (이렇게 웃는 걸 보면 멀쩡한 것 같기도 한데. 그러한 생각은 조금 전 보았던, 파랗게 질린 안색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빠르게 소거되었다.) ...우선은 알았다. 손은 원하는 만큼 잡아줄 테니, 어제 말했던 것처럼 피로 회복이나 해. (파스터를 작게 말아 입에 넣고, 빵을 자르며 식사를 이어나갔다. 이윽고 몇 분이 지나자, 반절 정도 되는 양을 남킨 채 식기를 내려놓았다.)
루드비히는 당신의 손을 잡고 일어납니다.
어제 분명 바깥공기를 쐬자마자 기분이 좋아졌었죠.
오늘도 잠깐 나갔다 오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문을 열고 나오면 어제와 같이 즉각 기분이 업됩니다.
온화한 공기가 온 몸을 감싸고, 부드럽고 포근한 흙이 밟힙니다.
달콤한 냄새가 공기에 섞여든 것 같기도 하고요.
누가 솜사탕 씨앗이라도 하늘에 풀었을까요?
회색빛 구름 대신 맑은 구름이 하늘을 메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보입니다.
해변가에... 그리고 저택에서 먼 곳에, 사람들이 보입니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사람이죠?
아, 그러니까, 당신도, 당신 옆에 있는 것도 사람이지만요.
해변가로 가까워질수록 사람들과도 가까워집니다.
어째서인지 손을 맞잡은 루드비히의 걸음은 갈수록 느려집니다.
September 25, 2021 11:46PMBelzer Holden:
루드비히는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피곤한 것 말고 불편한 기색이 느껴집니다.
꺼림칙한 감정이 얼굴에 스치나 싶더니 곧 사라지네요.
오늘은 산책이 별로인 걸까요?
September 25, 2021 11:48PMLudwig Wilde:밖으로 나오니 어때요. 어제처럼 기분이 조금 좋아졌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여전히 장갑을 끼고 있는 손으로 당신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웃어보였다.) 오늘은 가볍게만 걷다가 들어갈까요?
루드비히가 당신을 자기쪽으로 이끕니다.
온도도, 습도도, 바람도 딱 좋은데 그것과 별개로 피곤하답니다.
그러고보니 아침에 엄청 깊이 자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깊은 피로감이 몸을 짓누르기라도 하나 봅니다.
신경쓰이는 것처럼 보이는지 루드비히가 다정하게 웃습니다.
September 25, 2021 11:49PMLudwig Wilde:당장 들어가자는 건 아닙니다. 당신도 피곤해지면 건강에 악영향이 있을지도 모르니 안 되고, 나도 적당히 바람만 쐬면 되니까 조금만 걷다가 돌아가자는 의미였습니다. (당신의 어깨를 감싸고 작게 소곤거렸다.) 어제처럼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도 좋으니 말입니다. 어때요?
September 25, 2021 11:50PMBelzer Holden:
당신은 루드비히의 눈에 서린 조급함을 눈치챕니다.
그가 무언가를 매우 꺼리고 있다는 것을요.
당신을 자꾸만 자기 쪽으로 당기는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엔...
어제만 해도 텅 비어있던 해변가를 평화롭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루드비히는 불안한 듯 자꾸 입술을 적십니다.
당신이 저들과 이야기하지 않길 원하는 듯 보입니다.
September 25, 2021 11:55PMBelzer Holden:글쎄, 산책하기에 최적의 날씨로 보이는데. 기분은 확실히 좋아졌다. 마치... 저택 안과 밖이 내 몸에 다른 영향을 주는 것 같기도 하군. 그럴 리 없겠지만. (제 어깨를 감싼 채, 조급하게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건가.)
September 25, 2021 11:59PMLudwig Wilde:햇빛을 자주 보는 게 건강에 좋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군요. 아마 그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듯 흘끔 곁눈질을 하면서도 당신에게는 티를 내지 않으려는 듯 굴었다. 당연히 당신이 눈치채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던 찰나 들리는 당신의 물음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당신이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이곳에서는 말입니다. 어차피 한 번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일 테니까요. 괜히 말을 걸 필요는 없잖습니까. (다정한 손길로 당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게 신경쓰여서 그랬습니다. 그게 다예요. ...유치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여기서 당신을 회복시킨 후 돌아가는 것만 바라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바다가 가까워집니다.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는 하지만 어제에 비할 바가 아니죠.d
다들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바닷가를 거닐고 있네요.
그 뒤를 따라 편안히 걸으며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있노라니 기운이 차오릅니다.
그래요, 다 좋은데요.
뭘까요?
뭔가가,
그래요, 뭔가가 부족합니다.
착각일까요?
September 26, 2021 12:01AMBelzer Holden:
당신은 문득 무엇이 부족했는지 알아차립니다.
그것은 소리였습니다.
간간히 밀려들어오는 파도 소리를 제외하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저 사람들이 전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는 걸까요?
여기서 대화를 하는 건, 그러니까 소리를 내는 건 당신과 루드비히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 가까운 사람이든, 멀리에 있는 사람이든 움직이는 속도나 움직임의 패턴이 같다는 것을 당신은 알아차립니다.
말하자면... 저들은 어딘가를 향해 걷는다기보다 그저 '걷는 것'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찝찝함을 참지 못한 당신,
September 26, 2021 12:02AMBelzer Holden:
당신의 귀에 들리는 것은 없습니다.
파도가 잔잔하게 해변가를 쓸어올렸다가 멀어지는 소리, 그리고 옆에서 말을 거는 루드비히의 음성을 제외한다면,
정말... 고요합니다.
가만, 어제 아침에 새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지 않았나요?
그러고보니 밖에 나와서 새소리라든가... 뱃소리라든가 비행기 소리같은 걸 들은 적이 있었나요?
그러다 문득 당신은 저 앞에 걸어가던 사람이 낸 소리를 듣습니다.
언어라기보다는 그냥 음성이라고 불러야 할 그런 종류의 것이네요.
September 26, 2021 12:08AMBelzer Holden:(어릴 적부터 키워 온 예민한 오감이 며칠 사이에 사라질 수 있을 리 없다. 사고의 후유증이라고 하기엔, 어제 아침까지는 새소리를 들었는데.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이유는 제 청각의 문제일까, 혹은... 이 미심쩍은 공간의 문제일까.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한 번 살피고, 제 옆에 선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루드비히. 혹시 의사에게서 별다른 소견을 들은 건 없었나? 감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던지 하는 것들.
September 26, 2021 12:11AMLudwig Wilde:감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만... (곰곰히 고민하더니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었다.) 후유증으로 감각이 둔해질 수는 있겠죠. 혹시 어딘가 불편한 곳이 있습니까? 아픈 곳이라던가, 평소와 다른 곳이라던가... (당신의 말에 타인에 대한 경계심 따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당신을 향한 걱정만이 남아있었다.)
September 26, 2021 12:21AMBelzer Holden:...아니, 문제 없어. 내가 며칠간 의식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큰 사고였다고 하니, 감각에도 손상이 있을까 해서 물었다. (저를 향한 걱정으로 변한 그의 낯에 또 한번 의문이 들었다. 감각이 둔해지는 수준의 문제가 아닌, 해안가와 그의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한 게 핵심이었으니. 또한 조금 전 누군가의 음성이 들린 것으로 보아, 청각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공간은 무엇이지. 분명 해변임에도, 바다에서 일어나야 할 울림들이 전해지지 않는다. 의문점이 해결되지 않는 것은 질색이었다. 진실을 찾아 파헤치는 것이 사명인 홀든의 두 번째 검에게, 이런 상황 따위 조잡한 장난질에 불과할 것이므로.)
당신이 사람에게 다가가자, 루드비히는 눈에 띄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당신을 붙잡거나 앞을 막아서진 않네요.
September 26, 2021 12:26AMBelzer Holden:거기, 잠깐. (빠르게 걸음을 옮겨, 저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의 앞에 섰다.) 물어볼 것이 있는데, 시간 좀 내지.
당신 앞에 선 이는 우뚝 멈추어 서더니, 그저 눈만 맞추고 당신을 멍하니 쳐다봅니다.
September 26, 2021 12:27AMBelzer Holden:
=
상대방은 입을 벌린 채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더니 "어어......"하는 이상한 소리를 냅니다.
당신의 말도, 그 어떠한 제스처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September 26, 2021 12:32AMBelzer Holden:...말을 하지 못하나? (조금 전에도 들었던, 언어라기보다는 음성에 가까운 소리. 교육받지 못한 사람이거나, 혹은.)
당신이 상대의 어깨에 손을 얹자, 상대는 움찔거리더니 후다닥 도망가버립니다.
September 26, 2021 12:36AMLudwig Wilde:(언짢은 표정으로 도망치는 사람의 등을 쳐다보다가 당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당신의 손을 붙잡았다.) ...아무래도 영 이상한 사람 같군요. (한순간에 굳어진 분위기를 풀어보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손, 원하는 만큼 잡아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두고 가시면 서운한데요.
September 26, 2021 12:42AMBelzer Holden:(도망가는 상대의 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몸 상태가 상당히 나아진 지금, 잡으려면 못 잡을 것도 없겠지만. 그다지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였고. 생각에 잠겨 있던 중 제 손을 붙잡아오는 온기에 시선을 들어올렸다.) 사람보다는 지금, 이 공간이 더 이상한 것 같은데. 루드비히.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잖아. 네 목소리와 파도 소리만을 제외하고. (그의 입가에 걸린 웃음은 자신이 알던 것이 맞나. 온갖 정보가 뒤섞였다.) 손이야 저택으로 돌아가서도 잡을 수 있어. 하지만 이 기시감은, 저택에 들어가는 순간 잡아내지 못하게 된단 말이다.
September 26, 2021 12:49AMLudwig Wilde:...벨져, 말했잖아요. 저는 당신이 회복해서 이곳을 나가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요?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저는 오히려 조용해서 좋기만 한데요. 일부러 조용한 곳을 찾아서 이곳으로 온 겁니다. 그게 그렇게 이상합니까? (점차 내려가는 입꼬리를 애써 다잡으며 당신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마치 시선을 돌리지 말라는 듯이. 자신만을 바라보라는 듯이. 왜냐하면... 당신이 아무리 해변가를 둘러보아도 그 시야 안에 담기는 것은 사람의 형상 외에 그 무엇도 없을 테니까.) 그럼 들어가죠. 들어가서 어제처럼 시간을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만하면 기분전환도 된 것 같고요. 기시감은, 그냥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그럴 겁니다. 당신 몸이 온전치 못하다는 건 당신도 느끼고 있잖습니까. 예전처럼 다치면 바로 회복되는 몸이 아니에요. 외부의 충격에 약해져있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저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지금 당장.
그렇게 루드빅과 짧은 언쟁을 하던 도중,
누군가가 짐승처럼 괴성을 지르며 곁을 스쳐 지나갑니다.
눈이 마주쳤지만 당신을 빤히 쳐다보다 가버리네요.
쿵, 쿵, 모래를 튀기며 뛰는 폼은 어설픕니다.
그러다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더니 갑자기 모래에 코를 처박고 킁킁거리네요.
바닥에 등을 대고 몸을 비비기도 하면서요.
September 26, 2021 12:58AMBelzer Holden:...그래, 네 관심사에는 들어가 있지 않겠지. 하지만 나는 아니야. 조용해서 좋다는 말은 밤의 트와일라잇에서나 하는 것이지, 사람이 있는 해안가에 어울리지는 않는다. 특히나 이 곳은 더더욱. 너도 보았지 않나. 방금 도망간 인간, 아니... 인간이 아닐지도 모르겠군. 어쨌든 방금 도망간 '그것'은, 내 말을 알아듣기는 고사하고 행동조차 이해하지 못했어. (기분좋게 따뜻하던 손이 서늘하게 식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모순 투성이인 이 곳을, 정말로 자신의 요양에만 신경쓰느라 모른 척 하겠다고? 용납할 수 없을 뿐더러, 저와 관련된 일이라면 순순히 넘어갈 수 없다.) 너나 돌아가도록. 말했듯이, 나는 알아볼 게 있으니.
September 26, 2021 1:10AMLudwig Wilde:어차피, 일주일만 있으면 떠날 곳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든, 우리와는 관련 없어요. 벨져, 당신이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만류하는 자신을 제쳐두고 그가 몸을 돌려 앞에 있는 이에게로 다가가자 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 말았다. 앞뒤 가릴 것 없이 당신의 손목을 낚아채듯 꽉 붙잡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딱 한 번만. 한 번만 제 얘기를 들어주면 안 됩니까? 제가 말했잖습니까, 딱 일주일만 제 말에 잘 따라달라고. ...그게, 그게 당신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요구인가요.
어떻게 할까요? 무언가 이상한가요?
이렇게 날씨가 좋고, 바람이 따뜻하고, 모든 것이 포근하게 기운을 북돋아 주는데도 산책은 어제만큼 즐겁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루드비히가 옆에 있다는 것이겠네요.
다행...인 걸까요?
루드비히의 말대로 이만 돌아갈까요. 오늘의 산책은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September 26, 2021 1:29AMBelzer Holden:네 말대로, 나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그러니 눈 앞에 처한 일에나마 집중하겠다는 게, 이해하기 힘든가? (몸을 돌리고 걸으려는 순간, 손목에 아릿한 통증이 몰려왔다. 일주일만 있으면 떠날 곳, 옳은 말이었다. 그러나 저택의 원 주인은. 또한, 이 저택을 빌렸다고 말했던 루드비히는. 정말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을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현실과 평소답지 않은 연인. 아랫입술을 내리문 채, 그에게로 다시금 눈동자를 굴린다.)
한없이 차가운 당신의 말에, 루드비히는 그제야 당신의 손목을 놓습니다.
침묵을 지킨 채 말이죠.
단순히 묵비권을 행사하는 걸까요, 아니면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걸까요.
아무튼 두 사람은 저택으로 돌아옵니다.
저택에 돌아오자 몸이 급격히 노곤해집니다.
피곤한 건 당신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소파나 침대에서 늘어져 쉬는 것도 좋겠네요.
아까 당신의 경고 때문일까요, 루드비히는 당신과 거리를 둔 채 식탁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어느새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창 너머의 하늘은 언제 맑았냐는 듯이 꺼멓게 물들어 있습니다.
벌써 밤이라니, 시간이 빠르네요.
아니, 요양 중에 시간이 안 가서 심심하고 지루한 것보단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September 26, 2021 1:40AMLudwig Wilde:(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앉아있었다. 냉전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분위기 속에서 먼저 굽히고 들어가줄 의향이야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기분이 풀리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에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 괜한 말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었으므로. 그 대신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잠시 주저하는가 싶더니 이내 조리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차라도 한 잔 타 드리죠. 제가 주는 거라 싫으시다면 남겨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찻잎이 든 통과 찻잔을 꺼내며 차를 우려낼 준비를 했다.)
September 26, 2021 1:46AMBelzer Holden:(또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뒤섞이는 것만으로도 불쾌한 감각이 온 몸을 뒤덮음과 동시에, 빗소리가 제 귓가를 두드렸다. 비가 오늘 날 밤에는 밖에 나가지 말 것. 그리 목소리를 높이고도, 이 저택에서 처음 눈을 떴떤 순간 그가 당부했던 말이 떠올라 심기가 어지럽혀졌다. 창문 밖을 향하던 시선은 루드비히가 자리에서 일어난 소리 탓에 그의 쪽으로 돌려졌고, 차를 준비하는 모습이 눈동자 속으로 비춰졌다.) ... ... 말을 붙이지 말라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윽고 다시금 시선을 돌리더니, 한숨을 내뱉으며 주방 쪽으로 다가섰다.) 아직도 내게 할 변명은 없나?
차를 우리는 루드비히의 등이 보입니다.
티스푼이 컵 안을 살짝씩 긁으며 찻물을 젓는 소리가 작게,
환청이 바로 옆에서 들려옵니다.
귀를 막아보면 잠시 괜찮은 것 같다가 속삭이는 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마치 누군가가 바로 귀 옆에 입술을 대고 말을 거는 것처럼요.
위험해요.
달아나야 해.
비가 당신을 구원해줄 거야.
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점차 마음이 흐려집니다.
시원한 비를, 마구 쏟아지는 빗방울을 조금만 느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고 인상을 쓰고 있는 당신의 앞으로 누군가가 다가옵니다.
앞에 놓인 찻잔을 바라보자 속닥거리던 것들이 바닷물에 쓸린 모래성처럼 녹아 내립니다.
정말 거짓말처럼요.
화가 나기는 해도, 아마 루드빅과 함께 있으면 괜찮아지는건가 봅니다.
September 26, 2021 2:01AMLudwig Wilde:(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을 애써 무시해가며 아무렇지 않은 척 차를 우려내었다. 그럼에도 얼핏 귓가에 들리는 한숨 소리가 마치 저를 책망하는 것만 같아 남몰래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따뜻한 차를 자그마한 찻잔에 담아내고는, 주방에 들어선 당신에게 내미는 대신 식탁에 내려놓았다.)
September 26, 2021 2:20AMBelzer Holden:(차가 우려지기를 기다리며 눈동자로 그를 좇았다. 식탁에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려와도, 시선은 여전히 고정된 채였다. 이제는 마주보기도 싫다는 의미인지. 지금까지 그의 입에서 나왔던 정보들은 전부 진실인가.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껏 그와 함께 해온 시간들에 따르면, 그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기억의 공백과 지금 이 냉전이 관계가 있다는 가정을 세우는 순간, 모든 것이 허울 좋은 껍데기일 뿐이었다.)
당신은 그가 내민 차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혼자 침실로 들어갑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더 이상 환청은 들리지 않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 당신이 복잡한 마음으로 잠에 들 때까지도요.
마지막으로 본 루드비히의 표정이 어땠는지, 남은 시간 동안은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리고 이 장소는 대체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건지.
그런 물음들을 모두 뒤로 한 채, 당신은 고요한 잠에 빠져듭니다.
깊고 젖은 밤이 끝났습니다.
당신은 홀로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루드비히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침실 밖으로 나가보면, 당신은 소파에 누워있는 그를 발견합니다.
인기척에도 아무 반응 없이 깊이 잠들어 있네요.
기지개를 켜고 손목을 돌려보면…
시큰했던 아픔은 어제보다 확연히 줄어든 상태입니다.
머리도 몸도 조금 더 가벼워졌습니다.
그때, 잠들어있던 루드비히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습니다.
깜짝 놀란, 아니 굳은 표정으로 당신을 마주봅니다.
September 26, 2021 5:08PMLudwig Wilde:(어제의 말다툼이 아직 잊히지 않은 채였다. 그 역시도 다를 바는 없겠지. 전날 밤 그가 그렇게 방으로 들어가버린 후 한참 동안이나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 사실상 그와 자신이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을 사실이었고, 그렇기에 다툼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언제고 터질 만한 시한폭탄 같은 것이었으니. 다만, 그 폭탄이 '하필이면' 이곳에서 터졌다는 것이 화가 날 뿐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여러 차례의 기회를 주었고, 그것은 벨져 홀든에게 있어 예외적인 것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 기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직은, 아직은 때가 아니었으므로.)
늦잠이라니, 여기서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푹 잤으니 루드비히에게도 좋은게 아닐까요?
...하지만 지금은 그에 대한 걱정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젯밤의 말다툼을 없던 일로 치려는 건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그는 일어나자마자 식사를 차리겠다며 바로 주방으로 향합니다.
그러고보니 배가 고프네요.
내키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먹어두지 않으면 안 되겠죠.
오늘의 메뉴는 뭘로 부탁해 볼까요?
September 26, 2021 5:10PMBelzer Holden:
문득 생각난 건데, 여기 와서 루드비히가 음식 먹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있었나…?
아뇨, 없었습니다.
요양하는 걸 돕는 건 고맙지만 이렇게 되면 사람을 너무 부려먹는 것 같지 않나요?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까지 식사를 챙겨주려는 모습도 이상합니다.
단순히 당신이 걱정되어 그러는 걸까요.
뭐... 당신은 환자이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September 26, 2021 5:21PMBelzer Holden:(그와 저의 사상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 저택에 온 이후 몇 번이나 떠올렸듯이, 우리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아왔으므로. 생각의 차이라는 것은 사소하면서도 거대하다. 어젯밤 이리저리 뒤섞이던 감정들은 조금이나마 조용해졌고, 그의 말을 무시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저택에 도착한 뒤로는 그가 무언가를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과일을 권했을 떄도, 식사를 함께 하자 말했을 때도 그는 생각이 없다며 거절했었다. 그러면서도 제 식사를 챙기는 모습은 상당히, 무언가 어긋나 있다.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September 26, 2021 5:26PMLudwig Wilde:(당신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냉장고를 열어 과일 몇 가지를 꺼내었다. 첫날 준비했던 것처럼 몇 가지의 과일을 깨끗이 씻어 접시에 담고는 식탁에 내려놓았다.) 간단히라도 드세요. 저는 새벽에 먹었습니다. 누구 덕분에 잠이 안 와서요. (아침부터 너무 날카롭게 굴었나. 말을 뱉어놓고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불편한 기색을 숨기며 식탁 앞에 앉고는, 방금 전보다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무튼 드세요.
September 26, 2021 5:34PMBelzer Holden:(접시에 담긴 과일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새벽? 잠에 깊이 들지 못하는 것 같긴 하였지만, 그 루드비히가 밤에 무언가를 먹을 성정이던가. 말 없이 그를 내려다보던 것도 잠시.) 공교롭군. 나는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 덕에 잠을 설쳤는데. 답답해서 당장이라도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았다. 네가 새벽에 깨어 있을 줄 알았다면 그냥 나가 볼 걸 그랬어.
September 26, 2021 5:44PMLudwig Wilde:... ... (당신이 내민 과일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니, 노려보았다는 표현이 옳을까. 이어 말없이 과일을 받아먹고는 몇 번 씹어 목 너머로 삼켰다. 한편으로는 평온한, 그리고 한편으로는 무표정한 얼굴로 접시를 앞으로 밀었다.) 됐습니까? 쓸데없는 의심이 풀렸으면 고집 부리지 말고 식사나 하세요.
잔소리라도 하고 싶은 걸까요.
그리곤 보여주는 게 저 걱정하는 눈빛이라니.
우습죠, 내가 애도 아닌데 말입니다.
September 26, 2021 5:55PMBelzer Holden:(과일을 씹는 양을 눈으로 좇았다. 먹는 것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저 저의 몸 상태를 챙기기 위한 행동이었나. 루드비히의 낯을 한 번 훑어보곤, 그제서야 과일을 제 입으로 가져갔다.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은 채 과일만 베어물었고, 접시에 담겨 있던 과일 몇 개를 먹은 뒤에야 시선을 다시금 그에게로 돌린다.) 내가 길을 찾지도 못하는 어린 아이로 보이나? (그의 눈동자에 묻어나는 걱정 탓에 부러 더 말하지 않았다. 저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누군가에게 걱정받는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September 26, 2021 5:57PM(To GM): 루드비히 빌데, 체력 1 감소, 이성 2 감소.
루드비히는 별달리 말을 덧붙이지 않습니다.
그럼 오늘은 혼자 다녀와 볼까요!
밖으로 나오면 간밤에 비가 왔던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화창합니다.
젖은 땅도 보이지 않아요. 어제와 같네요.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다, 저어 앞에, 바닷가 쪽에 누군가 앉아있는 게 보입니다.
여느 날처럼 가던 길로 쭈욱 걸어가던 중, 당신의 발소리를 들은 사람이 뒤를 돌아보네요.
그리고는 씨익 웃습니다.
여기에 와서 당신에게 반응한 두번째 사람입니다.
September 26, 2021 5:59PM???:안녕.
...거기다 인사까지 하네요.
September 26, 2021 6:00PM???:뭐해요? 바람 쐬는 중인가요?
당신과 루드비히 외에 말하는 누군가를 본 게 대체 며칠 만이죠?
남자는 반갑다는 얼굴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어디 가냐고 묻지만 딱히 대답할 건 없네요.
그냥 이 주변을 산책하는 것 뿐이니까요.
September 26, 2021 6:03PMBelzer Holden:(어제의 그것과는 달랐다. 제 행동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듯 보이던 존재가 아닌, 먼저 말을 걸고. 또한 제대로 된 언어를 구사하는. 그러나 경계는 늦출 수 없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 ...이 주위를 산책하는 것 뿐이다만. 그보다, 넌 누구지? 이름부터 대라.
September 26, 2021 6:05PM???:이름이요? 저도 궁금하네요. 저는 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거든요.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양 텅 손바닥을 보여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보다 당신. 저어기, 저 집에서 나온 거 맞죠? (저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잠시만요, 이 사람이랑 대화해도 괜찮은 걸까요?
약간의 경계심이 솟아 오릅니다.
September 26, 2021 6:08PM???:(당신이 경계심을 보이며 거리를 유지하자 손사래를 치며 웃어보였다.) 아, 캐물으려던 건 아니에요. 나는 저 쪽에서 왔거든요. (저택 뒤를 가득 메운 숲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를 헤매다가 운좋게 길을 찾아서 오게 됐어요. 정확히 어디를 헤맨 거냐면... 저 등대 보여요? 저 주위를 한참 맴돌았어요. (마치 당신의 경계를 풀어주려는 듯 꽤나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남자가 손을 쭉 뻗어 흐린 안개 속 어렴풋이 자태를 드러낸 등대를 가리킵니다.
September 26, 2021 6:14PMBelzer Holden:(비어있는 손바닥을 확인하고는 경계가 조금 누그러졌다. 아마도 민간인일 터. 몸 상태도 나아졌으니 무슨 일이 생겨도 제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평소였다면 대답해 줄 필요를 느끼지 못하였겠지만, 루드비히와 저 외에 '인간'처럼 행동하는 것은 이 저택에 온 후 처음 만났기에. 눈 앞 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흰 저택에서 지내고 있으니.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지? 기억 상실증이라도 걸렸다는 소리인가.
September 26, 2021 6:20PM???:그러게요. 기억 상실증이라도 걸린 걸까요? (고민하듯 턱에 손을 올린 채 골똘히 생각을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내저었다.) 사실은 왜 제가 숲 속을 떠돌고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그러고 보니 당신 말고도 한 명을 더 마주쳤었는데. 등대 주변이었던가? 굉장히 화려하게 생긴 남자였어요. 금발에, 상당히 눈에 띄는 외모를 하고 있었죠.
금발에, 눈에 띄는 외모.
대충 들어도 루드비히입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
무언가 익숙하지 않나요?
그래요, 마치 당신이 첫날 마지막 기억 없이 저택에서 깨어났던 것과 비슷합니다.
당신은 순간 미묘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그런 당신의 표정이 혼란스러워 보였던 걸까요, 남자가 무슨 일이냐 묻습니다.
September 26, 2021 6:22PM???:그쪽은 왜 혼자 이런 곳을 돌아다니고 있는 거예요? 산책? 그럼 저 저택에 사는 사람인 건가요? 주변 이웃도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저택에 산다니... 꽤 심심하겠네요.
이상하게도 남자가 질문을 할 때면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대답을 해버리고 맙니다.
친화력이 좋은 사람인가 봐요.
September 26, 2021 6:30PMBelzer Holden:(기억을 잃고 숲 속을 떠돈 사람. 숲 안에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가능한 일이라고 넘기기에는 걸리는 것이 많았다. 기억을 잃은 두 명이 한 장소에서 우연하게 마주칠 확률과, 그의 입에서도 나오는... 루드비히와 자신을 제외하면 이 곳에 사람이 없다는 사실. 그가 묘사하는 외모는 분명 루드비히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September 26, 2021 6:34PM???:임시로요? 왜요? 휴가라도 온 건가. 아, 혹시 두 사람, 연인이에요? 커플 여행, 뭐 그런 거라도 온 건가? (쉬지도 않고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더니 당신의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고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당신의 기분이 안 좋아졌다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 것처럼. 물론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 턱이 없으니 자신이 무언가 실수를 한 건가 싶은 마음이었겠지만 말이다.) 있잖아요, 근데 그 사람... (조금 주저하는가 싶더니 원래 하려던 질문을 돌려서 던져보았다.) 그 사람, 혹시 평소랑 다른 점이나 특이한 부분은 없었나요?
평소랑 다른 점이나 특이한 부분?
글쎄요… 평소랑 다른 부분이 있었는지 생각해 볼까요.
September 26, 2021 6:41PMBelzer Holden:휴가라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긴 하다만, 일단은 요양이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교통 사고를 당했다고 들어서. (연신 물어오는 모습이 꽤나 색달랐기에 하나하나 대답해주었다. 연인 사이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고. 구겨졌던 인상이 평소대로 돌아올 즈음, 이어진 그의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평소와 다른 점. 꼽자면 수도 없이 많으나,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을 천천히 떠올렸다.) 있긴... 했지. 평소엔 쳐다도 보지 않던 장갑을 집 안에서까지 끼고 있는다거나, 음식을 먹이지 못해 안달이라거나. 후자는 내 몸을 걱정하여 벌인 일일수도 있다만. 의식을 찾은 첫 날에는 요구 사항도 했었지. 낮에는 멀리 나가지 말고, 비가 오는 날 밤에도 나가지 말라더군. 제약 투성이야.
September 26, 2021 6:46PM???:집 안에서 장갑이요? 흐음... 확실히 평범한 사람은 아닌가 보네요. 음식을 먹이지 못해 안달인 건 그쪽이 사고를 당했었으니 그럴 수 있다 치지만... 비를 맞지 말란 소릴 했다구요? 거 참 이상하네. 나는 아무렇지도 않던걸요. 밤마다 비가 오는데 비를 맞지 말라고 하는 건... 영영 다른 곳에 가지 못하게 하려는 거 아닌가요?
September 26, 2021 6:46PM???:(수상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말을 하더니, 수습을 하려는 양 말을 덧붙였다.) 아, 너무 대놓고 연인 험담을 했나요?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해요. (그리고 이어지는 물음에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에이, 제가 뭘 알겠어요. 자기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 하는데... 당신이나 저나 비슷한 처지인 거죠, 뭐. 등대 주변에서 마주쳤던 사람이랑 아는 사이라길래 물어본 거예요.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서 반가운 것도 있고요.
남자의 말을 듣다보니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꼭 루드비히가 나를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저 곳에 가둔 것 같이 말을 하잖아요.
남자가 갑자기 저택으로부터, 그리고 지금 당신이 서있는 곳에서도 한참 떨어진 언덕을 가리킵니다.
September 26, 2021 6:48PM???:그래서, 그 사람이 하라는 대로 햄스터마냥 쳇바퀴만 돌고 있다? 꼭 그래야 하나… (안타깝다는 듯 당신을 바라보더니 제안을 하나 건네었다.) 어때요, 저 쪽으로 가보지 않겠어요?
언덕은 얼핏 보기에 높아 보입니다.
게다가 저택에서 너무 멀기도 하네요.
그때, 언덕 쪽을 바라보던 당신은 문득 하늘이 어둑해졌음을 깨닫습니다.
맑던 하늘을 회색빛 어린 구름이 스멀스멀 덮고 있는 중입니다.
이대로라면…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습니다.
September 26, 2021 6:56PMBelzer Holden:(영영 다른 곳에 가지 못하게 한다. 그 말을 듣자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의 말대로 이 저택에 온 뒤 루드비히가 건 제한은 한 두 가지가 아니기에. 그러나 그렇다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그리 자신을 통제하려 들었다면, 지금처럼 산책을 홀로 내보내 준 것은 무슨 의도일지. 루드비히의 눈빛에서 본 것은 분명 걱정이었다.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니 비를 맞지 말라는 허무맹랑한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 않았나? 등대 쪽을 헤매다 나를 발견했다면서 제안은 잘 하는군. 언덕에 무엇이 있을 줄 알고. (눈 앞에 선 이의 그럴듯한 의견과 루드비히가 당부했던 말이 충돌한다. 그를 믿지 마. 귓가에 울려대었던 소리 또한.)
September 26, 2021 7:04PM???:무엇이 있을지 모르니까 가보는 거죠. 이상하지 않아요? 본인은 등대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으면서, 그쪽은 이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게요. 어차피 선택의 몫은 그쪽한테 있지만, 잘 생각해봐요.
남자가 웃으며 묻습니다.
하늘이 빠른 속도로 어두워 집니다.
September 26, 2021 7:05PM???:왜요, 같이 있어보자구요. 비 좀 맞는다고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어요?
그렇겠죠. 기껏해야 감기에 걸리거나 하는 정도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요?
머릿속에 진지했던 루드비히의 표정이 떠오릅니다.
그가 건넸던 쪽지의 내용이 생각납니다.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며 저택 쪽으로 향하는 당신에게 남자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September 26, 2021 7:06PM???:무섭냐구요. 난 비 맞아도 괜찮던데요.
본능적으로 목 뒤가 저릿합니다. 소름이 돋습니다.
곧장 저택을 향해 뛰기 시작하자 남자가 뒤에서 “내일 봐요!” 하고 크게 인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얀 저택을 바라보며 헐레벌떡 뛰는데 뺨에 빗방울 하나가 스쳐 지나가고, 심장이 쿵쿵 뛰어 숨이 찹니다.
September 26, 2021 7:06PMBelzer Holden:
해변에서 저택까지는 제법 거리가 됩니다.
하지만 맹렬한 기세로 내달려 비가 쏟아지기 전에 무사히 저택까지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쾅, 문이 닫히자 그제야 숨을 고를 수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온 지 고작 20여초 쯤 지났을까요,
빗줄기가 창을 때리는 소리가 나고 그 소리가 두꺼워지더니 이내 쏴아, 빗소리가 사방을 감쌉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변이 보이는 창 쪽으로 다가가보면…
멀리에서 그 남자가 손을 흔들며 펄쩍 뛰고 있습니다.
저 사람은… 괜찮은 걸까요?
아니, 나는 지금 괜찮은 걸까요?
이건 정말 단순한 요양에 지나지 않는 걸까요?
루드비히는 지하실에 있는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소파 앞의 테이블에는 못보던 쪽지와 작은 종이 놓여 있습니다.
September 26, 2021 7:11PMBelzer Holden:(본능적인 공포. 천천히 저에게로 다가오던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자 손끝이 저릿해졌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여겼던 것을 취소하며, 주먹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도 잠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실내와 쪽지, 작은 종이를 발견하곤 숨을 내쉬었고. 빠르게 테이블로 향해 쪽지를 살폈다.)
종은 바지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의 앙증맞은 사이즈입니다.
종을 울리면 루드비히가 나타나겠죠.
어제부터 분위기가 영 아니긴 하지만, 방금 놀란 탓인지 조금 안심이 되고 마음이 놓입니다.
어쩐지 몸에 기운이 없어서 맥이 풀리기도 합니다.
이대로 밤이 올 때까지 혼자 있어야 하는 걸까요.
September 26, 2021 7:15PMBelzer Holden:(지하실 문을 흘깃 바라보았다. 할 일이 무엇이길래 오래 걸린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들어가 봤자 좋은 일은 없을 게 자명하므로. 종을 챙기고, 작은 종이를 들어올려 살핀다.)
특별한 구석은 없습니다. 저택 안도 나오기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요.
잠시 홀로 시간을 보내며 빗소리를 듣던 당신은 꾸벅꾸벅 거리다 눈을 감습니다.
깊은 심연이 당신을 끌어들이는 속도는 무서우리만치 빠르고 당기는 힘은 달콤하기 짝이 없습니다.
잠깐의 산책이 그렇게나 피곤했는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에 빠져듭니다.
온 세상엔 오직 비내리는 소리만이 가득합니다.
그렇게 깊이 잠들어 있던 당신은 잠깐 의식의 끈을 잡습니다.
눈꺼풀이 무거워서 눈은 뜰 수가 없지만 느껴집니다.
당신의 뺨과 목덜미를 조심스럽게 닦아내는 부드러운 천이요.
아마 이건 루드비히겠죠.
이내 며칠째 시큰거렸던 손목도 조물조물 주물러 주네요.
루드비히는 밤마다 이런 걸 나에게 해줬던 걸까요?
다시 감각이 멀어집니다.
조금씩, 느릿하게, 그리고 까맣게.
심연의 한 조각 위에 선 당신은 두 눈을 감은 채로 또 누군가를 맞이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리고 그 소리는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비 속으로 달아나요.
그게 당신의 끝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또렷한 음절이 귀에 내리 꽂힙니다.
지금 나에게 말을 거는 당신은 누구죠.
입이 열리지 않습니다. 음성을 낼 수도 없습니다.
그 사람을 믿지 마요.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는 당신을 무언가가 짓누릅니다.
의식이 더 깊은 곳으로, 갈라진 틈으로 흘러 내립니다.
비가 당신을 구원할 거야.
어딘가에서 새소리가 들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번쩍, 눈이 떠집니다.
주방 쪽에서 좋은 냄새가 나네요.
September 26, 2021 7:29PMLudwig Wilde:(잠에서 깬 그를 확인하고는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몇 시간을 떨어져 있으면서 생각 정리라도 한 건지, 당신을 향한 적개심이 사라진 것 같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더 이상 싸움을 이어나가고 싶지 않다는 듯.) 어제는 피곤했나 봅니다. 일찍 잠든 것 같더군요. (토스트와 샐러드, 그리고 과일 주스를 준비해 식탁에 내어놓고는 먼저 식탁에 앉았다.)
몸 상태는 상당히 좋습니다.
처음 여기서 눈 떴을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요.
게다가, 오늘은 어쩐지 기분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습니다.
잠을 잘 잔 덕분일까요.
September 26, 2021 7:40PMBelzer Holden:(막 잠에서 깨어 흐릿한 시야 안으로, 금빛이 들어온다. 어제와는 달리 부드러운 표정임을 확인한 뒤 침실에서 나와 주방을 향해 걸었다. 어제의 그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으나 그에게 말해서 좋을 것은 없다는 판단이 섰다.)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니 생각할 것이 많았다. 집에 들어와 네 쪽지를 확인하니 급격히 피로해지던데, 아무래도 아직 정상은 아닌 모양이야. (평소와 같은 목소리 속에 자그마한 의문이 묻어 있었다. 모든 것이 루드비히를 믿지 말라고 외칠 때, 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따위에 신경을 쏟느라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다.) 푹 자고 일어나니 몸 상태는 괜찮은 것 같군.
하나 신경 쓰이는 게 있다면 루드비히의 얼굴에 서린 피곤함이 날이 갈수록 짙어진다는 겁니다.
어쩌면 나에게 너무 신경 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조금 쉴 수 있게 오늘 산책은 어제처럼 혼자 가는게 나으려나요.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문득 어제 만났던 남자가 재차 생각납니다.
맞다, 그 사람 비를 맞았죠.
...괜찮을까요?
굳이 말을 꺼내서 좋을 것은 없다는 판단이 서기는 했지만,
만약에 그 사람에 대해 말을 꺼낸다면 루드비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하지만 그 사람, 어딘가 수상했죠.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도 굳이 말을 꺼낼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September 26, 2021 7:51PMLudwig Wilde:(확실히 어제보다는 풀어진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 듯 흐음, 하는 소리를 내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하면서도 당신의 앞에 포크를 가져다 놓으며 식사를 권했다.) 어제는 너무 간단하게만 먹은 것 같아서요. 오늘은 토스트와 샐러드로 준비했습니다. 과한 식사는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서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이유였던 언쟁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굳이 관계를 다시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꼬인 매듭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니까... 겉으로만 괜찮아보이는 지금의 분위기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그래도 비는 맞지 마세요. 이제 며칠 안 남았잖습니까. 위험하니까 그래요. 주변 지형이 험하기도 하고, 괜히 비 오는 날에 나갔다가 다시 다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게 다 당신을 위한 거예요, 벨져.
이게 무슨 소리죠.
죽는다니.
방금 죽는다는 말을 꺼낸게 맞나요?
밤마다 저택 바깥을 끝도 없이 물들이던 그 비가 그런 존재였다고 말한 게 맞나요?
September 26, 2021 7:52PMBelzer Holden:
September 26, 2021 7:53PMBelzer Holden:
루드비히의 말과 표정에는...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요.
하지만 자면서 들은 소리는 분명…
비가 구원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September 26, 2021 7:54PMLudwig Wilde:(일단 식사부터 하라는 듯 접시에 시선을 둔 채 덧붙였다.) 믿을 수 없겠지만… 믿어줘요. 당신은 이 안에 있어야 안전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루드비히의 얼굴엔 슬픔이 서려 있습니다.
September 26, 2021 8:04PMBelzer Holden:(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낯을 살폈다. 새벽에 제 몸을 보살펴 주느라 잠을 자지 못한 탓인가. 분명 어제보다 평화로운 분위기였으나, 석연치 않은 감을 지울 수는 없었다. 포크를 들어 토스트를 자르고, 샐러드 한 조각을 입에 넣는다. 저번에도 생각했듯, 요양이 필요한 건 오히려 저 쪽 같은데.) 나보다 상태가 나빠 보이는 이가 식사를 준비한 것부터 부담스럽다. 이 주위에 음식점이 있다면 사 먹는 것도 괜찮다만. (요리 솜씨와 별개로 일방적으로 빚을 지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으니.)
September 26, 2021 8:20PMLudwig Wilde:(토스트와 샐러드를 입에 넣는 모습을 보니 피곤한 와중에도 약간의 뿌듯함이 느껴졌다. 자신의 안색이 그보다도 더욱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은 오로지 그에게만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였다.) 괜찮습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당신에게 간호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비록 서투를지라도 말입니다.
묘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치면, 루드비히는 거의 사흘은 못 잔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일어섭니다.
그를 더 추궁하기도 애매해지는 순간입니다.
September 26, 2021 8:35PMBelzer Holden:(피곤이 점철된 얼굴에 미약하게 떠오르는 뿌듯함. 고작 그가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이 이리 기뻐할 일이었나. 묘한 기분에 휩싸인 채 식사를 마쳤다. 포크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그의 말에 대꾸했고.) 어렸을 적 내 동생이 나에게 간호해달라고 어리광을 부려 들어주었건만,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았음에도 반나절 만에 쓰러지는 일이 있었다. 외상에 의한 것들은 어느 정도 처치가 가능해도, 피곤한 건 해결해줄 수 없어. 그러니 원인을 제거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지. 아니면 내가 직접 기절시켜줘야 만족할지 모르겠군.
루드비히는 무어라 말을 덧붙이려다가, 두통이 있는지 머리를 부여잡으며 미간을 잔뜩 좁힙니다.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산책을 혼자 다녀오겠다는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당신의 부축까지 받아가며 침실로 향한 그는 침대에 누운 채 미안한 표정을 짓습니다.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던 루드비히는 금세 눈을 감습니다.
단잠에 벌써 취한 듯 규칙적인 숨소리를 뱉기까지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집 안에서 뒹굴거려 볼까요? 아니면 루드비히의 말대로 나갔다 올까요?
September 26, 2021 8:45PMBelzer Holden:(잠에 빠져드는 루드비히의 얼굴을 바라보다 침실을 나섰다. 어제 살펴보지 못한 실내라면 지하실 뿐이므로, 문이 열려 있는지 확인한다. 잠겨 있다면 산책하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지하실 문은 여전히 잠겨 있습니다.
그래요. 뒹굴거리는 것보다야 산책이라도 하는 게 낫겠죠.
문 밖으로 발을 딛는 순간, 당신은 갑자기 움직이는 무언가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방어 태세를 취하고 보니,
어라, 벽에 기대 손을 흔드는 것은 어제의 그 남자였습니다.
5:20PM???:안녕. (반갑다는 듯 손을 휘휘 흔들어보이며 살갑게 말을 붙였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비 말이에요. 엄청 맞았는데. 나, 이상하지 않죠? 어제 만났을 때랑 똑같지 않아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러네요. 비에 흠뻑 젖는 것을 멀리서 봤는데 상대는 멀쩡합니다.
루드비히는 분명 비를 맞으면 죽는다고 했는데 말이죠.
5:21PM???:어디로 갈 거예요? 나도 같이 걸어요. (친근한 투로 말하며 당신의 등을 떠밀었다.) 자자, 앞장서요.
5:31PMBelzer Holden:(어제 느꼈던 소름돋는 감각을 여즉 기억하는 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웃는 모습을 보자 기묘한 위화감이 듦과 동시에, 그의 말에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눈 앞의 이가 비를 맞는 것을 분명 보았으므로. 그렇다면 정말 과보호일 뿐인가. 그러나, 아직은.) 글쎄. 너와 내가 완전히 같은 상황은 아니니 확신은 어렵겠군. 허무맹랑한 소리인 건 맞는 것 같지만. (비를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루드비히의 목소리가 뇌리를 부유했다.)
5:40PM???:뭐, 그래요. 처음 보는 사람의 말을 선뜻 믿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죠. 정 그렇다면야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당신을 졸졸 쫓아다닐 모양새로 서 있다가 손을 쳐내는 손길에 가볍게 툴툴거렸다.) 에이, 너무하네. 그래도 정이라는 게 있지... 주변에 금덩이라도 숨겨놨어요? 산책 좀 같이 하자는데 이렇게 야박하게 굴 일인가... 조용히 따라다니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요.
앞장서라고 하더니 남자는 당신이 가는 길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아니... 막무가내라고 하는 게 옳을까요.
하지만 그를 신경쓰느라 산책을 포기할 당신이 아니죠.
그러고보니 오늘은 주변에 사람이 많네요.
그리고…
당신은 신기하리만치 그들에게 ‘생기’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대화를 나누거나 같이 나란히 걷거나, 혹은 뛰는 사람들을 보는데 왜 위화감이 느껴질까요?
너무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라 그럴까요?
남자는 어제 언급했던 그 언덕을 다시 가리킵니다.
가보고 싶지 않냐고 묻는 음성은 어딘가 달콤하기도 하고 솔깃하기도 합니다.
5:44PM???:저쪽으로 가볼 생각은 아직도 없어요? 강요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요. 혹시… 그 사람이 자기 허락 없이는 아무데도 가지 말라고 하던가요?
명백한 도발임을 알면서도 자꾸만 언덕 쪽에 눈길이 갑니다.
5:48PMBelzer Holden:방금 네 입으로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만난 지 하루만에 정을 붙이는 사람은 또 처음이군. (숨길 생각이 하나도 없는, 그저 졸졸 따라오는 기척. 적어도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온 이는 아닌 건가. 따위의 생각을 하며 그가 가리키는 언덕으로 시선을 돌렸다.)
5:52PM???:미리 말해주면 재미 없죠. 이거이거, 인생을 너무 쉽게만 살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장난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딱 저기까지만 가면 더는 강요 안 할게요. (언덕의 끝. 그렇게 멀어보이지는 않는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약속할게요.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당신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가볍기는 해도 별다른 악의를 품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 웃음.)
뭘 보여줄 거냐고 물어도 남자는 직접 가서 보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그렇다면, 아주 잠깐, 아주 잠깐만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요.
5:58PMBelzer Holden: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신원도 파악되지 않는 이와 동행해야 한다는 건 오히려 이 쪽이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 아닌가? (여전히 날카로운 태도였으나,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지점을 흘깃 확인한다. 그리 멀지 않으니, 제 속도라면 시간을 그다지 소요하지 않고도 다녀올 수 있다. 순수한 낯을 한 채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인간들은 충분히 보아 왔다. 미심쩍인 눈초리로 그의 웃음을 지켜보다, 결국 한 걸음을 내딛는다. )
6:01PM???:물론이죠. 제가 그쪽한테 왜 수상한 짓 같은 걸 하겠어요. (따라오라는 듯 앞장을 서더니 아까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으로 신나게 걸음을 옮겼다.) 참, 그러고 보니 그 애인이라는 사람이랑은 어떻게 만난 사이예요? 원래 그렇게 집착이 심한가? 아, 혹시 집착 많은 사람이 취향...?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의외네요. 역시 사람은 겉으로 봐서는 모른다, 이건가~. 다른 좋은 사람 만날 생각은 없어요? 그 얼굴이면 마음만 먹으면 아무나 꼬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저는 어때요? 농담, 농담. 하하! 너무 기분 나빠하진 말구요. (가는 길 내내 쉴틈없이 조잘거리며 언덕 쪽으로 향했다.)
6:10PMBelzer Holden:혹시 모르지. 내가 사라지면 기뻐할 사람은 세상에 꽤나 많거든. (여전히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였다. 그러다 꼬치꼬치 캐물어오는 것에 약간은 질린 낯을 드러내었고.) 원래 그렇게 말이 많은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맡고 있던 일이 복잡하게 얽혀 있던 차에 만났지. 평범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평소에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여기서 눈을 뜬 이후에 정도가 심해졌어. (이유는 말해주지 않지만. 중얼거리며 뒷붙였다. 그러다 들려오는 말에 시선을 서늘하게 벼려내었다.) 시끄러워. (이걸 루드비히가 듣는다면 이 자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숨을 내뱉었다.)
6:42PM???:꽤 대단한 사람인가 봐요? 하긴, 그냥 봐도 평범해보이진 않긴 하지만... (질린다는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확인하고도 뚫어져라 당신을 쳐다보며 계속 말을 걸어대었다. 사실상 혼잣말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이야, 로맨틱하네요. 어떻게 보면 힘들 때 서로한테 의지가 되었다는 의미겠죠. 정도가 심해졌다고 말할 정도면 질투가 아예 없진 않았나 보네요. 뭐가 아쉬워서 그런 사람을 만나요?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밭을 벗어나자 땅이 조금 단단해집니다.
돌과 풀이 난 길을 따라 경사를 오르다 보니 조금 숨이 차기도 합니다.
그렇게 언덕의 끝까지 올라서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네요.
그래서, 여기서 뭘 보라는 거죠?
6:50PM???:(언덕의 끝에 도착하자 서서히 걷는 속도를 늦추더니 우뚝 멈추어 섰다. 그리고는 휙 뒤를 돌아 당신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 아래 한번 내려다 봐요. 어쩌면 당신이 찾던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언덕 아래를 보라… 참 요구하는 것도 많네요.
남자를 경계하며 조심조심 아래를 살펴봅시다.
6:59PMBelzer Holden:(평범함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평생 살아왔으니 색다를 것도 없었다. 신념을 붙잡고, 존경하는 분의 뒤를 잇고. 그러니 눈 앞의 이가 무슨 속셈을 가지고 있더라도 쉽게 당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디인지도 모를 이곳에서는 더더욱. 제대로 된 대꾸를 해 주지 않았음에도 홀로 말을 이어가는 남자를, 소리없이 눈동자만 굴려 바라보았다.) 잡담은 거기까지 하라고 했을 텐데. (질투가 없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가끔 루드비히의 눈에서 그러한 감정을 읽어낼 때마다, 이것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였으니. 힘들 때 의지했다라. 옳은 말이었다. 다만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격려와는 다르게, 이쪽은 서로의 멱살을 잡고 정신 차리라는 고함을 지른 쪽에 가깝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첫 만남과는 관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래를 보면 언덕의 아랫부분을 때리는 파도가 보이고,
둥둥 떠다니는 것들이 보입니다.
몇개의…
아니, 그보다는 훨씬 많은 수의 사람 시체가요.
7:04PMBelzer Holden:
시체는 누운 것도 있고 엎드린 것도 있습니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물 아래로 위로 떠밀립니다.
그리고 당신은 거기에서 익숙한 이목구비를 발견합니다.
모래사장에서 제 발에 걸려 넘어졌던, 그리고 어딘가 행동이 이상했던 사람도 시체에 섞여 있습니다.
7:05PM???:신기하죠?
그런 당신의 곁으로 다가온 남자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7:06PM???:저것들도 얼마전까지는 살아서 움직였어요. 지금은 저렇게 물이나 먹고 있네요.
속이 메슥거립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남자는 왜 이런 걸 나에게 보게 한 거죠?
게다가 아무리 죽었다고는 해도 저것들이라니, 저들은 사람이잖아요.
7:07PM???:루드비히 말입니다, 당신이 알고도 속아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을 재워놓고… 아니면 지금처럼 당신을 밖으로 내보내놓고 지하에서 뭘 하는 걸까.
이젠 아예 턱 드러눕더니 남자가 하품을 합니다.
7:07PM???:궁금하지 않아요?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왜 누군가의 통제 하에 행동하고 있는지, 앞으로 당신이 어떻게 될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남자가 웃습니다.
웃는 모습에 소름이 끼칩니다.
몸에서 힘이 쭉 빠져 나가는 것 같습니다.
불쾌함에 자리를 뜨려는데 남자가 말을 이어갑니다.
7:08PM???:멀리 가지 마라, 비 맞으면 안된다. 이거, 누가 한 말이었죠? 도망치지 마요. 내가 지금 당신을 곤경에 빠트리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내가 의심할 때가 아니지 않나요.
남자가 몸을 일으킵니다. 점점 다가오는 그의 표정엔 비열한 웃음이 서려 있습니다.
7:09PM???:그 전에, 여기에 얼마나 있을거라고 했죠? 약속한 기한이 끝나면 여길 빠져나갈 수는 있는 거 맞아요? 나처럼 눈 떠보면 숲이나 헤매고 있거나 저기 아래 있는 것들처럼 폐기되는 건 아니고?
발바닥이 땅에 붙은 것처럼 무겁습니다.
귀를 막고 싶은데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남자가 당신의 주변을 빙글빙글, 천천히 돌기 시작합니다.
7:10PM???:본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각은 있습니까?
당연하죠. 내가 누군지 내가 모를 리가 없잖아요.
7:10PM???:그게 온전한 본인의 기억이라고 생각해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까?
주변을 맴돌던 남자가 갑자기 당신의 팔목을 확 붙잡습니다.
동시에 관자놀이 쪽에 전기가 튀는 듯 찌릿한 고통이 느껴집니다.
그리고는, 눈 앞으로 조각난 장면들이 덕지덕지 겹친 채로 지나갑니다.
당신의 손바닥이 온통 피로 적셔진 모습이 보이더니 무기 비슷한 것을 휘두르는 누군가의 얼굴이 빠르게 스쳐갑니다.
곧장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몸이 휘청거리고 힘이 빠집니다.
무기를 휘두른 그 사람은…
루드비히.
분명 루드비히였습니다.
7:11PMBelzer Holden:
방금 본 것은 뭘까요. 무엇이었을까요.
남자에게 잡혔던 팔목이 시큰거립니다.
팔을 빼려 해도 어떻게 이렇게 힘이 센 건지, 도저히 남자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7:13PMBelzer Holden:
잠시 머리가 어질하더니 넘어질 뻔 한 것을 견뎌냅니다. 속이 울렁거립니다.
7:13PM???:등대에 답이 있어요.
남자의 말과 동시에 눈앞이 어두워집니다.
어두워진다… 그건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바닷가 쪽 하늘의 구름이 점차 회색빛을 띠며 이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강풍이라도 부는 양 엄청난 속도로 하늘이 어둑해집니다.
7:14PM???:거기에 가면 모든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남자가 생긋 웃더니 손을 놓습니다.
7:14PM???:당신을 속이고 있는 게 누구인지 곧 알게 되겠죠.
툭. 투둑.
발 위에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남자는 한 발자국 물러나 팔짱을 끼더니 이러고 있어도 괜찮겠냐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맞다, 비… 비를 맞으면 안된다고 했죠.
다정하게 웃는 루드비히의 얼굴과 무기를 내리치던 루드비히의 얼굴이 겹쳐집니다.
혼란한 상태로 당신은 저택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미 저택의 위까지 다다른 검은 구름이 무거운 빗줄기를 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
저택은 멀었고, 당신은 점차 비에 젖어갑니다.
해변가의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는 커녕 모두 주저앉은 채로 머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왜 다들 저러고 있는 걸까요.
갈 곳이… 없는 걸까요?
그때, 잠시 한눈을 판 덕에 돌뿌리에 발이 걸린 당신은 그대로 땅 위를 날아 바닥에 처박힙니다.
넘어지며 둥그런 돌에 머리를 그대로 찧어버려 눈 앞이 크게 흔들거리네요.
아아, 이젠 빗물이 당신의 얼굴을 마구 뒤덮습니다.
차갑고, 차갑고, 차가운 그것들이 얼굴을 마구 때리며 흘러내립니다.
빗물과 함께,
기다렸어요. 드디어 바깥으로 나왔군요. 다행이에요.
환청인지 착각인지가 마구 당신을 내리누릅니다.
그렇게 사방에 가득한 빗소리를 들으며 당신의 의식은 깜빡, 깜빡 거리다 갑자기 까맣게 저 아래로 꺼지고 맙니다.
잠에 들었던 건지 기절을 했던 건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또다시 당신의 몸을 마른 천으로 닦아내고 있는 손길에 의식이 돌아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더라.
그랬죠. 남자를 따라 언덕으로 가 아래에 수북한 시체들을 봤었고…
그 남자가 이상한 말을 했었죠.
간신히 눈을 떠보니 젖은 수건으로 자기 손을 닦아내고 있는 루드비히가 보입니다.
여기 온 후로 계속 꽁꽁 감추고 있던 손.
드디어 장갑을 다 벗은 모습을 보게 되는군요.
손가락 마디마디는 날카로운 것에 긁히고 베인 상처로 가득합니다. 안쓰러울 정도로요.
7:21PMLudwig Wilde:...일어났어요? (당신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마른 천을 옆으로 치워두었다. 이곳에 온 후로 당신에게 제 손을 온전히 보인 것은 처음이라 괜히 헛기침을 하며 제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자연스럽게 장갑을 꼈다.)
나는 지금 괜찮은 걸까요.
두 손을 들어 확인하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멀쩡합니다.
분명, 죽을 거라고 했잖아요.
비를 맞으면 죽는다고, 당신이 그랬잖아요.
7:28PMBelzer Holden:... ... (무슨 상황일까, 이건. 아직 멍한 머리로 기억을 되새겼다. 언덕에 올라가 보았던 시체, 본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각은 있냐는 남자의 목소리, ...그리고 등대에 답이 있다는 단언까지. 눈을 뜨자 시선이 좇은 것은 루드비히의 손이었고, 그의 손은 홀든이라면 못 알아볼 수 없는... 날카로운 것에 의한 상처들이었다. 비를 맞아도 멀쩡한 것은 어째서? 의문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아니, 뇌를 후려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 그리고 해소되지 못하는 궁금증들이 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떻게 된 거냐는 의문어린 시선에도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비를 맞았던 건 착각이 아닙니다. 착각일 리가 없어요.
돌에 걸려 넘어져서… 그래요, 머리를 제대로 박았잖아요.
그 상태로 비를 다 맞았잖아요.
이마 쪽을 더듬어보면 돌에 찧은 상처가 느껴집니다.
아프기도 하고요.
그래요, 모든 것이 생생합니다.
7:31PMLudwig Wilde:(제 손에 닿는 시선. 그의 관찰력으로 이 상처를 알아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모든 것을 숨기기에는 이미 늦어버렸을 터였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서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의문들. 혼란스러운 빛이 역력한 당신의 표정을 살피다가 상황을 설명해주는 대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더 쉴래요?
루드비히가 일어나 무언가를 들고 옵니다.
손에 들린 것은 주사기입니다.
불안한 예감이 뇌리를 스칩니다.
비를 맞던 것을 이야기하면 루드비히는 알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하지만 부연설명을 하지는 않습니다.
죽을 거라고 그랬잖아요.
절대 비를 맞으면 안된다고 그랬잖아요.
...거짓말이었나요?
7:33PMLudwig Wilde:(당신에게 위협감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며 한 걸음을 다가섰다.) 안정제예요. 잠시나마 푹 잠들도록 도와줄 겁니다.
잠든다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손의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대로 가만 있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7:34PMBelzer Holden:
급할수록 돌아가라,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하죠.
아니, 루드비히가 지금 내 목숨을 노린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니, 그런가요?
황급하게 눈을 굴리던 당신은 협탁 위에 놓인 날카로운 칼 모양의 상아 조각품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열쇠 뭉치가 놓여 있습니다. 루드비히가 내려놓은 모양입니다.
저거라면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걸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곳에 시선이 닿은 루드비히는 심상치 않은 당신의 낌새를 눈치챘는지 잠시 주사기를 몸 뒤에 감춥니다.
7:36PMLudwig Wilde:진정하세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지금 휴식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벨져, 제가 당신에게 안 좋을 일을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요.
7:36PMBelzer Holden:
7:37PMBelzer Holden:
루드비히는 지금...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7:38PMLudwig Wilde:지금 당신 너무 흥분했어요. 그러지 마십시오. 당신 몸에 좋지 않습니다. (복잡한 표정으로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 궁금한 게 많을 겁니다, 벨져. 알아요. 전부 설명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에요. 당신은… 많이 아파요. 많이요.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남은 시간동안도 여태 해온 것처럼 해주지 않겠습니까? 제발, 부탁이에요.
7:44PMBelzer Holden:...내 몸에 관한 일 아니었나? 들을 자격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또, 지금은 안 된다는 말의 반복. 도대체 언제가 되어야 속내를 들을 수 있단 말인가. 거울을 보지는 않았으나, 지금쯤 제 눈빛이 형형해졌을 거라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참아온 건 너를 향한 나의 관대였다. 네 손에 들린 것을 보면 전부 의미없었던 모양이지만. 나는, 설명을 들어야겠어. 루드비히. 지금 당장.
루드비히의 말대로 할 수는 없죠.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머리속에서 요동칩니다.
그 사람들이 언덕 아래에 둥둥 떠다니던 모습은 또 어떻고요.
밤만 되면 오는 비, 아무도 없는 해변, 그리고 어딘가 이상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언덕 아래에 둥둥 떠다니던 모습은 또 어떻고요.
수상한 남자가 했던 말들이 자꾸만 기억에서 맴돕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나도 그 사람들처럼 되는 건 아닐까요?
내가 가진 기억들이…
내가 기억하는 루드비히가 정말 실재하는 것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하죠…?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머리에 강한 전기충격이 옵니다.
머리를 붙들고 바닥으로 구르는 찰나에 팔목이 떨어질 듯이 시립니다.
이상해요.
꼭…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만 같습니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에 하나 정말 그런 거라면 어떻게 하죠?
혼란스러워진 당신,
7:48PMBelzer Holden:
그때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넘어질 때 주머니 속에 있던 종이 삐져나왔다가 바닥에 구르며 낸 소리입니다.
루드비히는 무슨 일이 생기면 종을 울리라고 했었죠.
과연 이걸 쓸 일이 있기나 할까요…?
7:49PMBelzer Holden:
문득 스쳐가는 생각에 정신을 집중합니다.
종소리를 듣자 무언가 얼핏 생각났거든요.
그게 뭐였지. 미간에 힘을 줘가며 떠올리다 마침내 생각이 납니다.
처음, 그러니까 여기에서 처음으로 눈을 뜨기 전에 들었던 새소리가요.
이 근처엔 새는 커녕 동물 한 마리도 없죠.
그렇다면 그 새소리는 어디서 난 걸까요…?
집 안에서?
어쩌면...
소리가 지하에서 온 건 아닐까요?
적어도 한가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이대로 잠든다면 또 내일 아침에 눈뜨게 될 거라는 게요.
주머니에 종을 집어 넣으며 벌떡 일어서자 루드비히가 주사기 든 손을 내밀다 흠칫 놀랍니다.
7:53PMLudwig Wilde:(어딘가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계속해서 당신의 안색을 살폈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려는 듯 넘어져있는 당신에게 주사기를 들이밀다가, 벌떡 몸을 일으키는 모습에 급히 시선으로 당신을 좇았다.)
루드비히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립니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협탁.
그 위에 놓인 상아 조각품에 당신도 자연스레 시선을 옮깁니다.
끝이 날카롭고 단단해 보이는, 여차하면 흉기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조각품입니다.
하지만 굳이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아도, 어쩌면 상황을 조금 더 낫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사기를 치우고 대화하자고 말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8:02PMBelzer Holden:... ... (그의 시선을 따라 돌린 눈동자에 비춰지는 것은 날카로운 상아 조각품이었다.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은 자신과, 저를 당장이라도 잠재울 수 있는 주사기를 든 루드비히. 둘 중 누가 유리한지는 잴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의식을 잃기 전. 분명히 생각하지 않았던가. 쉽게 당해줄 마음따위 없다고.)
상아 조각품을 들어올리자 루드비히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인상을 찡그립니다.
화가 났다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아주 조심스러워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마주보던 중에 당신은 상대의 눈에 깃든 감정을 읽어냅니다.
걱정하는, 그리고 두려워하는 감정.
루드비히는… 당신이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체 마음 속에 무얼 숨기고 있는 건가요.
8:08PMLudwig Wilde:(당신을 저지할 새도 없이 조각품이 제게 겨누어지자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을 관찰하듯 날카롭게 바라보면서도, 그 눈빛에 두려움을 언뜻 비추었다. 그럼에도 물러서지는 못하겠다는 듯 느리게 고개를 내저었다.) 벨져, 그거 내려두세요.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말다툼이 몸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몸도 성치 않은 연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 따위가 유쾌하게 느껴질 리가.)
루드비히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거절입니다.
조금은 슬픈 감정을 눈빛에 담은 채 그가 고개를 젓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뇌리를 스치는 것은 당신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는 루드비히의 모습.
그건 정말 루드비히일까요?
예전의 일일까요, 아니면 그냥 헛것을 본 것이었을까요.
온 몸에서 피가 쭉 뽑혀 나가는 것만 같습니다.
기저의 본능이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대로 순순히 응한다면 뭐든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것 같다는, 그런 큰 두려움의 외침이요.
조각품을 걷어낸 협탁 위에서 열쇠들이 반짝입니다.
조심조심 열쇠를 마저 집으려던 그때,
루드비히가 갑자기 당신을 향해 돌진합니다.
8:11PMBelzer Holden:
몸을 채 틀지 못한 채로 루드비히의 몸에 그대로 세게 부딪힙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지만…
루드비히가 주사기에 찔렸네요.
쓰러져가던 루드비히의 손이 덥썩, 당신의 옷깃을 붙듭니다.
말이 느려지며 웅얼대는데 뭐라는 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아니다,
후회할 거라고 하네요.
저 주사를 당신이 맞았으면 어떻게 되었을 지 훤히 보입니다.
욱신거리는 팔로 조각상을 끌어안은 당신은 열쇠까지 마저 챙겨 침실 밖으로 나옵니다.
아픈 팔을 내려다 보던 당신은 저도 모르게 짧은 비명을 지릅니다.
팔목 부근의 살점이 마치 덜 말린 점토처럼 쭈글쭈글 밀려나 있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8:14PMBelzer Holden:
잘못 보았나 싶어 확인해봐도 여전합니다.
살점은 마치 오랜 시간을 들여 녹여낸 촛농처럼 어그러져 있습니다.
기분 탓일까요, 또 머리가 아파오네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정말 모르는 걸까요, 나는?
손바닥에 놓인 열쇠꾸러미를 봅니다.
이건 아마도… 지하실로 가는 문을 여는 열쇠겠죠.
그리고 그 순간 익숙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네, 빗소리가요.
창이란 창은 모조리 검게 물들이며 빗줄기가 사정없이 저택의 벽을, 천정을, 온 세상의 바닥을 두드립니다.
밖으로 나올 생각일랑 하지도 말라는 듯이, 마치 지친 몸을 좌절시키기라도 하려는 듯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중 절그럭, 열쇠가 바닥에 떨어지며 작은 소음을 만들어 냅니다.
다시 주워들면 어느새 지하실 문 바로 앞에 와 있습니다.
열쇠는 4개고 문고리는 하나.
8:16PMBelzer Holden:
음, 이건 아니었네요.
남은 3개 중 어느 것을 골라볼까요.
8:17PMBelzer Holden:
계단 아래는 어둡습니다.
벽을 더듬거리다 찾은 스위치를 누르면 조도가 낮은 등이 하나 켜집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빗소리가 작아지고 간격이 좁은 벽 사이엔 긴장한 당신의 숨소리만 어지럽게 울려퍼집니다.
아래까지 내려오면 문이 하나 더 있으며 열리지 않습니다.
어차피 남은 열쇠 중 하나겠지요. 열어봅시다.
8:19PMBelzer Holden:
저런, 남은 2개 중 하나를 골라봅시다.
잠깐. 얼핏 루드비히가 끙끙거리는 신음소리를 들은 것 같습니다.
...서둘러야겠어요.
8:20PMBelzer Holden:
하나의 열쇠를 실패하고, 당신은 다른 하나의 열쇠를 꽂아봅니다.
달칵, 하고 문이 열립니다.
안으로 들어가려 들면 문 바로 앞에 걸린 무언가가 머리에 걸립니다.
이건… 새 모양의 인형이네요.
8:21PMBelzer Holden:
새 인형은 몸통이 유달리 크게 부푼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불룩한 몸통을 눌러보면 맑고 청량한 새 울음소리가 퍼져나갑니다.
어설프게 흉내낸 것이 아니라 진짜 새가 내는 소리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당신이 잠결에 들었던 그 새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하실 안은 조금 춥습니다. 문 옆의 스위치로 불을 켜자 시야가 약간 밝아집니다.
몇 발자국 앞에 문이 하나 보이고 한 쪽 벽은… 온갖 물건으로 복잡합니다.
누군가 이 곳을 사용한 흔적이 느껴집니다.
한쪽 구석을 메운 물건들은…
부서진 가구와 일정한 크기로 잘라낸 나무판들, 청소도구,
최근 사용한 흔적이 없는 오래된 가전제품과 먼지가 내려앉은 책들입니다.
8:23PMBelzer Holden:
쿨럭, 쿨럭. 먼지가 한가득이라 재채기가 나옵니다.
눈물이 다 찔끔 납니다.
대충 뒤적거려보니 중간부터 내용이 없습니다.
인쇄 불량인 걸까요?
더 살펴봐도 현재 상황을 설명해줄 만한 단서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 문을 열어보는 수 밖에는 없겠네요.
열쇠는 두 개가 남았습니다. 둘 중 하나는 맞겠죠?
8:24PMBelzer Holden:
단번에 맞는 열쇠를 찾았습니다.
문이 열리면 안의 차가운 공기가 훅 느껴집니다.
아마 지하실에 들어오자마자 느낀 한기는 여기서 나왔던 건가 봅니다.
공기 속의 비릿한 냄새도 함께 코를 찌르며 달려듭니다.
어쩔 수 없이 시선이 닿는 곳은...
바닥에 대자로 뻗어있는 누군가의 시체.
당신에게 말을 걸고 언덕으로 이끌었던 그 남자가 한 쪽 이마가 까만 피로 범벅이 된 채 두 눈을 뜨고 죽어 있습니다.
아마 머리에 가격을 당한 것이 사인이었던 것 같네요.
왼쪽 이마 쪽이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습니다.
삶의 생기도 몸의 미동도 전혀 없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리려다 당신은 다리가 풀려 휘청거립니다.
몸이 훅 가라앉습니다.
들고 있던 열쇠와 팔로 감싸고 있던 상아 조각품이 바닥에 요란하게 흩어지고,
실수로 무언가를 걷어차 와르르 쏟아지는 소리가 납니다.
그대로 넘어진 당신의 손바닥에는 미지근한 액체가 닿습니다.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면 주변으로 붉은 색의 작은 방울방울이 흩어집니다.
이건...
물감이네요.
그리고 간신히 뒤로 짚은 손바닥 아래엔 낯익은 감촉이 느껴집니다.
반질반질하고 약간 빳빳한 감촉.
뒤를 돌아보면 바닥에 흩어진 종이들이 몇 장 보입니다.
네, 당신이 얼떨결에 짚은 것은 물감을 한쪽에 한껏 뒤집어쓰고 그나마 남은 하얀 부분엔 당신의 손바닥 모양이 그대로 찍혀버린 종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딘가 익숙합니다.
물감의 색 하며, 모양 하며...
첫날 루드비히가 보여주었던 액자와 흡사한 형태입니다.
무언가 이상합니다.
이게… 이 종이가 왜 여기에 있죠.
이건 분명 며칠 전 루드비히가 보여줬던 그거잖아요.
게다가 저 남자는 왜 저기에 저렇게… 죽어 있는 거죠.
살이 밀려난 손목이 다시 시큰거립니다.
발목도 아픈 것 같고… 어깨도 아픈 것 같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저 깊은 곳에서부터 신물이 올라옵니다.
몸을 몇 번 울컥거리다 당신은 이내 구토하고 맙니다.
역겨운 냄새로부터 간신히 멀어지며,
8:30PMBelzer Holden:
열쇠와 조각품을 챙겨 간신히 일어나면 벽 한 쪽에 설치된 작업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위에는 조각칼 같은 것이 여러 개 어지럽게 널려있고,
붉은 색으로 물든 헝겊 몇 개가 구겨진 채로 놓여 있습니다.
헝겊 근처에는 늘어진 고무 같은게 있습니다.
8:31PMBelzer Holden:
아니... 자세히 살펴보니 이건,
고무가 아니라 상한 돼지 살점입니다.
냄새가 심하네요.
방금 시체를 봤기 때문일까요,
작업대의 사이즈는… 보통의 성인이 눕기에 충분한 정도의 크기입니다.
어쩌면 내가 저기에 누워 있을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일까요.
막연한 두려움이 심장에 스며듭니다.
그때,
위층에서 루드비히가 당신을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립니다.
약효가 다 떨어진 모양이네요.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닫혀있던 지하실 문이 활짝 열리는 기척이 차례로 느껴지자,
당신은 아직 사용한 적 없는 열쇠를 집은 채 닫혀 있는 문으로 다가갑니다.
혹시나 해서 문고리를 잡고 밀고 당겨보면 문은 굳게 잠겨 있네요.
돌아서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어디에 숨어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이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일단 열쇠구멍에 열쇠를 끼워 넣습니다.
아니, 덜덜 떨리는 손은 자꾸만 열쇠머리를 홈에 맞춰넣는 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인기척이 가까워지고 타인의 숨소리가 귓가에 닿습니다.
어쩌면 이걸,
상아 조각품을 써야 할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8:35PMLudwig Wilde:벨져.
그리고 그런 당신의 뒤에서 루드비히가 흥분한 숨결을 가득 머금은 채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여전히 열쇠를 꽂지 못한 채로 당신은 차가운 문에 이마를 기댑니다.
진정되지 않은 가슴이 쾅쾅 뛰고 있습니다.
8:36PMLudwig Wilde:거긴 가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거, 위험하니까 이리로 건네주세요.
아아, 또 안 되는 것 투성이네요.
계속 그랬죠.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그렇지만 그 이유는 설명해 준 적 없잖아요.
나는 당신에게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존재인 걸까요.
아니, 내가 ‘우리’라고 기억하는 우리가 정말 내가 믿는 우리가 맞는 걸까요.
나는...
나는 누구죠?
당신은 나에게 뭘 바라는 거죠?
뒤를 돌면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루드비히가 불안한 얼굴로 서 있습니다.
그리고 사이엔 죽은 남자의 시체가 놓여 있네요.
머리를 연이어 몇 대 맞고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체가요.
8:41PMLudwig Wilde:(당신을 한 번, 그리고 당신의 손에 들린 조각품을 한 번 쳐다보았다. 저걸 빼앗아올 수는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분명 몸싸움으로 번질 터. 그것만큼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기에 당신을 어르듯 재차 말했다.) 이리 주세요, 벨져. (머지않아 당신의 시선이 시체를 향해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채고는 해명을 하려 들었다.) 이건 사고였어요. 그러니까… (엉망이 된 시체를 내려다보며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시선을 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내 말을 의심치 않고 믿어줄까. 스스로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다툼이 좀 있었거든요, 이 사람이랑.
8:52PMBelzer Holden:(인간이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면 미쳐버린다 하던가. 지금 자신이 그 꼴이었다. 아니, 애초에 인간이 맞기는 할까. 둥둥 떠다니던 시체들, 살이 밀려난 제 손목, 유독 보안이 철저하던 지하실. ...그리고 지하실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돼지 살점. 시체. 시야가 깜빡이듯 전멸했다.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사고 전후의 기억만이 날아갔다는 사고와, 저에게로 전해지는 모든 정보를 차단한 것. 지독한 환멸을 느낀다. 헛웃음도 나오지 않아 메마른 낯으로, 그의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사고, 사고라고.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함께 있었던 사람이다. 무엇이든 일단 숨기려 들었던 너와 달리, 내가 의문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 준. (주먹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마저 저를 힘으로 제압하려 들지 않는 것은, 제 몸이 부서질까 봐? 아니면, 조금 전의 팔처럼 온 몸의 살들이 밀려날까 싶어서? 머리가 울렸다.)
8:59PMLudwig Wilde:...제 말을 믿지 않는군요. 왜입니까. 고작 며칠 본 저 사람이 저보다 신뢰가 간 모양이네요. (나지막하게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상황이 있었다고는 하나, 고작 며칠밖에 만나지 않은 사람의 말을 자신의 말보다 신뢰한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나는 언제까지고 당신의 말 하나만을 맹신하며 살아갈 수 있는데. 당신은 왜. 제 앞에 놓인 시체로 시선이 옮겨지고, 이내 마음 깊이서부터 치미는 화를 가라앉히려 이를 악물었다. 당장 입안에 맴도는 욕지거리를 삼키려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를 삭히는 데에 너무나도 치중한 나머지, 당신에게 그것이 위협으로 느껴지리라는 생각은 차마 하지 못한 채.)
아까까지 화를 내듯 보이던 루드비히는 이제 당신을 달래려 듭니다.
만일 내 뒤에 있는 문을 열고 그 안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나올까요.
지금 우리 사이에 있는 시체보다 더한 것을 보게 되는 건 아닐까요.
지금 루드비히가 여기 이 한 명만 죽였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9:03PMLudwig Wilde:정 그렇다면, 열쇠만이라도 이리 주세요. (당신의 경계를 늦추려는 듯 빈 손을 내밀었다. 점점 초조해지는 말투를 들키지 않으려 호흡을 가라앉혔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괜찮을 리가 있는가. 당장 제 연인이 눈앞에서 조각품을 목에 들이밀며 진실을 고하라 협박하고 있거늘.)
실랑이를 벌여봐도 문을 열어서는 안된다며 루드비히가 목소리를 낮춥니다.
대체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건데요.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예요.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9:17PMBelzer Holden:그 무엇도 알려주지 않는 연인과 합리적인 정보를 주는 낯선 사람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언제나 후자를 고를 것이다. 너도, ...알고 있잖아. (그럼에도 진실을 은폐한 것은, 용서받고 말고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 마지막 말을 덧붙임과 동시에 온갖 감정이 밀려들었다. 그런 직감이 있다. 한 번 시작하면 다시는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는. 이 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지를 가늠했다. 최악의 경우가 아니었으면 했다. 진실은 항상 거짓보다 잔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9:25PMLudwig Wilde:(모를 리 없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당신이 이런 불합리한 요구를 잠자코 들어줄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음에도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었을 뿐이다. '연인'이라는 단어를 비겁하게 이용하고자, 그리고 그 얄팍한 관계로 당신을 흔들어보고자. 뒤이은 말에는 부질없는 변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어디 벨져 홀든이 그런 것을 들어줄 사람이던가. 그가 다시금 제게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은 그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연인이라는 지위에 딱 한 번만 더 기댈 수 있기를 바라며.) ... ...! (제게 날아오는 조각품을 팔로 막아내고는 곧장 당신에게로 뛰어들었다.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몰랐다. 제 목숨을 쥐고 협박하는 것보다야, 흉기를 놓고 있는 당신을 제압하는 것이 훨씬 쉬울 테니. 앞뒤 상황을 가릴 것도 없이 문 쪽으로 달려들어 몸으로 문을 막고 무방비한 채인 당신을 옆으로 밀쳤다.)
열쇠를 꽂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던 당신은 거의 몸을 던지다시피 한 루드비히와 쾅 부딪힙니다.
상대의 짙은 신음소리가 당신의 것보다 훨씬 크네요.
그대로 바닥에 내팽겨쳐지면 골이 흔들리고 숨이 턱 막힙니다.
9:29PMLudwig Wilde:윽... ... (이를 악물며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억지로 삼켜내었다. 비틀거리며 몸을 제대로 일으키고는 구석에서 길다란 각목을 집어들었다.) ... ...벨져,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계속 그렇게 나온다면... (답지 않게 떨리는 목소리. 아,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최악의 상황까지 당신을 밀어넣고 싶지는 않았는데.) 저한테는, 이게 최선입니다. ...이해해달라는 말을 할 생각은 아닙니다. 그저... ...
루드비히는 말끝을 흐리더니 슬픈 눈으로 당신을 쳐다봅니다.
우습죠. 한 손엔 각목을 들고 저런 표정을 한다는 게.
미안해요, 라는 말과 함께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은 당신이 죽은 남자와 있을 때 보았던,
흉기를 휘두르던 루드비히의 모습이 그대로 겹쳐 보이는 장면입니다.
9:30PMBelzer Holden:
당신의 옆으로 각목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딪힙니다.
다행히 피했네요.
아니, 이 상황을 지금 ‘다행’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도 괜찮은 걸까요?
휘둘러진 각목을 피하고 나서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아까 루드비히를 향해 던진 조각품입니다.
바닥에 대고 헛방망이질을 했던 루드비히가 다시 한 번 당신을 향해 각목을 휘두르네요.
당신은 반사적으로 조각품을 들어올립니다.
몸을 일으켜 피하려던 찰나, 무게를 실어 각목을 휘두른 루드비히와 그대로 부딪힙니다.
힘겨움을 제대로 느낄 새도 없습니다.
방금 전에 느껴졌던 감촉이 더 진하게 당신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넘어진 상아 조각품 끝을 적신 것은...
넘어진 채 신음하는 루드비히의 피.
방금 몸을 부딪히던 순간에 그만 루드비히를 밀친다는 게 몸통에 날카로운 조각상 끝을 찔러 넣고 말았습니다.
이 손으로요.
일부러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저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했을 뿐이잖아요.
그렇죠?
루드비히는 분노와 절망, 슬픔이 뒤섞인 얼굴로 당신을 쳐다봅니다.
어떻게 하면 좋죠. 맞서 싸워야 할까요…?
난장판 속에서 떨어진 열쇠는 루드비히의 발치에, 조각품은 문 쪽에 떨어져 있습니다.
등대에 답이 있어요.
그리고 혼란스러운 당신의 머리속으로 누군가의 음성이 스쳐지나갑니다.
등대에 답이 있다……
차디찬 바닥에 누워있는 저 남자가 해준 말이었죠.
등대… 거기에 정말 ‘답’이라는 게 있는 걸까요.
주춤거리는 사이에 루드비히가 신음하며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9:39PMLudwig Wilde:(반쯤 몸을 일으키고는 찔린 부위를 손으로 단단히 쥔 채 벽에 기대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당장이라도 몸을 일으켜 다시 달라들 기세로 당신을 쳐다보다가도, 그 분노에 찬 시선은 짧게나마 안타까운 시선으로 변하곤 했다. 그러나 일관적인 것은, 조급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 하나.) ...후회할 짓은 하지 마세요, 벨져.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에게는 이게 최선이에요. 이 방법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단 말입니다.
다시금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아까 바닥을 내리쳤던 각목입니다.
그래요.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왕 할 후회라면 등대에 다녀와서 해도 늦지 않겠죠.
적어도 당신은 나에게 아무 이야기도 해주지 않을 테니까.
9:42PMLudwig Wilde:...이곳에 남으세요, 벨져. 바깥은 비가 오고 있습니다. 어차피 당신은 이 저택을 벗어나지 못해요. 당신은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어있으니까요. (집착에 가까운 말을 하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설득인지 협박인지 모를 말. 그럼에도 목소리 한켠에는 당신을 향한 간절함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니까, 이만 포기하세요. 마지막으로 단 한 번만, 저를 믿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예요.
10:00PMBelzer Holden:(찌르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각목을 들고 자신을 위협한 자라도 일단은 연인이었으니. 아니, 어쩌면 자신만 그리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며 상대방을 각목으로 내리치려 들지는 않을 테니까. 제 의사조차 묻지 않고 벌인 짓에 '최선'이라는 작대를 들이미는 자를 신뢰할 수는 없었다. 의심 위에 사랑은 싹트지 못한다.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내려다보다, 네 얼굴 바로 옆을 다리로 내리찍었다. 쾅, 하고 울리는 소리와 함께 시선 또한 고정된다.) 네게 최선이라는 그 방법은, 정말 나에게도 최선이었나? 선택지는 고르는 게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 네가 하는 말 전부, 변명에 불과해. 기억을 잃은 사람에게, 아니, 애초에 지금 가지고 있는 기억이 나의 것은 맞나?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네 말을 믿고 따를 때, 참 즐거웠겠군.
루드비히는 여전히 피가 흐르는 복부를 잡고 있습니다.
아주 치명적인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더 시간을 지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등대로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서 우리 둘의 관계를 명확히 설명할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막연하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후에 여기로 다시 돌아오든지 하면 되겠죠.
지하실 위로 올라오면 빗소리가 사방에서 와락 몰려옵니다.
비가 많이 오는 상황이지만, 아무래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출발할까요, 행선지는 등대입니다.
10:09PMBelzer Holden:(찰나의 순간, 연인이었던 자를 눈에 담았다. 그런 일을 겪고서도 남은 미련일지, 혹은 분노일지. 가라앉은 시선을 다시금 앞으로 돌리고 등대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몸이 조금씩 젖습니다. 어쩔 수 없죠.
젖은 땅을 딛고 천천히 등대 쪽으로 걷습니다.
차가운 물방울이 정수리와 어깨에 닿아 마구 튑니다.
숨의 온도가 점차 낮아지네요.
걷고 걸으며 여기서 처음 눈 떴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문으로 들어오던 루드비히를, 그가 차려주었던 식사를,
나누었던 대화를, 함께 보낸 순간들을.
마음 속 한켠에선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여기서 있었던 일들은 모두 직접 경험한 거지만…
그 전의 일들은요?
그것들도 모두 내가 경험한 게 맞을까요.
우리는, 등대에 도착해 ‘답’이란 걸 얻은 후에도 ‘우리’일 수 있을까요.
어깨가 무겁습니다.
아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느새 숲에 다다릅니다.
숲의 끄트머리 쯤, 바다와 맞닿는 부근에 등대가 있었죠.
다행인지 숲에 들어서니 맞아야 하는 비의 양은 줄어듭니다.
분위기가 음산하고 어두침침한 게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발바닥이 땅에 닿을 때마다 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건 착각이 아닌 것 같네요.
숨이 점차 가빠지고 오한이 듭니다.
눈꺼풀이 무겁고 눈가가 시큰합니다. 금방이라도 눈이 감길 것만 같습니다.
10:13PMBelzer Holden:
번쩍, 정신이 듭니다.
조심해야죠. 순간적으로 잠에 들 뻔 하다 그만 나무에 머리를 박을 뻔 했습니다.
나무 틈새로 아까보다 훨씬 가까워진 등대가 보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저택에 있을 걸 그랬을까요. 루드비히가 하던 말처럼요.
발걸음이 점점 느려집니다. 왜 이렇게 기력이 없을까요.
마치… 마치 이 숲의 모든 것이 당신의 몸을 아래로, 나락으로 잡아 끄는 것 같습니다.
차가운 빗물이 몸에 닿을 때마다 판단이 흐려집니다. 눈 앞이 흐릿해집니다.
그리곤… 눈 앞의 것들이 높아지기 시작하다가,
쿵, 젖은 흙바닥에 그대로 얼굴을 박고 맙니다.
세상이 흔들거릴 정도로 아프게요.
귓가에 삐이, 긴 이명 소리가 한 번 스쳐지나가면 억지로 두 눈을 꿈뻑거립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 어두운 색이 내려앉은 새까만 숲이,
밤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쏟아지는 빗줄기가,
나를 죽이러 온 존재들만 같습니다.
온 몸의 기운이 녹아내렸는지 상체를 일으킬 수가 없고,
바닥에 반이나 처박힌 입술을 움직거려 보아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대로 여기에서 죽는 걸까요.
최소한 등대에는 가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요.
간신히 몸을 반대로 돌리고 눕자 얼굴 위로 비가 사정없이 쏟아집니다.
비 맞지 말랬는데.
루드비히, 네가 나에게 그랬는데.
얼굴을 쓸어내다 문득 주머니에 넣어둔 종이 생각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이걸 울리라고 했죠.
설마 지금 쓰라는 의미로 준 건 아니겠지만.
10:22PMBelzer Holden:(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분명 이전에 비를 맞았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기에, 괜찮을 거라 여겼다. 제 착각이었는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직감처럼 알 수 있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움직이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뇌리에 내리꽂힌다. 루드비히가 주었던 종을 떠올렸으나, 이러한 상황에서마저 그에게 도움받고 싶지 않았다. 설령 죽는다 하더라도. 그런 생각과 함께 마지막 힘을 짜내어 몸을 뒤틀렀고, ...어디선가 딸랑, 하는 소리가 울려퍼진 것 같기도 하였다.)
작고 맑은 소리가 흐릿하게 빗줄기를 뚫고 퍼져 나갑니다.
짧은 소리였기 때문일까요, 주변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저 멀리 나무 사이로 그림자가 보입니다.
익숙한 실루엣이 조금씩 커지고 진해집니다.
비에 젖은 그가, 당신을 향해 달려옵니다.
10:27PMLudwig Wilde:...벨져. (당신을 발견하고는 안도하듯 나지막히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한참 동안이나 당신을 찾아 헤메이며 여기까지 뛰어온 탓에 찬찬히 숨을 고르다가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추었다.) ...괜찮습니까? (이내 단번에 당신을 안아들었다. 비에 젖었기 때문이었을까, 아까 전의 살기 어린 모습과는 다른 분위기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손에 들린 종이 흔들리며 작게 딸랑거리네요. 마치 대신 대답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10:30PMLudwig Wilde:종소리를 듣고 간신히 찾았습니다. 어차피 이 부근에 있을 것 같기는 했지만요. ...몇 번 더 울려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아마도 당신은, 나를 믿지 못해서, 그래서 종을 울리지 않은 거겠지. 차라리 죽을 생각으로...... 애틋한 눈빛으로 당신을 빤히 응시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먼 곳을 쳐다보았다. 물줄기가 턱과 목을 타고 흘러내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가, 얼마 전까지 보여주었던 그 다정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는 건 바보같은 짓이겠죠. ...가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그러고는 천천히 걷습니다.
맞닿은 몸의 온도가 다르네요.
그리고 그저 같이 있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 잃어버렸던, 빼앗겼던 생명력이 되돌아오는 것만 같습니다.
아니, 기분 탓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두워지던 시야가 이렇게 다시 돌아와 그를 눈에 담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갈라지던 목소리는 등대에 가까워질수록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
질척한 바닥을 벗어나면 등대 구조물 덕에 비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래봐야 물에 젖은 생쥐꼴은 여전하네요.
10:39PMLudwig Wilde:벨져, 걸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따라오라는 듯 등대 쪽으로 무거운 걸음을 떼었다.)
루드비히는 초연한 얼굴로 등대의 문을 엽니다.
원래부터 열려있었는지 문이 안으로 쑥 열립니다.
어두컴컴한 내부에선 좋지 않은 냄새가 납니다.
10:40PMLudwig Wilde:쭉 생각했어요. 이래야만 한다고… 그래야 당신을 지킬 수 있다고.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안쪽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이것이 옳은 선택인지 고민하고 있었으나... 분명, 이제는 돌이킬 수조차 없는 선택이리라.)
달칵. 천장의 불이 몇 차례 깜박거리다 켜집니다.
코를 틀어막을 수 밖에 없는 악취가 머리를 아프게 하네요.
안 쪽엔 배가 갈린 돼지 시체 여러 개가 천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바닥엔 말라붙은 피가, 그 근처에 아직 고여있는 피가, 내장과 살점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10:44PMLudwig Wilde:(끔찍한 악취. 타인보다 감각이 예민한 만큼 이전의 그였더라면 당장 장소를 벗어났을 법한 정도의 악취도 익숙하다는 듯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제가 여기서, 뭘 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까. (당신의 앞에 서 눈을 마주하자 숨이 턱 막혔다. 코를 찌르는 악취나 역겨운 광경에도 그 어떠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으나, 오롯이 시야에 그의 눈동자만이 담길 때면 생애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죄책감이 덜컥 몸을 장악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라.)
루드비히가 장갑을 벗어 내려놓습니다.
크고 작게 베인 상처로 얼룩덜룩한 손이, 흉한 손이 그 안에서 빠져나옵니다.
10:54PMBelzer Holden:(침묵을 지키며 그의 뒤를 따랐다.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부상을 입혔고, 독설을 내뱉은 뒤 그를 남겨둔 채 떠났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관계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나를 구한 거지? 그는 몰라도 제게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런 방법을 써야만 나를 지킬 수 있었다고. 그 말에 여즉 저릿한 손목에 시선을 두었다.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 (천장의 불이 켜지자 눈가를 찌푸렸다. 혈향은 제게 있어 익숙한 것이었기에 참을 수 있었으나, 얼룩덜룩한 그의 손은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11:18PMLudwig Wilde:(이런 상황에서도 시선을 똑바로 맞춰오는 모습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올바르고 고고한 벨져 홀든의 모습에서 하나의 오차도 없는 행동이 너무나도...) (병든 손을 가벼이 주물럭거리며 구석에 놓인 소파에 주저앉았다. 이젠 당신에게 숨길 수도 없는 일. 방금 지었던 옅은 미소조차 피곤하게 보일 만큼, 아마도 제 자신은 죽어가는 표정을 한 채일 터였다.) ...천천히, 전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벨져, 당신이 원하는 만큼요. (끝이 붉은 색으로 물든, 아까 전 다툼에서 제게 상처를 내었던 상아 조각품을 꺼내보이고는 조용히 고민했다.)
그리고 여태 꽁꽁 감춰두었던 이야기가 입술 바깥으로 조용히 흘러 나옵니다.
11:29PMLudwig Wilde:죽은 당신이 살아나서 나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그 놈이 보여줬을 때 넘어간 게 화근이었어요. (말을 멈추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제 죄를 낱낱이 고하는 기분을 견뎌내려는 듯 시선은 바닥을 향해있었다. 당신에게 숨겨야만 했던 사실. 그리고, 결코 입 밖으로 내고 싶지 않았던 사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빗소리에 숨이 말라갑니다.
온 몸이 차디찬 돌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11:52PMBelzer Holden:(조용히 이야기를 경청했다. 생기가 드러나지 않는 너의 표정을 바라보면서도, 그렇게.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리지 않아야 했다. 그리 생각했기에 그가 고개를 떨구어도 집요하게 시선으로 좇은 것이었다. 저를 살리고 싶었다. 그 한 마디가 가져올 다음을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12:30AMLudwig Wilde:(자신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흔들림 하나 없는 표정. 굳이 고개를 들어 확인하지 않아도 그의 목소리에서 그의 여전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느낄 불쾌함과 껄끄러움을 충분히 예상함이라, 이제는 연인 신분을 핑계삼아 용서받을 수 있음을 온전히 기뻐할 수도 없었다.) ...그 남자입니다. 저도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능력을 뛰어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밖에는... 그놈은 당신이 스스로가 인형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로 온전히 '요양'을 마치면 진짜 육체를 빚어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그놈이 하얀 저택 바깥에서 산책을 하며 웃는 우리 둘의 모습을 보여주기 전까지는요. ...어쨌든 저는 그런 것에라도 매달릴 만큼 간절했고,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12:56AMBelzer Holden:(특별한 능력을 가진 남자. 이야기를 들을수록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져 갔다. 부러 비를 맞게 유도하던 목소리와, 루드비히를 의심하게 만들던 낯. 모든 것이 계산된 것이었단 말인가. 하,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진실을 찾아낸다는 자 치고는 그런 것에 상당히 쉽게 넘어가지 않았나. 그런 생각들이 드는 탓에.)
1:33AMLudwig Wilde:...몰랐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설령 의도가 있대도 상관 없었습니다. 말했지만... 나는 당신을 보고 만질 수 있는 걸로 충분했거든요. 이렇게 일이 꼬여버렸대도, 항상 그 끝이 깨끗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행복했으니까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괴로움이 더 크게 느껴졌을 테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 굳이 살아서 이 공간을 나가지 못한대도, 당신과 함께라면 영원히 이 거지같은 일주일을 반복할 수 있었다. 평생, 당신의 죽음을 지켜보며 같은 시간 속에서 살게 되더라도.)
루드비히가 웃습니다. 수없는 회한에 가득 차서 슬프게 웃습니다.
한심하죠, 이 순간에 흔하디 흔한 말이 떠오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잘할 걸. 조금 더 잘 해줄 걸.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한껏 말해줄 걸.
정말 이 방법밖에는 없는 건가요.
우리는… 다시 우리가 될 수 없는 걸까요.
여전히 우리로 존재할 수는 없는 걸까요.
자신의 비밀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손목의 살이 빠른 속도로 녹아 흘러 내립니다.
물에 젖은 살이 흐물흐물해지고, 사람의 것이 아닌 관절 이음 부분이 드러납니다.
루드비히가 당신의 뺨을 손으로 감싼 채 자신을 마주보게 합니다.
보지 말라는 의미이겠죠.
굳게 닫힌 입술이 한참을 망설이다 미소짓습니다.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벨져.
2:16AMBelzer Holden:...나는 널 믿지 않았어. 정말 그걸로 충분한가? 멀쩡히 살아갈 수 있는 네 삶을, 고작 죽은 연인을 위해 내버리는 게 만족스럽다고... (허탈한 음성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제안을 받아들인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너를 만나기 전까지 사랑 따위의 감정은 쓸모없다고 여겼다. 너와 시간을 보내며, 그나마 그 생각을 접어두려던 차였건만.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만나지 않는 게 나았을 것이다. 그는 헌터의 삶을 살고, 저는 기사의 삶을. 애정을 나누지는 못했을 지언정 그는 계속 살아갈 수 있었을 터였다. 모든 것이 지루하다는 얼굴로 밤의 거리를 돌아다녔겠지만 결국은, 삶을 쟁취하였을 것이다. 입술을 강하게 내리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차라리, 평생을 모르고 살아갔더라면.)
2:47AMLudwig Wilde:(고작 죽은 연인.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에게 그리 가벼운 존재가 되지 못했다. 그 역시 알고 있을 터. 당시에는 눈이 멀어 덜컥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분명했지만, 지금이라고 다를 바는 없었다.) 글쎄요. 언제부터 이렇게 멍청해졌냐, 라... 아마 당신을 만난 직후부터겠죠. 당신도 알잖습니까. (사랑이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 그래서 내가 어떤 짓까지 저질렀는지. 모든 걸 내팽겨치고 이런 곳에 와 당신 하나에 전념할 만큼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도 여전히 미련이 남는 것이 사랑이라.)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으리라는 걸 압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요. (나는 그렇지 못했지만,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 총명하고, 선하며, 의지가 곧은. 이런 얄팍한 유혹 따위에 결코 꺾이지 않을 사람이니까.)
루드비히는 당신에게 자신을 죽일 것을 종용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럴 순 없어요.
상아 조각품은 차가운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죽이고 내 삶을 쫓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요.
어떻게 나를 위해 이 모든 수난과 고난을 인내해온 당신을 죽게 만든다는 말인가요.
루드비히는 자못 놀란 눈치이더니, 이내 수긍합니다.
당신을 설득할 수는 있을지언정 자기를 죽이도록 강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허탈함이, 괴로움이, 공포가 루드비히의 얼굴을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곤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웃음을 짓습니다.
6일차 아침이 되면 비가 그칠 겁니다. 밤이 오면 7일 차 아침이 이어서 다가오겠죠.
그 다음에는 이 모든 공간이 흩어지고 무너져 무(無)로 돌아가겠지만,
우리는 서로의 흔적조차 인지할 수 없게 되겠지만,
다행이지 않은가요. 우리에게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는 게요.
뭘 하면 좋을까요. 뭐든 하고 싶은 걸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루드비히가 당신의 손을 잡더니 함께 해변가를 걷자고 작게 중얼거립니다.
첫날 그랬던 것처럼요.
그리고 나서는, 저택으로 돌아가 대화를 나누거나 보드게임을 해도 되겠죠.
남은 1분이, 1초가 우리에겐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아직 우리로 존재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남은 시간은 온전히, 정말로 온전히 우리 둘만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겠죠.
이제는 눈을 감아도 더이상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리지 않습니다.
들리는 것은 오로지 루드비히의 숨소리 뿐입니다.
그래요, 이 작은 세상에 들리는 것은,
오직 너와 나의 음성.
무너져 가는 세상의 끄트머리에서 잡은 손은 생각보다 따뜻합니다.
루드비히 빌데, 7일차 이후 로스트
벨져 홀든, 7일차 이후 로스트
2:55AM살자합니다 (GM):이
2:55AM....................................................:...........수고하셨습니다................................
2:55AM살자합니다 (GM):나 진심 눈물콧물 다짜는중
2:55AM....................................................:하................................
2:56AM살자합니다 (GM):프라하......로마..........씨발.........
2:56AM죽을께:아니이게
2:56AM살자합니다 (GM):니네가 론링컨이냐고.............또라이들아
2:56AM죽을께:아니 프라하 로마 보고
2:56AM살자합니다 (GM):......................................................
2:56AM죽을께:다음생에는 프라하에서 만나자
2:56AM살자합니다 (GM):ㅅㅂ ......못웃겟다
2:56AM죽을께:시발
2:57AM살자합니다 (GM):ㅣㄴ짜 딱 뒤질거같음
2:57AM죽을께:아....................................진심
2:57AM살자합니다 (GM):웅...
2:57AM죽을께:벨져가 루드비히 죽였으면
2:57AM살자합니다 (GM):그래도...겉으로는 멀쩡하게 살지않을가
2:58AM죽을께:....................................
2:58AM살자합니다 (GM):겉으로만...................
2:58AM죽을께:...........................
2:58AM살자합니다 (GM):웅...
2:58AM죽을께:안도망가고 루드비히 믿어주면
2:58AM살자합니다 (GM):웅
2:58AM죽을께:.....둘다사나요?
2:59AM살자합니다 (GM):아니... 똑같이 7일차 이후 로스트야.............
2:59AM죽을께:..................
2:59AM살자합니다 (GM):기다리거나
2:59AM죽을께:응..........................
2:59AM살자합니다 (GM):루드빅이... 똑같이 대해
2:59AM죽을께:........................................................
2:59AM살자합니다 (GM):어쨌거나 6일째의 아침은 밝았고, 내일이면 요양이 끝나게 됩니다.
3:00AM죽을께:와
3:00AM살자합니다 (GM):이러고 7일차 이후 로스트야
3:00AM죽을께:이건진짜자살인데
3:00AM살자합니다 (GM):어...
3:00AM죽을께:저죄송한데잠깐살자좀하고올게요
3:00AM살자합니다 (GM):죽이는게 1번 저게 2번
3:00AM죽을께:.............................................
3:00AM살자합니다 (GM):ㅇㅜ리가 본게 3번
3:00AM죽을께:하하
3:00AM살자합니다 (GM):등대 안가고 딴길로 새는게 4번
3:00AM죽을께:헐무야
3:01AM살자합니다 (GM):어... KPC 확정로스트임
3:01AM죽을께:등대안가면어케돼
3:01AM살자합니다 (GM):4번
3:01AM죽을께:고소할게
3:01AM살자합니다 (GM):가다가
3:01AM죽을께:응...
3:01AM살자합니다 (GM):쓰러져
3:01AM죽을께:...................
3:01AM살자합니다 (GM):ㅈㅁ 걍 스크립트
3:01AM죽을께:웅!!
얼핏 잠에서 깨어났다 싶으면 당신 앞에 당신을 닮은 사람이 누워 있습니다.
아니, 이건 사람이 아닙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얼굴을 꼭 닮았지만 이 사람에게는, 아니 이 인형에게는 내가 가진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잖아요.
루드비히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마른 헝겊으로 내 앞의 인형을 정성스레 닦기 시작합니다.
눈이 마주쳐도 아는 체를 하지 않습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그를 부를 수가 없습니다.
루드비히는 아직 덜 완성된 상태의 인형에 무언가를 치덕치덕 바릅니다.
여기저기를 깎아내기도 하고 닦아내며 한참이나 애를 씁니다.
왜 저러고 있죠,
당신에게 중요한 건 나잖아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시야가 한단계 어두워집니다.
불을 끈 걸까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달칵, 시야가 또 한단계 어두워집니다.
이젠 루드비히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어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면 몸의 모든 관절이 움직임을 멈춥니다.
아직 열려있는 귓구멍으로 새 삶을 얻은 인형이 토해내는 숨소리가 스며들어옵니다.
망가진 인형도 정도가 있는 법이죠.
더이상 재활용할 수 없게 된 인형을 버리고 루드비히는 정말로 마지막 기회에 도전해보려는 모양입니다.
성공할 수 있을지는, 글쎄요.
행운이 함께 하기를.
3:03AM살자합니다 (GM):일케하는데 어차피 7일차 이후 로스트임
3:04AM죽을께:진짜 미친거아냐
3:04AM살자합니다 (GM):이게 그
3:04AM죽을께:4번 최고잔인
3:04AM살자합니다 (GM):인형 만들때마다
3:04AM죽을께:응...
3:04AM살자합니다 (GM):자기 생명력을
3:04AM죽을께:ㅅㅂ어쩐지
3:04AM살자합니다 (GM):새벽마다 그
3:04AM죽을께:루드비히미침?
3:04AM살자합니다 (GM):거기에 생명력뺏겨서 빌빌댄거임
3:04AM죽을께:....................................
3:04AM살자합니다 (GM):근데 사람이 없으면
3:04AM죽을께:벨져한테 준건 예상했는데
3:05AM살자합니다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05AM죽을께:벨져원래사람안좋아해미친
3:05AM살자합니다 (GM):아 그리고 그
3:05AM죽을께:응...............
3:05AM살자합니다 (GM):등대랑 연결돼잇어
3:05AM죽을께:어그러네 문을 안열었네
3:05AM살자합니다 (GM):근데 그거 원래
3:05AM죽을께:충격적
3:05AM살자합니다 (GM):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05AM죽을께:다행이다
3:05AM살자합니다 (GM):에휴.............
3:05AM죽을께:그거
3:06AM살자합니다 (GM):ㅋ
3:06AM???:꺙><
3:06AM죽을께:벨져였으면 걍 다무시할거를 그랴도 귀여워서 봐줬는데
3:06AM살자합니다 (GM):쟤 니알라토텝임
3:06AMBelzer Holden:니옥상으로와라
3:06AM죽을께:라시ㅏ발
3:06AM살자합니다 (GM):그래서
3:06AM죽을께:니알라님? 한번만더기회를주시기바래요?
3:06AM살자합니다 (GM):만약에 밥상머리에서
3:07AM죽을께:와
3:07AM살자합니다 (GM):우리는 예외로 원래도싸햇지만...
3:07AM죽을께:꺼낼걸
3:07AM살자합니다 (GM):아니 충분히 싸햇어...
3:07AM죽을께:와..진짜 개싸웠을텐데
3:07AM살자합니다 (GM):근데 그랫으면
3:07AM죽을께:벨져성격 어서오고
3:07AM살자합니다 (GM):루드빅이 얘 죽이는거아니야?
3:07AM죽을께:라시발
3:07AM살자합니다 (GM):뭐 죽인건 맞긴하지만
3:07AM죽을께:나는 어때요? 이난리
3:07AM살자합니다 (GM):그 비 맞고
3:07AM죽을께:응
3:07AM살자합니다 (GM):벨져 손보고있을때에
3:07AM죽을께:와
3:08AM살자합니다 (GM):아냐 나 이거
3:08AM죽을께:웅
3:08AM살자합니다 (GM):음식에 독탄거아니냐햇엇어
3:08AM죽을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08AM살자합니다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08AM죽을께:독은 아니고
3:08AM살자합니다 (GM):막 약병잇고 ㅋㅋ
3:08AM죽을께:어
3:08AM죽을께:두개엿는데
3:08AM살자합니다 (GM):웅
3:09AM죽을께:첫번째가 루드빅이 피그말리온이라 죽은 벨져를 빚어서 지금 데리고있는ㄱ거다
3:10AM살자합니다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10AM죽을께:비맞지말라한건..녹으니가
3:10AM살자합니다 (GM):하 근데 루프물은 진심
3:10AM죽을께:이렇게까지 슬플수잇나
3:10AM살자합니다 (GM):잔인한거같애
3:10AM죽을께:ㄹㅇㄹㅇㄹㅇㄹㅇ
3:10AM살자합니다 (GM):사실 각목들때
3:10AM죽을께:그거보고 사실 루드빅이죽여서 혼자독점하려고 빚었나?이난리침
3:10AM살자합니다 (GM):마음약해져서...
3:10AM죽을께:ㅋ
3:11AM살자합니다 (GM):헐...다행이다
3:11AM죽을께:기껏해야 벨져 여긴왜왔어요 하면서
3:11AM살자합니다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11AM죽을께:애가 각목을들고
3:11AM살자합니다 (GM):아...
3:12AM죽을께:레알
3:12AM살자합니다 (GM):내일 보고 학교에서 우는거 아니냐
3:12AM죽을께:10년치술안주생겼
3:12AM살자합니다 (GM):아...................
3:12AM죽을께:암튼... 키퍼링 진짜
3:12AM살자합니다 (GM):좀 죽을거같다
3:12AM죽을께:너무조앗음
3:12AM살자합니다 (GM):아냐괜찬아
3:12AM죽을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13AM살자합니다 (GM):나두...
3:13AM죽을께:평생나랑티알해줘
3:13AM살자합니다 (GM):갓...세션...최고의세션...
3:13AM죽을께:진짜.....................................
3:13AM살자합니다 (GM):하... 우리 탐라가서
3:13AM죽을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13AM살자합니다 (GM):곧 봐...사랑해...수고햇어,,,ㅠㅠㅠ
3:13AM죽을께:굿키퍼 굿키퍼
3:13AM살자합니다 (GM):백업 낼 하께...ㅠㅠ
3:13AM죽을께:사랑해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 웅ㅇ웅웅ㅇ 고마워

ㅇㄴ
대괄호 두개씩 써주면 돼

짱신기하다
둘다 운이
어잠시만
네 짱
사담은 저번처럼
닉넴으로 하거나 그
인장 바꿔주면
시작하겟습니다...^
머야 ㅈㅁ
왜자꾸 지맘대로 켜지지
어 끊어졋다



rolling 1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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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림은... 예술품을 자주 보아온 내 성에는 차지 않는군. 루드비히. 너도 미적 감각이 형편없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




기준치: | 70/35/14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무언가, 잊은 느낌이 든다. 사고 당시의 것만이라고 하기에는... 온 몸의 감각들이 외치고 있었기에. 어디쯤에서 기억이 끊겼는지도 온전하지 않아, 물음이 물음에 꼬리에 물고 이어졌다.)



(뜬금없이 비를 맞지 말라는 건 저를 위한 걱정인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녁에 비가 온다면 지금쯤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 정도로 몸 상태가 나쁘지는 않아. 외출이야 너와 함께 하면 되지 않나.



요리도 할 줄 알았나? (낮은 침음을 한 번 내곤,) 그다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장 생각나는 게 없군. 그저 배울 채울 수 있으면 족하다. 네가 좋아하는 걸로 준비해도 상관없어.


기준치: | 60/30/12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이 집은 네 소유인가? 그렇다기에는 자기 집에서 장갑을 끼고 있고. (누군가 빌려준 거처일지도 모르겠어. 그리 덧붙이며.)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걱정했습니다. 혹시라도 일어나지 못할까봐요. 의사 말로는 사고가 당신에게 미친 영향이 꽤 커서, 당신이 환청을 듣거나 헛것을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몸을 가누기 힘든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요. 그럴 때는 안정을 취하고, 내게 바로 와서 도움을 청하면 됩니다. 괜히 혼자 끙끙대거나 무리하지 말고요. 알겠죠?

기준치: | 55/27/11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이 쪽지 내용... 어지간히도 강조하고 싶은 모양이군. 2번이야 몸 상태가 있으니 그렇다 쳐도, 1번은 아까부터 이해가 가지 않는데. 감기라도 걱정하는 건가? 어려운 요구들은 아니지만 네 의중을 모르겠어, 루드비히.

가만히 있는 게 싫다면, 산책을 나가는 건 어떻습니까? 근처를 돌아봤는데, 굉장히 조용하더군요. 해변가도 있고... 걷다 보면 기분전환이라도 되겠죠. (싱긋 웃으며 잡고 일어나라는 양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같이 나갈까요?

둘이 하는 산책은 오랜만인 것 같은데. 너는 주로 밤에 활동했고, 나는 늘 바빴으니까. 가끔은 이런 시간도 나쁘지는 않겠지. (내밀어진 손을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조용한 해변가라면 분위기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가지.


(마지막이라는 건 예고하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와 저같은 존재라면, 더더욱.) 확실히, 한결 편하군. 이래서야 낮에 멀리까지 돌아다니지 말라는 네 말을 지킬 수가 없지 않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새겨야 하니. 안 그래? 루드비히. (흔치 않은 농담투였다. 색다른 기분에 조금, 즐거워졌을지도 모르겠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루드비히. 피곤한가? 안색이 좋지 않아.


기준치: | 70/35/14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69/34/13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밖에 나가지 말라는 건, 그냥 비를 맞는 건 상관 없다는 건가? 창문을 열고 손바닥에 맞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더운 것보다 시원한 편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말이다.


(그의 손짓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작은 화분 두 개. 텅 비어 보이던 저택에 어째서 저런 것이 있을까. 마치 이전에 살던 두 명의 집주인들이 남기고 간 것처럼. 그리고 뒤를 이어 보드게임이 시선에 걸쳐졌다.) 체스는 배웠지만... 젠가는 해본 적이 없는데. 네가 알려줄 수 있나? 이참에 새로운 걸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To GM)rolling 1d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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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와 정반대군. 두뇌싸움이 아니라 균형감각과 운에 기댄 게임이라... (이어진 그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손을 잡고, 그 다음엔? 여전히 저가 알던 그라서, 어쩐지 안도감이 든 것도 같다.) 먼저 하지. 7.

그렇죠. 균형감각과 운. 세상에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도 있잖습니까. 그런 류의 게임이죠. 운을 시험해볼 수 있는. ...자, 그래서, 도련님께서 제게 시키고 싶은 건 뭡니까. (당신을 놀리려는 의도가 다분한 투로 장난스레 말하며 얼굴을 가까이했다.)

(운이 좋은 편이었던가. 인간은 자신의 삶을 객관화할 수 없다. 허나 지금까지의 운이 어떠했든, 이 순간만은 니케가 제 손을 들어주었으므로.) 글쎄, 너에게 시킬 일이라면...내일 산책도 함께 나가기? (바로 앞까지 다가온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손가락으로 그의 턱을 올려잡았다.) 농담이다. 그럼, 루드비히.
내 손등에, 입맞춰 줄 수 있겠나.

산책을 같이 나가는 거야 쉬운 일이죠. (당신의 손등을 들어올려 그 위에 살포시 입술을 대었다. 본래라면 익숙치 않을, 그러나 당신을 만남으로써 익숙해진 행위.) 물론, 이건 더 쉬운 일이고요. (슬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비교적 아래층에 놓인 젠가 블럭으로 손을 옮겼다.) 썩 운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만, 이번에는 어떤지 볼까요.
rolling 1d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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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다행이군. 너의 시간인 밤도 운치가 있긴 하지만, 눈부신 태양 또한 아름다우니 말이다. (손등에 닿는 부드러운 온기. 다른 이였다면 용납하지 않았을 행동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쉽게 제약에서 풀려난다.) 생각보다 운이 좋은 편 같은데. 이번에는 8로 하지. (잠시 고민하다, 젠가 블럭에 손을 대었다.)

(당신의 손에 들린 블럭을 바라보고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좋아요, 좋습니다. 어디 한번 요구해보시죠. 아까 전의 성공으로 제가 요구할 건... (제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이겁니다. 저도 가끔은 받고 싶은 날이 있어서요.

(여유로운 낯을 무심하게 훑어보던 중, 들려오는 말에 멈칫했다. 제 예상이 들리지 않는다면...) 꽤나 당당하게 요구하는군. 루드비히... 감히 나에게 그런 걸 요구할 이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너 뿐일 거다. (눈을 가늘게 뜬 채 침묵을 지키며 그에게 다가섰다. 손으로 그의 목을 조금 내리고, 시선을 마주친 상태로 제 입술의 그의 것에 포개었다. 찰나가 지나고, 짧은 소리와 함께 몸을 뒤로 물린다.) 다음 내 소원으로 스킨십 금지 같은 걸 하면 꽤나 재밌겠군.

(무어라 말을 덧붙이면서도 꽤 성실하게 제 요구에 응해주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표현이 서툰 건지, 아니면 그저 익숙치 않은 건지... 그런 모습조차도 사랑스럽게 여겨지기만 했다. 당신도 내가 이렇게 구는 것을 싫어하지 않잖아요. 그렇게 말하면 질색하려나.) 사랑스러운 연인에게 그리 매정하게 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안 그렇습니까, 벨져?

(귓가로 새어드는 웃음소리에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낮게 울리는 목소리는 듣기에 나쁘지 않았으나, 제 기준에서는 민망한 행위를 한 직후였으므로. 물론, 싫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얼굴도, 목소리도, 뻔뻔하기 짝이 없는 성격도... 그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을 사랑했기에.) 허, 이상한 말만 하는군. 아까는 그렇게 피곤해 보이더니, 실은 나와 산책하는 게 싫어서 연기를 한 거였나? (가벼운 투로 던지는 농이었다. 표현에 서툴다는 이야기는 지독히도 들어왔으나, 고치기가 쉽지 않았다.)
이 다음은... 긴 입맞춤이 적절하겠지. 단, 하나 조건이 있다. 혀는 넣지 마. 입술만 붙여라. 괜찮겠지?


(그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입을 벌리려는 찰나, 훅 끼쳐오는 묵직한 체향에 숨이 막혔다. 시선을 마주한 것은 고작 몇 초일진데, 괜히 주먹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내 느릿하게 닿아오는 온기가 제 뺨을 감싸고, 익숙한 촉감이 입술에 닿아왔다. 이쪽도 눈을 감지 않아 각자의 눈동자에 서로가 비치고, 숨이 조금씩 모자라 오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입술을 부벼대면서도 제 요구를 어기지 않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명 그를 골려주기 위해 요구한 벌칙이었음에도, 오히려 애가 달은 것은 저의 쪽 같아서. 제 꾀에 넘어지는 머저리가 누군가 하였더니, 나였군.)
(막힌 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할 무렵.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적나라하게 보이는 젠가 탑은 헛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곧 입술이 떨어지고 공기가 들어올 즈음, 거칠어진 숨을 간신히 골랐다.) ...너, 방금 일부러 넘어뜨린 것 같은데. (날카로워진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다, 한 손으로 멱살을 잡고 끌어당겼다. 선을 지워달라는 당돌한 연인의 모습이, 상당히 저를 자극시켰기에.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서 눈을 마주친 채,)
할 수 있으면 해 봐. 루드비히 빌데. (한 마디를 내뱉고는, 그대로 다시금 입을 맞추었다.)

할 수 있으면 해보라니. 설마 진심으로 제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한층 날카로워진 시선을 즐기듯 굴다가, 이내 멱살을 끌려가듯 당신에게 다가섰다. 아,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당신이 알지 못해서 다행이군. 입이 맞추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당신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놓고는, 순순히 벌려진 입 안으로 혀를 밀어넣었다. 너무 급하지 않게, 그러나 평소보다는 조급하게 제 욕망을 드러내며 질척하게 혀를 얽어내었다. 스치듯 마주친 눈빛에서는 채 숨기지 못한 소유욕이 언뜻 드러났을지도 몰랐다.)
(그리 능숙하게 입맞춤을 이어가며 한쪽 팔로 허리를 끌어안아 단단히 붙잡은 후엔, 숨이 부족해질 즈음이 되어서야 입을 떼었다. 늘어지는 타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벼이 입을 한 번 더 맞추고는 살포시 이마를 맞대었다.) 아쉽군요. 이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조금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쉽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기에 괜히 애꿎은 당신의 뺨과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침을 삼켰다.)

그런 멍청한 이였다면 내가 너를 선택하지도 않았을 거다. (다만, 어디까지 참는지 확인하려 내뱉은 말이었는데. 말을 끝맺자마자 아랫입술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통증에 입이 벌려졌고, 그의 살덩이로 하여금 입안이 휘저어진 것은 일어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입술만을 부비던 조금 전과는 다르게 타액이 넘치는 소리가 들렸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차마 감지 못한 눈이, 제 눈 앞 남자의 소유욕을 비추어주었기에. 평소보다 거친 움직임에 숨이 금세 부족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리까지 붙잡히자 한계점에 도달했다. 기침이 터져나오기 직전, 가까스로 떨어진 입으로 숨을 급하게 들이마셨다.)
...흡, 콜록. 지금도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 같은데. 조금만 더 늦게 떼었으면, 다시 쓰러졌을지도 모를 정도야. (숨을 고르게 내뱉으려 노력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어 들린 그의 목소리를 듣자 허탈함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내 몸 상태가 이렇다고 멈출 위인인 줄은 몰랐군. 나를 위한 배려인가? 아니면 오늘은 자신이 없다거나.

(그렇게 하염없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을 즈음, 제 사랑스러운 연인은 얌전히 넘어가줄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저렇게 깜찍한 도발을 덧붙이는 걸 보면. 아, 젠장. 누가 더 참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되도 않는 도발에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오늘이 다른 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면 냉큼 그 도발에 넘어가주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아쉽게도 말이다.) 허이구, 그러다 정말 쓰러집니다. 키스로도 그렇게 벅차하면서 어떻게 감당하려고요? 회복되고 나서도 늦지 않으니 괜히 자극하지 마시죠. (그때 가서 적당히 하라고 울어도 안 들어줄 겁니다.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뿐히 당신을 들어올렸다. 이렇게 들어올리는 걸 공주님 안기라고 하던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당신을 안아올린 채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 저는 정리를 하고 들어올 테니, 먼저 쉬도록 하세요. (당신을 조심스러운 손길로 폭신한 이불 위에 내려놓고 침실을 나가는가 싶더니 문 앞에서 갑자기 발걸음을 뚝 멈추었다.) ...아, 그리고. (반쯤 고개를 돌려 당신과 눈을 마주치고는 씩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없었으면 시작도 안 했을 겁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루드비히, 일어나라. 이미 아침이 훌쩍 지났어.


지금이라도 다시 가서 잘 생각이 있다면 들어다 옮겨 줄 수는 있다.






솜씨가 나쁘지 않군. 산책할 거라면 슬슬 나가지. (어제와는 반대로,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일어나 그에게 손을 뻗었다. 잡고 일어서라, 그렇게 말하는 듯한 눈과 함께.)

기준치: | 70/35/14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55/27/11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루드비히, 나는 말하지 않으면 몰라. 네가 나에게 말해주지 않는 것들. 가령, 지금 어째서 저들을 꺼리는 것인지. 내가 그들과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그를 믿지 마. 도망쳐. 연신 귓가에 들려왔던 소리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양 저택을 나서자마자 나아지는 기분. 이것들이 가리고 있는 진실을 무엇인가. 진실을 찾는 것에는 망설임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리 배웠기에, 돌려 묻지 않았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잠깐 여기 있어라. 다녀올 곳이 있으니. (그리 말해두고는,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에게로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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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실례하지. (손에 힘을 주지 않은 채, 눈 앞 이의 어깨 부근에 손을 대었다. 평범한 이였다면 사과하면 될 일이다. ...이 찝찝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선을 다시금 돌려 바다 쪽으로 향한다. 흔한 선박이나, 하다못해 새 한 마리라도. 전장에 스며든 몸은 자그마한 변화라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이 해안가에, 인간 형상을 제외하고 다른 것은 정말로 없는가.)


(그의 말을 받아치던 도중, 제 곁을 스쳐지나간 존재에게로 시선을 두었다.) 봐라, 루드비히. 몸이 풀리지 않아 기시감을 느끼는 것이라면, 이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거지? 이 꼴을 보고도 내가 저택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나. 대답해. (허탈함과 혼란. 지금 처한 상황을 이 이상 무엇으로 표현한단 말인가? 하, 헛웃음을 한 번 내뱉고는 모래에 대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존재 쪽으로 다가선다.)

당신에게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단순히 회복에만 집중해달라는 겁니다. 아픈 연인을 두고 혼자 돌아가라니, 말도 안된다는 것 알잖아요. (찰나의 순간, 혼란스러운 빛을 띈 당신의 눈빛과 마주친 시선에 서글픔이 스친 것도 같았다. 아플 정도로 당신의 손목을 쥐고 있다가 이내 힘을 주어 제 쪽으로 당겼다.) 한 번만 모르는 척을 하면 됩니다. 무엇으로 설명을 할 거냐고요. 설명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궁금해하지 마세요. 이러려고 산책을 나온 게 아니잖습니까. 당신과 이런 일로 다투고 싶지 않습니다. ...이대로 돌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벨져. (아까까지의 여유는 어디로 사라지고, 평소와 다름없이 태연한 말투에 낮은 목소리였지만, 그 내용은 애원을 하는 것과도 같았다. 제발. 차마 덧붙이지 못한 단어를 마음속으로 되뇌였다.)

... ... 너, 무언가를 알고 있군. 멍청하기 짝이 없는 이 상황도, 그리고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생각해 보면 너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당황하지 않았지. 아니, 당황은 커녕... 신경쓰지 말라는 말만 늘어놓았다는 걸 이제야 기억하다니. 나도, 너도. 처지가 꽤나 우스워. 그렇지 않나? (냉소를 머금고 독설을 쏟아부었다. 제 길을 가로막으려는 그의 행태가 마음에 찰 리가 없었다. 서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다가, 마주친 눈에 서린 서글픔에 잠시 침묵을 지켰다. 무엇 때문에 그런 눈을 하지 것이지. 제게 애원하는 투는 또 무슨 의도인가. 이러려고 산책을 나온 게 아니다, 옳은 말이었다. 다만 자신의 성격 상 모른척하고 지나가지 못할 일이 생겨난 것 뿐. 그러나 너는 언제나 나에게 모든 것을 감추지. 설명하려 들지 않는 이가 하는 설득만큼 의미없는 게 더 있을까. 잡힌 손목을 거칠게 뿌리치고, 저택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더.)
마음대로 해. 어차피 내 의견 따위는 네게 중요하지 않은 듯 보이니. 그리 돌아가고 싶다니 돌아가지. 그 대신, 앞으로 내게 말 붙일 생각은 하지 마라. 루드비히 빌데.



(어떻게든 표정을 풀어보려 했으나, 여전히 냉랭한 당신의 반응에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당신의 물음에는 그 이야기를 더는 하고 싶지 않다는 듯 침묵을 지키다가 겨우 입을 떼었다.) ... ... 변명을 하면, 들어주긴 할 겁니까? (아까의 상황에서 느꼈던 당혹감에 그간 축적되었던 피로감마저 겹쳐져 말투에 가치가 돋쳤다.) 내가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주제에, 무슨 얘기를 듣겠다는 겁니까? 저도 예상치 못했던 일입니다. 이상한 사람을 둘이나 마주치게 될 거라고 예상이나 했겠냐고요. 저도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지만, 그저 신경쓰지 않기로 한 겁니다. 지금 여기서 내게 중요한 건 당신밖에 없으니까요. 당신은 전혀 그렇지 않겠지만. (당신에게 있어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정도는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걸 눈앞에서 확인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는데. 그 사실을 어떻게든 외면하려 했던 노력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이내 들으란 듯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피곤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몸도 성치 않은 사람과 쓸데없는 언쟁 하고 싶지 않습니다. 들어가서 쉬세요. 저는 소파에서 잘 테니.

(체감상 꽤 오래 이어진 정적을 깬 것은 루드비히의 목소리였다. 지친 듯한 말투와, 감정이 다 덜어내지지 않은 높낮이. 한층 더 기분이 가라앉았다.) 입이 아플 정도로 말해왔지. 네가 말하지 않으면 나는 모를 수밖에 없다고. 그럼에도 아무 말 하지 않은 것은 네 선택이 아니었나? 무엇을 잘했다고 짜증을 내는 건지 모르겠군. (중요한 건 당신밖에 없다. 달콤한 말이었다. 연인에게 듣는다면 십중팔구 행복한 감정을 느끼겠지. 그를 사랑한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이었다면 주지 않았을 기회를 다시 한 번 건네고, 자신을 납득시켜 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 관계가 깨지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까. 더 나아지기 위해 부딫히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의 말을 잠자코 들으며 그리 생각했다.)
조금 전의 모든 게 나의 오해였다면 사과하지. 다만, 지금 한 말이 사실이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 나는 떨어뜨리면 깨지는 보석이 아니야. 왜 그리 회복에 집착하는 거지? 분명 요양은 일주일로 충분하다고 네 입으로 말했잖아. 병원에서도 퇴원시킬 정도면 나는 그다지 위험한 상태가 아니야. 그런데도 너는, 나를 못 지켜서 안달인 사람 같군. 네 눈 앞의 나는, 기다리라면 얌전히 기다려 줄 개가 아니다. (보란 듯이 내쉬는 한숨에, 결국 대화를 더 이어나갈 의지조차 사라졌다. 하, 헛웃음에 가까운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쓸데없는 언쟁이라고 여겨진다면 평생 그리 하도록. 앞으로는 최대한 마주치지 않게 주의할 테니. (휙,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을 돌려 침실로 걸어들어간다. 며칠 정도는 얼굴을 보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런 고민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일까, 방금 잠에서 깨어난 것치고는 전혀 기분이 개운치 못했다.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언짢은 표정으로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늦잠을 자버렸네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됐어. 막 일어난 참이라 식욕이 없으니 네 것만 차리도록. 식탁에 앉아 있어 주기는 하겠다.

(그 한마디를 끝으로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지금 당신이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여기서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것 마냥.)

(다시금 싸늘해진 말투와 눈빛은, 무언가 이상함을 직감한 탓이리라. 숨을 느릿하게 뱉으며 식탁으로 걸아가 앉았다.) 이제는 겸상하기도 싫다 이건가? 하루쯤 굶는다고 홀든 가의 검사가 지치지는 않는다는 걸 너도 알 텐데. (그리고선 과일을 하나 손에 집어 내민다.) 설마 거절하지는 않겠지. 내가 주는 것을.

간단하게나마 식사를 마치고 나면, 잠시 나갔다 오시죠. 오늘은 혼자 다녀오십시오. 어차피 저와 함께 있는다고 기분이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으니. (괜히 말을 얹어 즐거운 산책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신을 혼자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신경이 쓰였던지, 이 상황이 썩 내키지 않는다는 티를 내었다.) 대신 너무 멀리 가서 길을 잃진 마세요. 이틀 동안 했던 것처럼 가볍게 걷다가 돌아오면 됩니다.

얌전히 집에서 성질이나 죽이고 있도록. 기분이 나아지면 돌아오겠다. (이내 식탁에서 일어나 현관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었다. 돌아올 즈음이라면 루드비히, 혹은 자신. 둘 중 하나의 감정은 정리되어 있을 거라고 막연히 예측하며.)







(웃어보이는 낯은, 여전히 의도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전장에서라면 익숙했을 안개가, 낯선 장소에서 보니 감상이 조금은 달랐다.) 저 정도로 흐리다면 헤맬 만도 하겠군. 일행과는 떨어진 건가? 이 주위에는 사람이 없어.



임시로 거처를 빌린 것 뿐이다. 일주일, 아니... 오늘이 삼 일째이니 나흘만 더 있으면 돌아가겠군. 그리 심심하지는 않아. 네가 말한 그 사람과 함께 지내고 있으니. (저택을 나서기 직전까지 이어졌던 냉전이 떠올라 인상을 느릿하게 찌푸렸다. 이 묘한 기시감은 대체 무엇인지. 경계심이 많은 제 성격상 말을 줄일 것이 당연하건만, 이상하게도 이 자의 물음에는 무리 없이 대답을 내놓는다.) 숲에는 별 것이 없나? 들어가 보질 않아 알 수가 없는데.


(숨을 한 번 골랐다. 처음 보는 이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런 걸 묻는 것을 보니, 무언가 알고 있나? 너.




(더 믿을 수 있는 건 어느 쪽이지. 누구보다 아끼는 것을 대하듯 제게 신경을 쏟는 루드비히와, 오늘 처음 만나게 된 사람. 답은 뻔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망설이게 되는 것은.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고 말했던 그 옛날 들었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짙은 그림자를 가르고 황홀한 거짓을 기만하는 것은, 벨져 홀든에게는 숙명에 가까웠다.)

비를 맞으면 안되는 이유가 뭔데요? 죽기라도 한답니까?



기준치: | 80/40/16 |
굴림: | 7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턱을 괸 채로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최근엔 제가 좀 날카로웠던 것 같습니다. 저도 조금 피곤했던 모양이에요.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하죠. (앉으라는 듯 맞은편의 의자를 눈짓으로 가리키고는 물었다.) 어디 아픈 곳은 없습니까? 저번에 확인했을 때는 손목이 조금 아픈 것 같던데, 이제는 좀 괜찮습니까. (마치 첫날 보여준 것과 같은 다정한 모습이었다. 속으로는 당신이 재차 이 장소나 상황에 대한 의문을 표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당신이 그 의문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마음을 다시 열어주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고 있기도 했다.)

(손목. 분명 밤에 주물러 주지 않았던가. 이곳에 그와 저 외에 다른 사람이 있을 리가 만무하므로. 사람은 달리 신경써야 할 것에 생기면 화를 내는 것조차 하지 못 한다고 한다. 서늘하게 벼른 말투도, 어제같은 독설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해야 적절하겠지. 그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넘겼다. 지금 제 관심사는 그토록 그가 맞지 말라고 강조했던 것에 쏠려 있었다.) 이 곳에 온 첫 날보다 훨씬 나아졌으니. 이제는 감기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지?

(잠시 말을 멈추고 고민하더니, 어딘가 심각해보이는 표정을 한 채 말을 이었다.) 벨져, 당신은 이걸 미친 소리라고 여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일주일이, 우리가 이곳에서 같이 보내는 일주일이 나에겐 아주 중요하고 의미가 커요. 많은 걸 이야기해줄 수는 없지만, 밤에 오는 비는 정말 위험합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거듭 이야기하는 일도 없었을 거예요. 당신은 그 비를 맞아서는 안됩니다. 죽을 수도 있거든요.

기준치: | 55/27/11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5/27/11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주변 지형이 험하다라... 어제 본 건 언덕과 등대 뿐이었다. 안개가 끼어 있긴 해도 나에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야. 주변에 사람도 거의 없으니 사고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텐데. (사람. 제 입으로 뱉은 단어에 다시금 미간이 찌푸려졌다. 어제의 그 남자를 오늘 다시 만난다면, 의문을 풀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에 위험한 요소가 있나? 기껏해야 젖는 것 정도가... ... (죽는다, 라. 그가 방금 무슨 말은 한 거지. 처음에는 제 청각을 의심했고, 지금은 그의 정신 상태를 의심했다.) 세상에 비 맞는다고 죽는 인간은 없어. 폭우라면 몰라도 말이다. 제정신으로 하는 말인가, 루드비히.
(비가 구원이 될 거라고 말한 목소리와는 정 반대를 말하고 있다. 어느 쪽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를 알아내야 했다. 그럼에 그와 시선을 마주쳤으나, 그 눈에 서린 것은 슬픔이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닌가. 헛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삼켜내고, 이마를 짚었다. 몇 초의 침묵 이후, 시선을 그에게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네가 아무 이유 없이 헛소리를 하는 성정이 아니라는 걸 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아는 대로 불어. 이 내가, 너를 따돌리고 비를 맞지 못할 거라는 가정은 하지 마라.

(주변 지형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 그리고 사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표정을 굳혔다. 내 말을 완전히 믿어주지 않는군. 그런 당연하고도 어렴풋한 생각이 들었다. 죽는다는 말까진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까지 말해야 당신이 조금이나마 신경을 써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꺼내었던 단어였다. 그의 반응을 보아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모양이지만.) ...저는 멀쩡합니다.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고요.
내가, 당신에게 해가 될 만한 일을 할 이유가 있습니까. 하다못해, 그런 말을 하면서까지 당신에게 미움을 살 이유가 있나요. (눈앞에서 드러나는 완전한 불신. 그 이성적이고도 냉정한 반응에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한숨을 겨우 참아내며 당신을 설득하려 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지금만큼은 저를 믿어줄 수 없겠습니까, 벨져. 당신이 충분히 날 따돌리고 나가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아니까 이렇게까지 부탁하는 겁니다. 당신이 순순히 말을 듣는 사람이었으면, 이렇게까지 똑같은 얘기를 잔소리마냥 반복하지도 않았겠죠. (그리고 만약 당신이 그런 사람이었더라면, 당신을 아예 집에 가둬두고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했겠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당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머지않아 그 맹목적인 시선에 당신이 섬뜩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저가 지금까지 그에게 행한 일들을 되짚어보아도, 걸리는 일은 딱히 없었다. 연인이 된 후라면 더더욱. 그가 제게 거짓을 고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음과 동시에 답답함이 느껴졌다.) 때가 되면 알려준다는 말, 요새 너무 자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네가 나에게 알려준 것은 사고에 의해 이곳으로 요양을 왔다, 그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기억마저 잃어버렸지. 너라면 이 상황에서 내가 너를 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납득할 수 없는 부탁은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아. 똑같은 이야기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건 잘 아는군. 그래서 더 화가 날 정도야.
(마주친 시선에서 읽히는 맹목이, 제 시야를 가리는 것만 같다. 부드러운 웃음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휘청거리며 일어서는 그의 모습에 한숨을 뱉고는, 침실 쪽으로 눈짓했다.) 이 상태로 대화를 이어나가 봐야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가서 쉬기나 해. 산책은 오늘도 혼자 다녀오겠다. 돌아와서도 그 꼴이라면 방금 말했던 대로 정신을 잃고 푹 자게 해 줄 테니 그리 알도록.




(떠미는 손길에 인상을 구긴 채였다. 민간인에게 제 힘을 쓸 수는 없기에 그저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손을 쳐낼 뿐.) 치워라. 특별히 목적지를 정하지는 않았으니. 오늘도 산책 정도만 하고 돌아갈 것 같은데. (시선을 마주치곤,) 너. 이 주위만 맴돌 수 있는 건가? 기억을 잃었다면 찾아야 할 것 아니야.

아무래도 기억이 없는데 여기저기 쏘다니기도 좀 그렇죠. 원래 기억을 찾으려면 주변부터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당신을 흘끔 쳐다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당신한테 관심도 좀 있고? 하하!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저택에서 너무 멀리 가지 말라는 언질은 했었지.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 이 자리에서 먼저 말하는 게 나을 텐데. 구미가 당겨야 갈지 말지 고민이라도 해 보지 않겠나. (그러나 시선은 여즉 언덕 쪽으로 향해 있었다.)


도중에 수상한 짓을 하면 그대로 기절시킬 것이니 허튼 생각 말도록. 알아들었나?


쓸데없는 소리 말고 걷기나 해. 느려서 뒤쳐져도 기다려주지는 않을 거다.

(시끄럽다는 서늘한 말 한마디에 잠시 입을 다무는가 싶더니 다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당연~히 장난이죠. 농담이라니까요, 농담. 이렇게 예쁘장하게 생겨서 그렇게 살벌하게 말하기는... (서운하다는 듯 목소리가 낮아지더니 이내 말끝을 흐렸다.)


(가만히 생각에 잠긴 채로 경사를 오르자, 언덕이 끝을 보였다.) 내가 찾던 것이라, 네가 나에 대하여 아는 것이 있었나? 이것도 처음 알았군. 별 것이 아니라면 각오해야 할 거야.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느릿하게 시선을 내려 아래를 확인한다.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길래 사전에 언급하지도 않고 사람을 직접 데려왔는지.)

기준치: | 68/34/13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비가 오는 밤엔 나가면 안된다. 왜일까? 당신이 다칠까봐? 감기에 걸릴까봐? 그게 아니면… 이상한 미신을 심어줘서 달아나지 못하게 하려고?




기준치: | 67/33/13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55/27/11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5/27/11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67/33/13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흥분하지 마세요. 어디 아픈 데는 없습니까? 괜찮은 거예요?

손에 든 것, 얌전히 내려놓는 편이 좋을 거야. 이야기는 그 후에 듣지. (그리 말함과 동시에, 조각품을 낚아채 루드비히의 목 옆에 겨누었다. 힘을 주면 당장이라도 벨 수 있을 정도로 비스듬히.) 지금부터 셋을 세겠다.

(차라리 깨어나기 전에 안정제를 놓을 것을 그랬나. 짧은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었다.) ... 설명해줄게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벌써 여러 차례 말했잖아요. 아직은, 아직은 때가 아니에요. (어떻게든 자신의 말을 듣게 하려는 양 고집스럽게 당신을 설득하려 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6/33/13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65/32/13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내게 숨겨왔던 것들을 전부 말해. 그러지 않는다면, ... (제 목덜미를 향해 조각품을 고쳐들었다. 네가 아닌, 나를 베어낼 수 있도록.) 지금 당장이라도, 목을 베겠다.

(종래에는 제 목에 조각품을 대는 모습에 흠칫 몸을 뒤로 빼었다. 당신이 다치는 것만큼은 싫었던지 급히 표정을 바꾸며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 당신을 달래었다.) 말했잖습니까. 당신은 지금 아픈 상태라고요, 벨져. 그래서 그런 겁니다. 오늘 하룻밤만 자고 나면 다 나을 거예요. 내가...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게요. 다 괜찮을 겁니다. 전부 괜찮을 거라고... 맹세할 수 있어요.


(주먹을 쥐는 네 모습에 기어이 지금까지 참아 왔던 것이 폭발한다. 순식간에 달라진 표정에는 냉소가 터져나왔다. 억압, 제한, 그 다음은 회유인가.) 애초에 교통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었다는 말도 거짓이었나? 그때도 나의 직감은 믿지 말라 하였으나, 너였기에 넘어갔다. 의심할지언정 작정하고 너를 속이려 하지 않았어. 그런데도 너는 내게 이런 마지막만을 남겨주는군. (그렇게 만들어 준다는 말이 똑똑히 들렸다.)
나는 네놈을 위한 인형이 아니야. 분명 변명할 기회를 주었건만, 그것을 걷어찬 것은 너다. (그 말을 끝으로 제 목에 들이대고 있던 조각품을 루드비히를 향해 던지고, 그 틈을 타 열쇠구멍에 열쇠를 끼워넣었다. 진실을 밝힐 시간이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후회, 포기. 우스운 단어들 뿐이었다. 벨져 홀든이 무언가를 후회한 적이 있던가? 그럴 시간에 더 나은 다음 선택지를 알아내는 것이 저였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나를 이리 기만하는 거지?) 나는 네게 무수히 많은 기회를 주었어. 그걸 걷어차다 못해 기억해내지조차 못하는 것은 루드비히, 네놈 아니었나. (진실을 말할 기회는 많았다. 추궁하고, 의심하고, 결국은 신뢰를 모두 잃었지만. 아마 다시는 쌓아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진실과 황홀한 거짓. 내가 무엇을 선택할지는 불 보듯 뻔하지 않나. 더 이상 듣지 않겠다. 비켜.


기준치: | 80/40/16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 설명해. (이번에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이제는 정말로. 모든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시간이었다. 그리 생각하며 시선을 똑바로 맞추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요. (선뜻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혹여라도 이야기를 전부 듣고 나서도 자신을 향한 그의 적개심이 누그러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퍽 이기적인 걱정이기는 했으나, 그에게 미움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며칠 새 마주한 그의 냉랭한 눈빛으로도 충분히 고통을 겪었으니. 말을 꺼내놓고도 한참 동안이나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한숨 섞인 목소리로 차분히 말문을 열었다.)
나는, 당신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요. 벨져, 당신은 죽었습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 빌어먹을 세상 때문에요.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놓았다. 아직도 그 날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사랑해 마지않는 연인의 마지막을 직접 마주하지도 못한 채, 그저 뒷골목을 통한 소문으로 들은 날. 그 누구도 이유를 확신 있게 말하지 못했지만, 그의 하나뿐인 연인인 루드비히 와일드는 알 수 있었다. 그는, 그야말로 세상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저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하죠. 어느 누가 납득하겠습니까? 이렇게 불합리한 세상을 위해서 당신 같은 사람이 죽어야하는 게 섭리인 양,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더군요. 나는, 당신을 잊지 못했는데. 오직 나만은...
당신도 눈치챘겠죠. 그건 당신 몸이 아니라는 것. 그건 내가 사람 살을 덧발라 만들어놓은 겁니다. 그놈은 당신 몸을 '인형'이라고 부르죠. ...하지만 이 일이 나와 당신을 이렇게나 고통스럽게 만들 줄 알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아예 시작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실 말하면서도 확신할 수 없었다. 과연, 알았더라도 포기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일생일대의 기회를? 자신은 세상 따위 필요로 했던 적이 없었다. 누군가의 목숨을 그리 소중하게 여기는 위인은 결코 되지 못했지만, 당신의 목숨만큼 귀하게 여겨본 것도 없었다. 사람을, 손짓 한 번에 바스라질 생명 따위를 사랑해본 것은... 당신 하나뿐이었는데. 그런 당신이, 고작 세상을 위해서. 빤히 정해진 미래를 엿보았더라도 무모하게 뛰어들었을지 몰랐다. 일주일. 고작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당신과 함께 보내기 위해서. 그 대상이 당신이 아님을 뼈저리게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당신으로 여기고 끔찍이도 사랑해서.)

(자신이 죽었다. 그리 말하는 얼굴에는 거짓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직감하고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던 거겠지. 제 기억에 남아 있던 몸과는 달리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몸, 비를 맞으면 안 된다는 그의 전언, 그리고 기묘한 위화감. 제 몸이 아니라면 모든 것이 납득되었다. 지금 이 순간조차 어색한 감각이 손끝에서부터 심장까지 전해져 오고 있었으니. 충격은 크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빌어먹을 세상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게 될 것은 어릴 적부터 느끼고 있었다. 죽음은 언제나 제 곁에 존재하였다. 일전, 저택에서 눈을 뜨고 루드비히와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했을 때. 담담하게 자신이 떠난 후의 그를 떠올린 것도 그러한 이유 탓이니. 고작 목숨 하나에 집착하는 네가 아니니, 괜찮을 거라고. 설령 고통스럽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이제 와서는 완전히 엇나간 추리가 되어버렸다. 죽기 전의 자신은 언질조차 주지 못했나. 암담한 심정이었다.)
(죽은 사람이 되돌아올 수는 없다. 그것은 저 자신이 지키려 했던 세상이 정한 섭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상하고는 있었으나 사람의 살을 덧발랐다는 목소리에 속이 울렁거렸다. 그 누가 환영하겠는가. 살아있는 줄 알았던 사람이 사실은 죽은 상태였는데, 멀쩡히 움직이던 몸이 다른 이의 것을 빚어 만들어졌다고 하면. 시선을 내려 제 팔을 응시했다. 아니, 애초에 비를 맞는 순간 무너지는 몸이 과연 살아있다고는 할 수 있을까.) ...이해했다. 나는 이미 죽었고, 너는 나를 살리기 위해 이런 짓을 벌였다는 걸.
(삶은 단 한 번이기에 화려하다. 평생을 그리 믿고 제 몸을 불살라 왔었다. ...눈을 깜빡이는 것이 위태로웠다. 그야, 이건 제 것이 아니었으므로. 숨을 들이마시는 호흡기, 주먹쥔 손에 들어간 힘, 눈동자를 굴리면 움직여지는 시선조차. 자격을 가지지 못한 자는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묵묵히 떠오르는 의문들을 정리했고, 그를 두고 지하실을 빠져나올 적 가지고 있던 분노는 서서히 사라졌다. 어쩌면 이 일에는 자신의 탓도 있겠다고. 벨져 홀든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을, 연인이라는 이름에 묶인 자를 향해 떠올린다. 멋대로 죽어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리는 없다.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 하더라도 제 선택은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으니, 그것은 기만이다.)
그 놈이라는 건... 누구지. 네가 만났던 또다른 이? ...아니면 지하실에 누워 있을 남자 쪽인가. (숨을 느릿하게 들이쉬었다. 살아있다는 감각. 삶의 증거. 저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가졌어야 할. 인형이라는 단어에 눈가를 미세하게 찌푸렸다. 마음에 드는 호칭은 절대 아니었으므로. 사랑하기에 죽은 연인을 살려내고, 일주일간 함께 지낸다. 상당히 매력적이고 서글픈 극본이었다. 관객들의 마음을 꽤나 고통스럽게 할. 그러나 이것은 희극에 한정되어야 했지, 현실에서 일어나야 하는 일은 결단코 아니었다. 자신이 지켜야 하는 세상은 제 연인 또한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게 내 몸이 아니라면... 기억은 어떻게 옮겼는지 의문이 드는데. 여태 피곤해했던 이유도 나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나. (밤마다 몸을 닦아주던 손길을 기억한다. 사랑하는 이를 대하는 부드러운 손길. 순간적으로 금빛의 눈동자를 보고 싶었다. 숨을 다시금 내뱉으며 입을 연다.) 루드비히, 고개를 들어라. 후회는 일이 끝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아. (객관적으로 보면 옳을, 동시에 연인에게 하는 말 치고는 잔인한 문장이었다.) 네와 내가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이 일을 마무리지을 방법을, 알고 있나?

(아직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남아있었다. 진실을 입으로 읊어대면서도 아직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혀 끝에 남겨둔 채 말을 이어나갔다.) 여기 내리는 비는 그놈의 장난질입니다. 비를 맞으면 당신 영혼과 그 몸의 싱크로율이 떨어지게 돼요. 그럼 당신은 점점 몸이 약해지고… 살이 무르고… 놈이 원하는 대로 망가진 상태로 가게 됩니다.
결국 저는 첫 도전을 실패했고, 그놈은 '재도전'을 제안했습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내 이기심이라고 할 것을 압니다. 저 때문에 당신은... 죽음을 반복했어야만 하니까요.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애써 담담한 말투를 유지하려 손에 힘을 주었으나 그조차도 쉽지만은 않았다.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을 알았고, 이 사실을 말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눈앞의 죽고 싶다는 감정마저 불러일으킬 만큼 사랑스러운 이에게는 고해야만 했다. 제 죄는 아무도 모르게 묻힐 만큼 가볍지 않았기에, 용서받지 못해 마땅한 일이었기에, 묻어두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제가 저질렀습니다. 아마 잔상 같은 게 남아있을지도 모르죠. 당신이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다음 기회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그래서 저는, 당신을 살리려 당신을 죽였습니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요.
별 짓을 다 해봤어요. 아무것도 안하고 당신하고만 있어보기도 했고, 밤낮을 바꿔 생활해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당신을 방에 가둔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결말은 같았고, 어느 순간에는 깨달았죠. 이건 내게 승산이 있는 게임이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7일이 끝나면 놈은 또 어디선가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다니고 있을 겁니다. 늘 그랬으니까… 항상 그래왔으니까. 그럼에도 이 짓을 계속 했던 건, ...당신이 내 곁에 있으니까. 내가 만들어낸 당신은 내가 아는 벨져 홀든과 완벽히도 똑같아서, 정말 당신과 함께 하는 것만 같았으니까요. 당신이, 당신과 같은 얼굴을 한 이가 나를 향해 웃어주었으니까... (숨을 몰아쉬며 손으로 몸통을 짚었다 들어올렸다. 복부에서 배어나온 피로 흥건히 젖은 손바닥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당신의 웃음이 떠올라 옅게나마 미소를 지어보였다.)
... ... 미쳤다고 욕해도 좋습니다. 꽤 익숙한 말 아닙니까. 잔인한 헌터, 그런 진부한 말들 말입니다. (제 손목을, 손바닥을, 그리고 손등을 연이어 주무르며 헛웃음을 지었다. 잔인하다. 그 말이 이리도 와닿은 적은 없었다. 이 모든 일은 자신이 그간 저지른 일들에 대한 대가일지도 몰랐다. 수많은 이들을 해한 손으로, 직접 제 연인을 죽이는 형벌. 빈말로라도 선하다 할 수 없었던 자신에게 가장 걸맞은 최후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라면, 당신은 고통받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내 죄라면 내가 전부 끌어안고 죽음으로 달려가는 형벌을 받았더라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하필이면 내게 제일 끔찍하고도 잔인한 방법이 당신과 관련된 것이라서.)
(집요하게 자신을 향해있는 시선에 끝내 눈을 맞추지 못했다. 사랑하는 벨져, 나의 연인. 나에게만큼은 너무나도 관대하여, 어떻게든 나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쥐어주려는 나의 사랑.)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당신이 온전히 살아날 수 있는 방법... (뒤늦게 고개를 들어 당신과 시선을 맞추었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한 입가의 은은한 미소와 함께.) ...저는 이제 우리가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미 이 공간 안에서 천천히 죽어가고 있어요. 내가 스스로를 죽이는 걸로는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하니, 그건 아쉽게 되었지만... (손을 뻗어 당신의 손을 맞잡고는 그 손 안에 상아 조각품을 쥐여주었다. 그리고는 제 가슴 쪽으로 당신의 손을 끌어다 놓았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명백하게 의도를 전달하는 행위. 상처와 멍으로 가득한 손으로 그의 하얀 손을 감싸며, 그리 흐릿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렵지 않은 부탁이죠, 벨져?

알만하군. 나의 성격상 네가 숨기고 있는 사실을 파고들었을 것이고, 스스로가 인형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겠지. 지금의 나처럼. (재도전, 그 음절에 눈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인간의 목숨을 가지고 노는 미물과, 그 목숨의 주인이 제 연인이었던 탓에 속절없이 당했을 루드비히. 무뎌진 감각 속에서도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죽음을 반복했기 때문이 아니다. 세상을 위해 바친 목숨은 아깝지 않으니. 다만 자신이 죽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았을 그를 생각했다.)
본래 나의 기억 속에는 없던 네 잔상은 그렇게 만들어졌겠군. 지하실에서 나를 죽이려 했던 것도 그 때문일 테고. (여전히 가라앉은 눈동자로 그를 비추었다. 간절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죽이려 드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었다. 평소였다면 저항했을 지언정 다친 그를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터다. 그 남자가 의심의 씨앗을 틔워 준 게 휼륭한 기폭제가 되었군.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베어내고 싶은 것도 오랜만이었다.) 네게 승산이 있는 게임이었다면 처음부터 제안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런 존재들이란 으레 자신들의 흥밋거리와 재미를 위해 인간에게 접근하는 법이니. 아무 의도 없이 호의를 베푸는 자는 없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지 않나.
(어찌 보면 책망하는 투였다. 그에게 분노한 상태는 아니었다. 다만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섭리에 반하려 하는 행동이 마음에 걸렸기에. 실수한 것은 정확히 바로잡아야 했다. 혹여 이후, 또다른 존재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이.) 듣고 싶어하는 것 같으니 제대로 말해주지, 루드비히 빌데. 너는 제정신이 아니다. 아니, 아니었지. 조금 전까지는. 연인을 살리기 위해 죽인다니, 허무맹랑한 딜레마잖아. 그것을 앎에도 네가 그 짓을 반복한 건 나를 위해서였겠고. (이미 지나간 일은 후회하지 않는다. 눈물흘릴 시간에 다음 행동을 강구하는 것, 그것이 벨져 홀든의 방식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리 여기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돌아온 것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빌어먹을 방법뿐이었지만.) ...하, 유독 피곤해 보였던 건 내 수발을 드느라 그랬던 게 아니었나. (이제야 시선을 맞추어 오는데. 죽고 다시 살아났다 해도 그를 향한 감정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의 말마따나, 만들어진 자신은 이전과 완벽히 동일하였으므로. 그런 저에게, 이따위 부탁을 하는 그가 어찌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겠나.) ...거래의 대가로 지불한 거라면 파기하는 방법도 있어. 엄연히 따지면 죽어버린 것은 나고, 그에 따라 다시 사라져야 할 존재도 나다. 논점을 흐리려 들지 마. (으득, 이를 가는 소리가 났던 것도 같다. 한심하고도 멍청한 제 연인은, 어째서 하나뿐인 생명을 미련없이 내려놓으려 하는가. 미소짓는 낯을 바라보기 싫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제 손에 들린 상아 조각품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지하실에서 그를 다치게 한 물건. 제 선택이었으니 이것에는 죄가 없지만, 죽여 달라며 이것을 건네주는 연인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상을 구긴 채 조소를 지어보였다.) 네 눈에는, 내가. 이것을 덥석 받아 너를 죽이고 다시 살아갈 수 있을 사람으로 보이나? 나를 우습게 만들지 마라. 이미 죽은 이에게 다시 삶을 건네는 것 또한 모욕이야. (푸른 눈에 서린 것은 분명한 노기였다.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 탁,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그의 손을 쳐냈다.) 다른 해결책을 제시해. 날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아무도 나갈 수 없게 되겠지. 못 알아들었나? 내 말의 뜻은, 네가 홀로 이 공간을 벗어나는 방법을 말하라는 것이었어.

아니, 지금도 상관 없습니다. 어쨌든 당신을 살리겠다는 목적은 이룬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한 번이면 됩니다. 어차피 내가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거짓말이 아닙니다. 내가 이곳에 남는다는 건 정해진 일이에요. 이건 거래 따위가 아니에요, 벨져. 공평한 약속 따위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저 놈의 지배 아래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뿐이죠. 하지만, 당신은 여길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게 놈의 마지막 제안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저 대신 살아주어야 합니다. 살아 주세요. (당신의 눈빛에 비치는 노기를 발견하고도 굽힐 생각은 없었다. 상아 조각품을 떨어뜨리고 나서도 시선은 당신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고, 생기를 잃고 당신을 응시하던 눈빛이 한순간 선명하게 빛났다.) 난 이대로 당신이 영영 이 곳에 잠들게 할 수는 없어. 그럴 순 없어요. 내가 지새운 숱한 밤이 헛된 것이 되지 않게 해줄 사람은… 오직 당신 뿐입니다.
(그가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리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벨져 홀든은 결코 이런 일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이니.) 나는... 당신의 그런 점을 사랑했나 봅니다. (당신과는 같은 사고방식을 가질 수 없는 주제에,) 당신이라서 할 수 있는 그 선택을 비웃으면서도 사랑했나 봅니다. (당신의 그 올곧은 점을 사랑해서, 그래서.) ...하지만 해야만 해요, 벨져. 저는 셀 수 없을 만큼 행했던 일입니다. 연인을 죽이는 일. 당신은 단 한 번이면 돼요. 어차피 이 공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니... 한낱 꿈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나면... (나를 잊어달라. 그리 말하고 싶지 않았다. 평생 나를 기억해달라고. 나 외에 다른 사람은 만나지 말아달라고. 당신의 인생에 연인은 이 루드비히 와일드 하나만으로 충분하다고. 그리 어리광을 피우고 싶었다. 그러니 이 말 한마디는, 죗값으로 충분하겠지.) ...이 악몽을 전부 잊으면 됩니다.
프라하, 로마... 어디든 좋으니 여행을 하자고 말했었지 않습니까. 일주, 그것도 좋겠군요. 그런 것들을 즐기고, 때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세요. (아, 당신과 꼭 어딘가로 떠나고만 싶었다. 좁디좁은 골목을 벗어나, 당신과 함께 더 넓은 곳을 거닐고 싶었다. 아름다운 해변가든, 풀향으로 가득한 숲 속이든, 하다못해 평범한 도시의 거리이든. 당신이 세상을 위한 대의를 뒤로 하고 나를 선택해주기를,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날 수 있기를 바랐던 때도 있었는데...)
(그러나 그러한 숱한 바람을 떠올리면서도 그것들을 입에 담는 일은 없었다. 살아가야 하는 이에게 보탤 미련은 없었으니. 죽음을 앞에 둔 순간이 되어서야 삶을 지배하던 소유욕을 내려놓는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지만, 당신이 살아만 준다면 못할 것은 없었다. 다만 이제 와 바라는 것은, 이 빌어먹을 공간 속에서 해변가의 산책을 단 한 번만이라도 다시 즐기고 싶다는 것이었다. 시원한 파도를 구경하며, 부드러운 모래를 밟고, 당신의 손을 잡으며. 그렇게 거닐고만 싶었다.) 내가 모르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하면, 조금 질투가 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친 말투로 농담을 건네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조금은 늦게 와주었으면 좋겠군요. 돌아가서도 마냥 세상을 위해 살다 돌아올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긴 합니다만. (피가 묻지 않은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떠한 말을 해도 당신이 똑같은 삶을 살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내 말을 연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투정으로 받아주기를.) ... ...

언제부터 이리도 멍청해졌지, 루드비히. 언제나 주도권을 가졌던 네가, ...누군가의 지배 아래에서 인형처럼 놀아나게 된 것이 안타깝지도 않나? (연인이 주로 하던 말이 있었다. 그 자신은 헌터지, 사냥당하는 먹잇감이 아니라고. 강함과 동시에 권력을 쥔 삶을 원해왔던 사내다. 주먹을 꾸욱 눌러쥐며 결론지었다. 사랑은 그 무엇보다 바보같은 감정이라는 것을.)
(마주치는 시선이 순간적으로 빛났다. 그의 능력일까. 벨져 홀든은 회피에 능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빛나는 연인의 눈빛을 보면서도, 그가 마음을 바꿔먹지는 않으리라는 직감을 했다. 상당히 비참한 기분이었다.) 너를 죽이고, 살아가라고. ...나에게. 허울 좋은 말이군. 그러다 나 또한 너와 같은 일을 반복하면 어쩔 셈이지. 이러한 공간이 또다시 만들어진다면. (그리 말하면서도 가능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자신을 세상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고, 루드비히가 행한 짓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물론 유능한 제 연인 또한, 빌어먹게도 그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을 터였다. 너는 어떻게 이 짐을 들 생각을 한 걸까. 조건도, 결과도. 터무니없이 불리하다. 어떻게든 살아나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프라하, 로마. 그래, 그런 말을 했었지. 그러나 그 이야기는 네가 함께 간다는 전제조건 하에서였다. 나는... ... (모든 것이 끝나고, 각자가 어깨에 든 짐이 조금이나마 덜어졌을 무렵. 아무도 자신들을 모르고 그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그리 약속했던 자가 제 눈앞에서 미소지었다. 하, 잔인한 헌터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나 보군. 우스운 생각이었다.) (돌아간다면,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으리라. 아마도 평생을 그리워하며 살겠지. 그 누구보다 뻔뻔하고 잘났던 금발의 남자를, 저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었다. 확신에 가까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그를 두고 산책을 나오지 않았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무의미한 가정이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벨져 홀든이 결단코 하지 않을. 그러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가정을 해 보는 것이다. 죽음에 누구보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웃어보이는 연인을 두고,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을 리는 없었지만. 그와 동시에 선택을 내렸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음이 틀림없을.)
네 말대로다. 사명을 다하기 위해 온 몸을 바치고, 그 끝이 죽음이라도 불사하는 그런 삶. 분명 그렇게 살아가겠지. 아니, 그랬을 거다. 내가 이곳을 나간다면. ...그러나, 하나 잊은 것이 있지 않나? 분명히 말했지. 너를 두고 어딘가 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약조하지 않았던가? 루드비히. (아주 오래전의 일처럼 느껴지는, 보드게임을 즐겼던 너와 나. 그 대화가 생생히 떠오른다.) 여행을 가기 전까지는 절대 네 곁을 떠나지 말라고 그랬었지. (그제서야 잔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직 여행을 가지 않았으니 약조는 유효하군. 홀로 떠나는 건 외로워. 심지어 그것이 누구도 알 수 없는 곳을 향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내가 함께 가 주겠다고 말하잖나. 네 말대로 빌어먹을 세상을 위해 내가 이미 죽었었다면, 내가 지켜야 했던 세상은 괜찮을 것이다. (뺨을 어루만지는 손을 제 손으로 덮었다. 그러니까, 이제는.) 함께 여행을 떠나지. 그곳이 어떤 지옥이더라도 기꺼이 따라가 주마. 그것이 내 신념이야.

(잊으라는 말보다도 잔인한 말이 있을까. 알면서도 그 말을 뱉었던 것은, 그저 그가 살아주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을 설득하려 든다면, 만약 이곳에 남겠다고 한다면, 이기적인 자신은 분명 다시금 욕심에 눈이 멀어 당신마저 나락으로 끌고 들어가려 할 테니. 그렇게 함께 죽음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을 것이 분명했다. 당신과 함께라는 그 하나의 조건에, 당신이라는 존재의 빛에 눈이 멀어서.)
(그러나 그 부탁은 끝내 거절당하고야 말았다. 여행을 가기 전까지는 절대 제 곁을 떠나지 마세요. 홀든 가의 차남이 약속 하나 못 지켜서야 되겠습니까. 그저 당신을 곁에 두고 싶어 꺼내었던 말이었다. 당신이 나를 놓고 어딘가로 떠나는 경험은 한 번으로 족했기에. 가볍게 꺼내었던 말이 이렇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줄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까.)
(나의 소유욕을 아는 당신이라면,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인내했는지도 알고 있을 텐데. 그리 어렵게 내린 결심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야 마는 당신이 원망스러웠다. 원망스러웠고, 그만큼 애틋했다. 지금 내 손을 덮은 그의 손이 거짓일 리 없었다. 전해지는 감촉과 체온, 그리고 감정은 전부 실재하는 것이라, 결코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 처음부터 피그말리온 따위가 되지 못해도 상관 없었다. 그런 것따위를 바란 적은 없었다. 단지 당신의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이런 순간을 원했을 뿐.)
이제는... 도망치지도 못합니다, 벨져. 뒤를 돌아본 건 당신이에요.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내 연인. 단 한 순간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나의 사랑. 비록 만들어진 몸에 깃들어있대도, 나를 사랑하는, 나의 벨져 홀든. 나의 추악한 면까지 전부 알아버리고 난 당신이라면,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든 걸 알 수 있겠지. 나의 감정도, 생각도. 전부...)
이게
시발...
죽고싶다걍
ㅅㅂ
진짜
하.....................................................
보드게임때 그렇게 즐거웠던게
머리에 스치면서
.....................................
ㅠ
진짜뒤질거같음
어카지
이게.............
하..............................
질문
.....
벨져는 살아나가서...
멀쩡히...사나요...?
그럴수잇을리가없어
죽고싶다
...잘문
각목으로 맞을뻔할때
근데 이게 진심 잔인한게
응...
간호하다가
잠들거든?
일어나는데
배고프지않냐그러고
그러고나서......
하고 싶은게 있는지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네요. 아마도요.
...
그럼죽을때까지
진실을 모르는거?
둘다사는건
....없죠
ㅋㅋ
ㅋㅋ
ㅋㅋㅋ
비때문에
출력해줄게
주는거라
얘 좟나 피곤해보엿던게
밖에 돌아댕기는
사람새끼들만들고
벨져가 이상하게생각하니까...
아시발
아
어ㅔㄷㄹㄷㄹㄴ더덛ㄹ너
아내가미안해미친
그게아니야
문열면
포탈이야...
나바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여는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그랴??
...........근데루드비히
아니
엔피시
또라이아냐?
내가얼마나잘해줬는데
ㅋ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져도
자꾸돌아오는거
쟤 얘기 꺼내면
분위기 개싸해짐
ㅋ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로
이랫을걸
ㅋㅋ
ㅋ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쨋든..ㅋㅋ
저새끼가와서
깐족대가지고
루드빅이 개패서 죽은거임...
ㅅㅂ죽일만하네
벨져가잘못한듯
애인믿어줘야지ㅡㅡ
우리팀 벨져 뭐하냐? 트롤하네
다른탐사자 데려갓을때는
ㅋㅋ
근데나도
그생각함
약같은거
ㅋ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추리가
근데 ㅇㅣ거 넘정석이라 두번째가 사실 벨져가 피그말리온이고 루드빅이 조각상인데 훼이크치는거다 ㅋㅋ 이거엿거든
죽고싶네근데
아무래도 정석인편
정석인데
ㅅㅂ
무기를.....내리치는잔상
실화냐
좀 더 또라이같이 굴고싶엇는데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너무무서웟어
ㅠㅠ
끌고나갈줄알아ㅅ는데
갑자기
내려침
간절한목소리로
덜덜떨었잖아
여운 개쩐다
죽을거같애
ㅋㅋ
나 ㄹㅇ그럴듯
갑자기 2교시에 우는고삼어때
ㅠ
고마어........ㅠ
사랑해...
진짜재밋엇어
당연하지...
기어다니자...
그랴!!
고생만앗러
탐라에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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